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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국 특유의 정서 '인연'이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특히 '패스트 라이브즈'는 제39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된 이후 동시에 전 세계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세계 각국의 영화제에서 64관왕 18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주목받고 있는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는 3월 10일(현지 시각)에 열리는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인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갱상 두 부문 후보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역대 아카데미 노미네이션 중 감독 및 작가로서 장편 데뷔 작품이 작품상과 갱상에 동시에 노미네이트 된 건 셀린 송 감독이 네 번째이며 아시아계 여성 감독으로 첫 번째 기록이다. 한국계 감독의 작품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로 선정된 사례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이후 세 번째이고 한국계 여성 감독으로는 첫 번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돼 의미를 남겼다. 현재 '패스트 라이브즈'는 전 세계 75관왕 210개 노미네이트라는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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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범 영화사업부장은 "'기생충' 이후 한국 영화 자산과 노하우를 북미 시장에 어떻게 하면 진출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에 이 작품을 만났다. 한국적인 정서가 해외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치열함이 있었던 작품이어다. 한국 배급사로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작품에 참여한 계기를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 시장이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예전의 사업을 보여주기 보다는 원점에서 작품 자체의 가치를 보고 이 작품을 찾는 관객이 누가 있을까를 찾는 것 같다. 작품 자체를 보려고 하고 있다. 영화관에 적합한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집중해 기획하고 있다. CJ ENM은 90년대 영화 사업을 시작한, 초심의 마음으로 사업을 이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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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라이브즈'를 연출하게 된 셀린 송 감독은 "어느 날 밤에 한국에서 놀러온 어린시절 친구, 미국에 사는 남편과 같이 술을 마셨다. 두 사람 사이에서 대화를 해석해줬다. 거기에서부터 '패스트 라이브즈'가 시작됐다. 사람들이 내 영화를 보러 와서 의미를 가지려면 나 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패스트 라이브즈'는 이민자의 이야기다. 어떤 시간과 공간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이사나 이민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를 보면 누구든 이런 부분에서 느끼는 감정이 있고 그 감정이 다를 것 같다. 한 가지 답이 있는 영화는 아니다. 또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어 정말 좋았다. 한국의 영화인들과 크루를 만들고 영화를 만들 때 고향에 온 기분이었다. 이 모든 작업의 자체가 신기하고 즐거웠다"고 곱씹었다.
더불어 영화의 주제인 '인연'에 대해 셀린 송 감독은 "'인연'이라는 단어를 영화에서 쓴 이유는 그 단어 밖에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두 주인공의 관계는 '인연'이라는 단어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인연'은 한국어지만 이 감정은 전 세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다. 그 감정을 알고 있었지만 그 감정의 이름을 알지 못했을 뿐이다. 그래서 이 단어를 해외 관객이 단숨에 이해한 것 같다. 해외 관객에게 '인연'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내 감정을 솔직하게 담으려고 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감정의 균형을 잡는게 가장 중요했다. '패스트 라이브' 속 영상미는 영화를 만들면서 찾아나는 과정에 발견하게 된 것 같다. 첫 데뷔작을 하면서 내가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배우게 됐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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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패스트 라이브즈'는 내 인생을 바꿔주는 작품인 것 같다. 이런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다. 내가 해성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인연이라는 철학을 이해해야 했다. 이 작품 이후 일을 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기술적으로 작품을 대했다면 이 작품 이후에는 나의 개인 철학과 위치, 생각 등을 많이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친 작업이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작품을 향한 애정을 전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는 3월 6일 국내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