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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웰메이드 스릴러에 대한 자부심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스릴러 퀸' 김윤진(49)의 선택은 탁월했고 결과는 완벽했다.
특히 '자백'은 '세븐데이즈'(07, 원신연 감독) '이웃사람'(12, 김휘 감독) '시간위의 집'(17, 임대웅 감독)을 통해 '스릴러 퀸'으로 거듭난 김윤진이 5년 만에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로 컴백해 기대를 모았다. 냉철한 직관과 논리적인 판단력으로 유죄도 무죄로 바꾸는 최고의 변호사로 변신한 김윤진. 용의자 유민호의 진술에서 허점을 발견하고 사건을 재구성하며 그의 무죄를 위한 토대를 만들어가는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미국 ABC 드라마 '로스트'로 미국 배우조합상 TV드라마 시리즈 부문 앙상블상을 수상하며 원조 '월드 스타'로 자리매김한 김윤진은 '자백'을 통해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중심인물이 되어 또 한 번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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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에서 호흡을 맞춘 소지섭에 대한 애정도 가득했다. 김윤진은 "우리가 비슷한 시기에 일을 시작 했다. 나에게 소지섭은 키 크고 잘생기고, 간지나는 멋진 배우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자백'을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 감히 말하자면 현장에서 '소간지의 역대 톱3 영화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소지섭을 감싸는 조명까지 굉장히 묵직함이 느껴지더라"고 감탄을 자아냈다. 이어 "소지섭이 '자백'으로 스릴러 장르를 처음 시작했는데 앞으로 스릴러 대본 많이 들어올 것 같다고 현장에서 이야기하기도 했다. 우리끼리 앞으로 '소간지'가 아니라 '스간지(스릴러 소간지)'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본인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는 수식어인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나는 우리 영화를 보면서 '벌써 끝났어?'라고 깜짝 놀라 일어나기도 했다. 정말 시간 순삭 느낌이 들었다. 집중하고 보니까 속도감에 빨려 들어간 느낌이었다. 내 얼굴이 어떻게 나오고 이런 걸 전혀 못 봤다. 평상시보다 거칠게 나온 것 같은데 디테일하게 볼 틈을 안 준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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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에 임한 김윤진의 자세도 특별했다. 실제로 '자백' 시나리오 속 대사를 모두 외워 동료 소지섭을 깜짝 놀라게 했던 후문. 이와 관련해 "사실 드라마는 대본을 전체 외우는 게 힘들지만 영화는 촬영이 들어가기 전 시나리오를 다 외우고 들어가는 편이다. 이번 영화는 유독 대사가 많긴 했다. 나름 현장에서 선배인데 버벅거리면 창피하지 않나? 윤종석 감독이 오랜만에 준비한 작품이라 그 열정과 절실함이 잘 느껴져서 내게도 전파가 된 것 같다. 다른 작품도 다 소중하지만 윤종석 감독이 잘하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돼 열심히 안 할 수 없었다"고 웃었다.
그는 특히 이 작품에서 힘들었던 순간에 "감정적으로 절실함이 묻어나게 보여야 했다. 그래서 촬영 전 순식간에 몇 킬로를 빼야 했다. 아주 짧은 시간에 조각조각 난 영혼을 설명해야 했고 그런 부분을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비주얼적으로 보이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굶어서 뺐다. 내 비주얼을 통해 양신애의 상황이 좀 더 절실함이 나타나길 바랐다"고 노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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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금의 자신에게 '스릴러 퀸'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해준 '세븐데이즈'에 대해서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김윤진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내게 대표작이 있다는 것 아닌가. 아직도 영화 데뷔작 '쉬리'(99, 강제규 감독)를 이야기하는 분도 있다. 어렸을 때는 '쉬리'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배우로서 무난하게 잘 출발할 수 있게, 한국에서 거주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지 않나?"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쉬리'가 없었으면 미국에서 활동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세븐데이즈' 전에는 한국 영화 스릴러는 다 망한다고 했다. '세븐데이즈' 이후 '추격자'가 한국 스릴러의 못을 박았고 이후로는 '한국 스릴러 이제부터 된다'가 됐다. 정말 나에게는 자랑스러운 작품이다"고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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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처럼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영국 드라마가 여우주연상을 타는 것과 같은 것 아닌가? 지금 그런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2004년에는 정말 있을 수 없었던 일이었다. 또 탕웨이도 그렇다. 그가 한국 영화에 출연했지만 한국 사람이 아님에도 한국 영화에서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다양한 세계, 문화가 우리에게도 많이 익숙해진 것 같다.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 드라마와 영화를 굳이 찾아보고 응원하고 팬덤이 생기는 것에 개인적으로 너무 기쁘다. 한편으로는 '내가 10년만 어렸어도'라는 아쉬움도 있다"고 농담을 건넸다.
'자백'은 소지섭, 김윤진, 나나, 최광일이 출연했고 '마린보이' '복수의 엘레지'의 윤종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6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