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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이우주 기자] '유퀴즈' 진선규가 아내 박보경 덕에 이겨낸 무명 생활을 떠올렸다.
'범죄도시'로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은 직후 수상소감도 화제가 됐다. 진선규는 "후배들 말 들어보면 대학로가 들썩였다더라. 극단 식구 뿐 아니라 대학로에 '와' 하는 소리가 들렸다더라"라며 "전 그 수상소감을 아직도 못 봤다. 이상하게 부끄럽기도 하더라. 상을 받으면 조리 있는 소감을 준비했어야 하는데 바보 같아 보였다"고 토로했다.
당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라'였다고. 하지만 진선규는 "어디로 가야 할 지도 모르는데 노 젓기 전에 지도를 다시 봐야 할 것 같았다. 제가 가야 할 방향도 보고 배도 넓혀서 동료들을 태워서 같이 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며 "시선도 달라지고 달라져있는 내 모습이 무서웠다. 상을 받고 아내가 안아주면서 '정신차려'라고 했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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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규는 "진짜 돈이 없어서 200만원을 은행에 빌리러 갔을 때. 그때는 카드가 연체됐을 때였다. 200만원도 못 빌려서 은행에서 머뭇거렸던 순간 많이 울었다. 내가 가장이 됐는데 한 사람을 책임 못 지고 있구나 하는 자괴감도 있었다. 근데 아내의 그 덤덤함 덕분에 쓸쓸함도 있었지만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더 컸다"고 떠올렸다.
당시를 떠올린 박보경은 "아무렇지 않은 일이었다. 고3때 엄마가 해준 금 목걸이가 생각나서 그걸 팔아서 쌀을 사왔다.아무 일도 아니었다"고 의연하게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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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경은 "누가 10여년 만에 연기하는 거라고 물어오시는데 저는 제가 연기를 안 한지 10년이 넘은 것도 몰랐다. 다시 연기를 할 수 있을지는 더 몰랐다. 미팅을 하고 오디션장을 가고 동화책이 아닌 대본이 손에 있다는 거에서 실감이 나서 한참 대본을 품에 안고 있었다. 내가 연기를 좋아했던 사람이었다는 걸 몰랐다"며 "딸이 요즘 물어본다. 아빠 직업이 배우란 건 아는데 엄마가 어느 날 TV에 나오니까 '엄마도 꿈이 배우였어?'라고 물어본다. '엄마도 꿈이 배우였어. 그리고 지금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됐다. 그래서 좋고 감사하다"고 감격했다.
이에 진선규도 또 하나의 꿈이 생겼다. 진선규는 "이젠 배우 박보경이 꿈꾸는 걸 이룰 수 있게 장을 열어주고 싶다. 외조도 잘 해서 아내가 좋은 연기, 좋은 작품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며 "이제는 꿈을 펼쳐 애들은 내가 보고 있으면 되니까"라고 배우 박보경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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