'악연' 박해수 "금기 깨는 악역…날개 단 듯 맘껏 날아다녔죠"
반전 숨긴 사기꾼 역…"악인보다 악귀 같은 느낌으로 연기"
7번째 넷플릭스 작품 출연…"넷플릭스 5급 공무원쯤 될 듯"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오징어 게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수리남' 등 넷플릭스 드라마로 해외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린 박해수가 넷플리스 신작에서도 선 굵은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4일 공개된 '악연'에서 주연을 맡아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만 일곱번째 출연하는 박해수는 9일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저 정도면 넷플릭스 5급 공무원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벗어나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여섯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악연'에서 반전을 숨긴 사기꾼 '목격남'을 연기했다.
우연히 의문의 사고를 목격한 후 돌이킬 수 없는 거래를 하게 되는 인물로 등장했다가, 극 중후반부에서 정체를 드러내며 작품에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박해수는 "연극을 할 때부터 진폭이 크고, 갑작스럽게 변모하는 캐릭터를 좋아했다"며 "그런 역할에 도전을 많이 하다 보니, 반전이 있는 캐릭터에 캐스팅 제의를 받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의 얼굴을 보며 험한 말을 하는 게 아무리 연기여도 마음이 참 불편한데, 또 막상 연기를 하면 금기를 깨고 날개 단 듯 마음껏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재미있고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웃어 보였다.
박해수가 연기한 김범준은 돈을 벌기 위해 무고한 노인을 차로 치어 죽이고, 그 시신을 훼손해가며 또 다른 사기 행각을 벌이는 냉혈한이다.
그는 이렇듯 무섭고, 혐오스러운 캐릭터를 은근히 코믹스럽게 묘사해내고 싶었다고 했다.
박해수는 "촬영하면서 느낀 점은, 악인들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모습이 한 발짝 물러서서 보면 우스꽝스러워 보인다는 것"이라며 "이 간극에서 비롯되는 코미디 같은 느낌을 잘 살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극초반에 김범준은 약간 모자란 느낌이 풍기는 사이코패스처럼 표현하고 싶었어요. 촬영 중 너무 추워서 샀던 천 원짜리 귀마개를 소품으로 활용한 것도 제 아이디어였죠."
악역 연기는 익숙하지만, 김범준은 극악무도한 범행을 저지르는 인물이다 보니 박해수는 "촬영하는 중 정서적으로 아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단순한 악인이 아니라 마치 몸을 옮겨 다니는 악귀 같은 느낌의 캐릭터였다"며 "극한의 악을 표현해내기 위해 가장 선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기도를 정말 많이 하면서 촬영했다"고 떠올렸다.
'악연'에는 아버지를 죽여 사망보험금을 타내려는 패륜아 재영(이희준 분), 그에게 돈을 받고 살인하는 조선족 장길룡(김성균), 음주 운전 사고를 은폐하려 시신을 산에 파묻은 한상훈(이광수), 꽃뱀 이유정(공승연) 등이 등장해 서로를 이용하고 보복한다.
박해수는 극 중에서 다섯명의 주인공 모두와 한 번씩 맞붙는데, 그중 특히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로는 신민아를 꼽았다.
박해수는 김범준의 화상을 치료한 주치의 주연(신민아)이 퇴원하려는 김범준을 붙잡는 장면을 언급하며 "김범준은 다른 악인들을 마주했을 때는 주도적으로 먼저 공격하는데, 아직 빛에 서 있는 주연을 만났을 때는 저절로 손을 올리며 눈을 가리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골목에서 만났을 때도 자연스럽게 뒷걸음치게 되는 저를 보면서 선이 악을 이긴다는 것을 느꼈다. 신민아 배우가 가진 에너지 덕분에 주연의 단단함이 제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휘몰아치는 이야기 자체에 끌렸는데, '악연' 대본을 두 번째로 읽을 때는 이 작품의 메시지가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악연의 고리를 끊어내는 인물이 사실 가장 연약해 보이고 트라우마에 갇혀있는 주연이란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했죠."
박해수는 올해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 '굿뉴스' 등을 차기작으로 준비 중이다.
그는 "이제 아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며 "'폭싹 속았수다'처럼 따뜻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나, 멜로 같은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웃음 지었다.
"시간이 금방금방 지나가는데 아직 할 게 꽤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조금 더 내려놓은 것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무조건 이 작품을 성공시켜야 해'라는 느낌이 있었다면, 이젠 조금 더 시야가 넓어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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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25-04-09 16:1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