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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정유나 기자]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와 자회사 어도어 간 경영권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의 주도로 어도어 측이 경영권 탈취 계획, 주술 경영 등을 했다며 25일 관련자들에 대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에 민희진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찬탈 계획도, 의도도, 실행한 적도 없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하이브와 민 대표의 진실 공방이 본격적으로 진흙탕 폭로전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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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나눈) 사담을 진지한 것으로 포장해 저를 매도한 의도가 궁금하다"며 "내가 하이브를 배신한 게 아니라 하이브가 날 배신한 것이다. 빨아먹을 만큼 빨아먹고 찍어 누르기 위한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이게 배임이 될 수가 없다"며 "나는 일을 잘한 죄 밖에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민 대표는 "실적을 잘 내고 있는 계열사 사장인 나를 찍어내려는 하이브가 배임"이라며 "(일련의 사태가) 제 입장에서는 희대의 촌극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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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가 하이브와 이상한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저한테는 올무다. (계약에서) 팔지 못하게 묶어둔 (내 지분) 18%로 경영권을 찬탈한다고 X소리를 하고 있는데, 그게 노예 계약처럼 걸려 있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는 "그 계약 때문에 제가 하이브를 영원히 못 벗어날 수 있다고 압박받는 상황에서 뉴진스를 카피한 아일릿까지 나왔다. 나를 말려 죽이겠다는 것을 느꼈다"며 문제의 대화록과 문건은 그런 상황에서 '노는 얘기'처럼 나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 대표는 쏘스뮤직 산하 르세라핌 데뷔 과정에서 뉴진스 홍보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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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대표는 "무속인이 무슨 불가촉천민도 아니지 않냐. 전 원래 점 보러 안 다닌다. 제가 하이브 때문에 정신과에 다녔는데 그래도 시원함이 안 풀리더라. 거기 가면 궁금한 거 물어보지 않나. 답답해서 고민 상담을 한 거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무속인에게 방탄소년단의 군 입대 가능성을 물어본 것에 대해서는 "좀 이상한 말일 수 있지만, 뉴진스에 대한 엄마 마음이었다"며 "자식만 생각했을 때 하이브가 나한테 너무 지긋지긋하게 구니까 하이브의 에이스인 방탄소년단이 없는 상황에서 뉴진스가 활동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었다"고 해명했다. 또 "이것은 개인 사찰이다. 이에 대해 고소할 것"이라며 "그 무속인도 제 지인인데 무속인인 사람이다. 무속인인 사람을 지인으로 두면 안 되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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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는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계획과 투자자 접촉 사실이 담겨 있다며 카카오톡 대화록 등을 이날 근거로 제시했다. 민 대표가 경영진에게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이브를 압박할 방법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하이브는 전했다. 이 지시에 따라 아티스트(뉴진스)와의 전속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방법, 어도어 대표이사와 하이브 간 계약을 무효로 하는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는 게 하이브의 주장이다.
하이브는 '경영권 탈취 모의 정황'이라며 민 대표와 어도어 부대표 A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록도 공개했다.
또한 하이브는 민 대표가 무속인에게 코치를 받아 이른바 '주술 경영'을 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이브 주장에 따르면 이 무속인은 민 대표와 대화에서 "앞으로 딱 3년간 '언냐'(언니)를 돕겠다"며 "딱 3년 만에 기업 합병되듯 가져오는 거야"라고 말했다.
특히 민 대표가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병역 이행에 대해서도 무속인과 의견을 나눴다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BTS 군대 갈까 안갈까'하고 묻기도 하고, "걔들(방탄소년단)이 없는 게 나한테 이득일 것 같아서"라고 했다는 것이다. 또한 하이브는 어도어 채용 전형에도 이 무속인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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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당사는 모든 주장에 대해 증빙과 함께 반박할 수 있으니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일일이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대화 제의가 없었다', '이메일 답변이 없었다'는 등의 거짓말을 중단하고 요청한 대로 정보 자산을 반납하고 신속히 감사에 응해 달라"며 "이미 경영자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 만큼, 어도어의 정상적인 경영을 위해 속히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아티스트(뉴진스)와 부모를 지속해서 언급하는 것은 아티스트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니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jyn20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