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가수 지드래곤(권지용, 36)의 K팝-테크 행보가 본격 시작된 모양새다. 지드래곤이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KAIST) 초빙교수로 임명된 데 이어, 인공지능(AI) 아바타 콘서트도 구상하고 있다.
지드래곤은 5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본원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열리는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4' 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카이스트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등 주최로 열리는 것이다. 지드래곤은 카이스트 이광형 총장, 소속사 갤럭시코퍼레이션 최용호 대표와 함께, AI 등 미래 기술 관련 연구개발 및 사업화에 대해서는 물론, 이러한 기술을 K팝에 접목하는 K팝- 테크 관련해서도 이야기했다.
이날 푸른색 정장을 입고 등장한 지드래곤은 "가수 지드래곤이다"라고 인사했다. 그러자 학생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고, 지드래곤 역시 오랜만의 공식석상에 반가움을 표한 바다.
그러면서 카이스트 첫 인상에 대해 "쉽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않느냐"라며 "어제 와서 캠퍼스를 잠깐 둘러봤다. 계속해서 놀라고 있다. 기대 이상이다. 연구하고 개발하는 현장을 보니까 내가 작업하는 환경과 비슷한 맥락으로 연결되는 것 같아서 인상 깊었다"라고 밝혔다.
|
지드래곤이 K팝-테크에 관심을 보인 만큼, 콘서트 연출 관련해서도 기술이 어떻게 이어질지 호기심을 유발하고 있다. 이에 지드래곤은 "일단 공연을 해야할 것 같다"고 말해, 학생들의 박수를 샀다.
"가수의 입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계는 정해져 있는 선에서 열심히 할 뿐"이라는 지드래곤은 "예를 들어 무대에서 여러가지 연출도 있고, 효과도 다양하다. 뒤에 LED 스크린을 통한 것들이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또 도와주지 않느냐"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마지막 콘서트를 했을 때도 기술이 좋았지만, 또 기술력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현재를 봤을 때, 너무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오히려 옵션이 많아져서 어떻게 더 재밌게 할 지가 고민인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발전된 기술로) 너무 괴리감이 느껴지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중간에서 잘 조합하고 융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라며 "기술을 쓰기 전에 내가 공연을 해야할 것"이라고 향후 공연에 대한 계획을 간접적으로 예고했다.
구체적으로는 AI 아바타 콘서트를 구상 중이라고. 지드래곤은 "나의 데이터를, 나만 알 수 있는 개인적인 디테일까지 반영된 아바타를 기획해 일반 콘서트와는 다른 개념의 무대를 만들겠다"라며 "콘서트의 가장 큰 목적인 현장감과 생동감을 살릴 수 있도록 AI 기술을 도입해 이를테면 '부캐'(본래 정체성이 아닌 부캐릭터)와 같은 콘텐츠를 도입할 것이다. 동시다발적으로 저를 소환한다든지, 진짜 제가 누구인지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재미있는 콘서트를 만들겠다"고 첨언했다.
실제 소속사 갤럭시코퍼레이션도 내년 말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연장 '스피어'에서 지드래곤의 AI 콘서트를 연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용호 대표는 지드래곤과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 참석한 것을 떠올리며 "연초에 지드래곤과 함께 스피어돔을 경험했다. 많은 놀라움을 가졌다. '미래의 공연장이란 이런 게 아닐까, 넥스트 콘서트는 어떤 것일까'로 보게 됐다. 지드래곤이 내년 말 목표로 스피어돔에 AI 콘서트라는 새로운 개념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세상 사람들과 더 다양한 소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 기다려주시면 고마울 거 같다"고 귀띔했다.
지드래곤 역시 당시 기억을 더듬으며 "그날 하루 동안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울러 볼 수 있어 신기했다"며 "음악과 관련한 일들에 대한 비전을 넓힐 좋은 기회였다"고 전했다.
공연과 더불어, 지드래곤의 컴백이 가장 큰 관심사다. 지드래곤은 올해 하반기 컴백을 목표로, 현재 새 앨범을 준비 중이다. 지드래곤이 국내에서 솔로 앨범을 발표하는 것은 2017년 두 번째 미니앨범 '권지용' 이후 약 7년 만이다. '하트브레이커', '그XX', '무제', '니가 뭔데', '삐딱하게', '소년이여', '크레용'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지드래곤이 이번에는 어떤 솔로곡으로 대중의 귀를 사로 잡을지 기대가 모인다.
지드래곤은 '교수 권지용'이 아닌, '아티스트 권지용'을 언제 볼 수 있냐는 질문에 "저도 물어보려고 했다. 알고리즘을 만들어 주시면 저도 알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농담이다.곧, 곧, 곧"이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
이로 인해 지드래곤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로서의 경험과 삶을 공유하고 구성원과 소통할 수 있는 문화행사를 여는가 하면, 카이스트의 다양한 기술을 예술과 문화콘텐츠에 접목하는 공동연구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KAIST-갤럭시코퍼레이션 엔터테크연구센터'(가칭)를 기계공학과 내에 설립할 계획이다. 지드래곤을 시작으로 한류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트윈 기술(Digital Twin·현실 세계의 기계, 장비, 사물 등을 가상 세계에 구현한 기술) 연구, K-컬처와 인공지능·로봇·메타버스 등 과학기술 융합 연구, 최신기술을 활용한 차별화된 아티스트 아바타 개발 등 연구를 진행한다.
지드래곤은 "오래 안 살았지만,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아직 어리둥절하다"라며 "어릴 때 나름 천재 소리 들었는데, 나는 천재가 아니다. 여기 계신 학생들이 진짜 천재지 않나. 이제 같이 어울리면 천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많이 배우면 좋겠다"라고 초빙교수로 임명된 소감을 밝혔다.
또 "학생들과 같은 분야는 아니지만, 창의를 가지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같다. 개인뿐 아니라, 모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 주는 형이 되고 싶다. 중간 다리 역할을 하겠다"라며 "과학은 잘 모른다. 내 직업이 대중가수니, 일반 대중이 생각하기 어려운 걸 나라는 매개체를 통해 쉽게 이해하게 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