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고달픈 할리우드 개척→기적같은 K-콘텐츠 인기"…'자백' 김윤진, '스릴러 퀸'의 자부심(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2-10-20 10:49 | 최종수정 2022-10-20 13:59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웰메이드 스릴러에 대한 자부심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스릴러 퀸' 김윤진(49)의 선택은 탁월했고 결과는 완벽했다.

스릴러 영화 '자백'(윤종석 감독, 리얼라이즈픽쳐스 제작)에서 밀실 살인사건의 유일한 용의자 유민호(소지섭)의 무죄를 입증할 승률 최고의 변호사 양신애를 연기한 김윤진. 그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자백'을 선택한 이유부터 작품에 쏟은 열정과 노력을 밝혔다.

'자백'은 스페인 범죄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17, 오리올 파울로 감독)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밀실 살인 사건의 용의자인 남자와 그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승률 100% 변호사가 숨겨진 사건의 조각을 맞춰나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치밀한 구성과 단 한 순간도 눈 뗄 수 없게 만드는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로 각색된 '자백'은 국내 정서에 맞는 스토리와 캐릭터를 통해 촘촘한 서스펜스 스릴러를 완성, 10월 마지막 극장가를 찾았다.

특히 '자백'은 '세븐데이즈'(07, 원신연 감독) '이웃사람'(12, 김휘 감독) '시간위의 집'(17, 임대웅 감독)을 통해 '스릴러 퀸'으로 거듭난 김윤진이 5년 만에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로 컴백해 기대를 모았다. 냉철한 직관과 논리적인 판단력으로 유죄도 무죄로 바꾸는 최고의 변호사로 변신한 김윤진. 용의자 유민호의 진술에서 허점을 발견하고 사건을 재구성하며 그의 무죄를 위한 토대를 만들어가는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미국 ABC 드라마 '로스트'로 미국 배우조합상 TV드라마 시리즈 부문 앙상블상을 수상하며 원조 '월드 스타'로 자리매김한 김윤진은 '자백'을 통해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중심인물이 되어 또 한 번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자백'으로 오랜만에 스릴러 장르로 컴백한 김윤진은 "처음 '자백' 시나리오를 읽을 때 '내가 잘못 봤나?' 할 정도로 반전에 놀랐다. 반전을 보면서 '어머!' 탄성이 터지기도 했다. 사실 우리 영화는 윤종석 감독도 말했지만 반전에 집중하는 영화가 아니다. 원작이 워낙 뛰어난 영화고 반전에 이어 엔딩까지 쿨하게 끝나는 게 매력적이다"며 "윤종석 감독도 반전에 집중하고 싶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다만 캐릭터마다 감정선에 집중하고 싶었다는 말을 했다. 시나리오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고 책을 읽은 뒤 원작이 있다고 들어서 원작도 봤다. 원작을 보니 윤종석 감독에게 더욱 신뢰가 가더라. 정서를 한국적으로 잘 각색해 놀랐고 후반부가 원작과 다르다는 부분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너무 똑같이 만들면 굳이 볼 필요가 없지 않나? 이건 다른 영화를 본 느낌이 들어서 완성본이 시나리오만큼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장면은 대본보다 잘 나온 것 같아 너무 좋았다"고 자평했다.

그는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자백'은 지금의 엔딩에서 더 나아간 엔딩이 있었는데 과감히 더 나아간 엔딩을 없앴다. 우리 작품은 엔딩이 쿨해서 좋았다. 감정에 호소하지 않아 좋았다. 원래 엔딩은 과거로 돌아가고 울컥하는 엔딩이 있었다. 그런데 윤종석 감독이 쿨하게 가자고 해서 과감하게 뺐다. 덕분에 잘 빠진 서스펜스 스릴러가 나온 것 같다. 스스로 웰메이드라는 말을 쓰긴 부끄럽지만 엔딩을 쿨하게 가서 자꾸 쑥스럽지만 내 입으로 웰메이드라고 하게 되는 것 같다"고 자신했다.

'자백'에서 호흡을 맞춘 소지섭에 대한 애정도 가득했다. 김윤진은 "우리가 비슷한 시기에 일을 시작 했다. 나에게 소지섭은 키 크고 잘생기고, 간지나는 멋진 배우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자백'을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 감히 말하자면 현장에서 '소간지의 역대 톱3 영화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소지섭을 감싸는 조명까지 굉장히 묵직함이 느껴지더라"고 감탄을 자아냈다. 이어 "소지섭이 '자백'으로 스릴러 장르를 처음 시작했는데 앞으로 스릴러 대본 많이 들어올 것 같다고 현장에서 이야기하기도 했다. 우리끼리 앞으로 '소간지'가 아니라 '스간지(스릴러 소간지)'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본인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는 수식어인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나는 우리 영화를 보면서 '벌써 끝났어?'라고 깜짝 놀라 일어나기도 했다. 정말 시간 순삭 느낌이 들었다. 집중하고 보니까 속도감에 빨려 들어간 느낌이었다. 내 얼굴이 어떻게 나오고 이런 걸 전혀 못 봤다. 평상시보다 거칠게 나온 것 같은데 디테일하게 볼 틈을 안 준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자백'에 임한 김윤진의 자세도 특별했다. 실제로 '자백' 시나리오 속 대사를 모두 외워 동료 소지섭을 깜짝 놀라게 했던 후문. 이와 관련해 "사실 드라마는 대본을 전체 외우는 게 힘들지만 영화는 촬영이 들어가기 전 시나리오를 다 외우고 들어가는 편이다. 이번 영화는 유독 대사가 많긴 했다. 나름 현장에서 선배인데 버벅거리면 창피하지 않나? 윤종석 감독이 오랜만에 준비한 작품이라 그 열정과 절실함이 잘 느껴져서 내게도 전파가 된 것 같다. 다른 작품도 다 소중하지만 윤종석 감독이 잘하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돼 열심히 안 할 수 없었다"고 웃었다.

그는 특히 이 작품에서 힘들었던 순간에 "감정적으로 절실함이 묻어나게 보여야 했다. 그래서 촬영 전 순식간에 몇 킬로를 빼야 했다. 아주 짧은 시간에 조각조각 난 영혼을 설명해야 했고 그런 부분을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비주얼적으로 보이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굶어서 뺐다. 내 비주얼을 통해 양신애의 상황이 좀 더 절실함이 나타나길 바랐다"고 노력을 전했다.


남다른 스릴러 사랑도 전했다. 김윤진은 "나는 스릴러 장르를 굉장히 좋아한다. 물론 작품을 선택할 때는 일단 시나리오를 읽고 그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개인적인 취향이 스릴러를 좋아해서 이쪽 장르를 선택하는 것도 있지만 그걸 굳이 의식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소지섭이 비로소 소간지를 즐긴다고 했는데 나도 언젠가는 '스릴러 퀸'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래도 아직은 부담스럽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스릴러 퀸'이라는 수식어를 받아들이는 날이 올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지금의 자신에게 '스릴러 퀸'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해준 '세븐데이즈'에 대해서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김윤진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내게 대표작이 있다는 것 아닌가. 아직도 영화 데뷔작 '쉬리'(99, 강제규 감독)를 이야기하는 분도 있다. 어렸을 때는 '쉬리'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배우로서 무난하게 잘 출발할 수 있게, 한국에서 거주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지 않나?"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쉬리'가 없었으면 미국에서 활동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세븐데이즈' 전에는 한국 영화 스릴러는 다 망한다고 했다. '세븐데이즈' 이후 '추격자'가 한국 스릴러의 못을 박았고 이후로는 '한국 스릴러 이제부터 된다'가 됐다. 정말 나에게는 자랑스러운 작품이다"고 곱씹었다.


마지막으로 김윤진은 원조 '월드 스타'로서 지금의 K-콘텐츠 신드롬에 대해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는 "지금의 인기는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K-콘텐츠의 기적이다. 이 기회가 왔을 때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나는 진심으로 미국 ABC 드라마 '로스트'를 촬영할 때 낯선 환경은 물론 그곳의 모든 사람에게 나를 설명해야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힘들었다. 침대에 누워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한국 이길 바랐다. 내가 굳이 설명을 안 해도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랐다. 그랬던 시간이 지나 지금 벌어지는 'K-콘텐츠'의 신드롬은 정말 기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처럼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영국 드라마가 여우주연상을 타는 것과 같은 것 아닌가? 지금 그런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2004년에는 정말 있을 수 없었던 일이었다. 또 탕웨이도 그렇다. 그가 한국 영화에 출연했지만 한국 사람이 아님에도 한국 영화에서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다양한 세계, 문화가 우리에게도 많이 익숙해진 것 같다.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 드라마와 영화를 굳이 찾아보고 응원하고 팬덤이 생기는 것에 개인적으로 너무 기쁘다. 한편으로는 '내가 10년만 어렸어도'라는 아쉬움도 있다"고 농담을 건넸다.

'자백'은 소지섭, 김윤진, 나나, 최광일이 출연했고 '마린보이' '복수의 엘레지'의 윤종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6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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