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섬뜩한 유해진과 깊어진 류준열"…'올빼미' 신박한 조선 광기 스릴러의 등판 [SC리뷰]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2-11-14 16:58 | 최종수정 2022-11-16 07:22



충격적인 역사적 사실에 신박한 상상력을 켜켜이 입힌, 결이 다른 조선판 스릴러가 등판했다.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 '올빼미'가 23일 개봉한다.

11월 흥행작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 맞설 한국 영화 기대작인 '올빼미'는 조선 왕가의 의문사인 소현세자의 죽음에 새로운 캐릭터와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만든 서스펜스 스릴러로 완벽한 위용을 갖췄다.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 같았다'라는 인조실록의 기록 한 줄로 시작된 '올빼미'는 낮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밤에만 희미하게 볼 수 있는 주맹증 침술사 캐릭터를 내세워 신선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주맹증 침술사의 활약은 대단했다. 오직 밤에만 눈을 뜨는, 어둠 속에서만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낮저밤이' 캐릭터는 소현세자의 살인 현장에서 상상 이상의 긴장과 공포를 선사하며 스릴러 장르가 가진 영화적 쾌감을 배가시킨다. 보고도 못 본 척하며 살아야 하는 가장 밑바닥의 사람이 광기의 세상 속에서 비로소 각성하는 모습도 보는 이들에게 많은 메시지와 여운을 남긴다. '올빼미'로 첫 연출작을 꺼낸 안태진 감독은 소현세자의 죽음과 주맹증이라는 소재를 영리하게 배치, 사극 스릴러의 신기원을 열었다.

이러한 독특한 설정의 스토리는 유해진, 류준열이라는 '천의 얼굴'을 통해 더욱 화려하게 빛난다. 이미 전작 '택시운전사''봉오동 전투'(19, 원신연 감독)를 통해 완벽 호흡 자랑한 두 배우지만 세 번째 호흡을 맞춘 '올빼미'에서는 전작들과 전혀 다른 시너지와 분위기로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더했다. 뜨겁게 타오르는 유해진과 서늘하게 눌러내는 류준열의 온도 차가 '올빼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특히 '올빼미'에서 조선의 16대 왕 인조로 변신한 유해진은 1997년 영화 '블랙잭'으로 데뷔한 이후 25년간 쌓아 올린 수많은 필모그래피 중 가장 인상적이고 압도적인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병자호란 당시 삼전도의 굴욕으로 큰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인조를 연기한 유해진은 8년 만에 귀국한 아들 소현세자(김성철)와 갈등을 빚으며 폭주하는 캐릭터로 소름 돋는 열연을 펼쳤다. 세자의 죽음 이후 불안함과 공포로 안면이 마비되는 구안와사를 연기한 유해진은 보는 이들의 안면까지 얼얼하게 만들 정도로 섬뜩한 광기로 영화 내내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자아냈다.

'올빼미'로 첫 맹인 연기에 도전한 류준열 역시 제한된 신체 조건 속 캐릭터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시각을 포기하고 오감을 동원한 열연으로 '올빼미'를 이끈 류준열은 30대 배우 중 가장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영특한 배우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 밖에 소현세자 역의 김성철, 어의 이형익 역의 최무성, 후궁 소용 조씨 역의 안은진 등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미친 연기력을 과시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