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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글리치' 노덕 감독이 전여빈과 나나에 대해 언급했다.
노덕 감독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글리치'(진한새 극본, 노덕 연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어 "의지할 곳이 없는 심정적으로 비슷한 직업이라 생각하는데 거기서 느끼는 외로움들이 분명 있다. 각자가 가진 외로움이라는 것이 자기 안에서만 잘해도 외롭고 못해도 외롭고, 못하면 더 외롭고, '내가 잘못해서 그랬어' 자책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것을 끝없이 자기 안에서만 찾는 것은 너무 긴 과정과 자기 인내와 자기와의 싸움이 동반되는 것 같다. 옆에서 누군가가 한명 있다는 것이, 사람이든 동물이 됐든 물체가 됐든 하나 있다는 것이 좀 약간 어마어마한 것 같다. 근데 그런 것을 알고 있다면, 저는 내가 누군가에게도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하면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특히 '글리치'는 노덕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으로 영화 연출보다도 곱절의 시간과 노력이 쏟아졌다. 노덕 감독은 "이 작품을 하면서 '글리치' 연출을 영화보다 두 세배가 걸리는 시간동안 작업하며 내면에서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배우를 대하는 방식이나 스태프들과 일하는 방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 그 전에는 저의 작품을 열심히 잘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현장에 있을 때는 그랬는데 이번에는 그러면서도 동시에 저 친구들과 스태프들이 가진 고민에 내가 누군가의 보라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먼저 믿어주고 하는 부분이 저에게도 생긴 것 같고, 그게 확실히 그들에게 힘이 되는구나를 체감했다.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노덕 감독은 '찰떡 캐스팅'이라 말했던 전여빈과 나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노덕 감독은 "여빈이 같은 경우에는 이 이야기가 쉽지 않은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들어왔는데 사실 캐릭터도 쉬운 캐릭터는 아니었다. 보통 저는 영화를 했으니, 영화 안에서의 인물을 생각하면 목적성이 뚜렷해야 하는 사람들이고 인물이 어떤 목적성을 갖느냐에 따라 인물의 성격을 규정할 수 있잖나. 이 작품에서 제가 만난 지효는 제가 지효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스스로 느끼고 있구나. 내가 이 친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게 정리가 되고 구현이 되면 이 배우, 저 배우가 생각이 났을 수 있을 거다. 그러기 전에 어떻게 보면 전여빈이란 강력한 회사와 작가님의 톤이 있었다. 처음부터 '아 내가 어려워하는 이 캐릭터와 전여빈이란 사람을 처음부터 대입하며 생각'하게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 왜 작가님이 전여빈을 생각하고 쓰셨고 그런 것이 설득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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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본 리딩 날에는 쾌재를 불렀다고. 노덕 감독은 "끝났다. 보라는 이것으로 끝났다 싶었다"며 밝게 웃었다.
스타일링부터 완벽한 허보라였다. 히피펌을 한 헤어스타일부터 의상까지도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노덕 감독은 "제 기억이 맞다면 헤어 같은 것은 나나 배우가 제안을 했다. 그런 그림이 떠올려졌다고 했고 의상 콘셉트에 대해서는 실장님의 강력한 '이렇게 가고 싶다'는 것이 있었다. 보라는 의상이나 분장이 하고 싶은 게 많은, 만나기 어려운 캐릭터라서 의견들과 아이디어들을 열어둔 상태에서 자유롭게 얘기했었다. 어디의 룰을 따라도 되지 않는 패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서 굉장히 그 팀들이 신나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타투 같은 거는 제가 생각이 났던 것 같다. 그게 저는 저의 아주 옛날에 들었던 타투의 설정, 기원이라는 것 때문에 생각이 났는데 타투라는 것이 우리가 어머니, 아버지에게서 받은 수동적인 몸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자기 몸에 의도적으로 상처를 내고 의미를 각인해서 새로운 몸으로 태어난다는 의미를 들은 것이 기억나서 보라 캐릭터에 어울리는 설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디어를 회의하며 풍부하게 나온 스타일링이었다"고 했다.
두 사람의 관계에도 관심이 쏠렸다. 누군가는 사랑이라고, 누군가는 우정이라고 말하는 애매모호한 관계를 전여빈은 "정의하지 않고 무한해지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노덕 감독은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다. 얘네는 동창이고 친구고 그렇게 단순히 접근했다. 그런데 저도 이들을 지켜보면서 뭔가 내가 생각한 것 그 이상이 있네, 그 관계를 생각했고 작가와도 앞으로 많은 회차가 남아 있는 상황이었고, 얘네들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관계가. 사실 작가의 관심사는 이들의 관계가 어디까지 가느냐가 있지 않았다. 현장에서 연출하는 입장에서 수위조절 때문에 궁금했던 지점인데 크게 거기에 관심이 있지 않네 생각하고, 어쩌면 그런 생각도 했다. 후반이 아직 오리무중, 아직 거기까지 가지 않은 상태에서 파이트클럽처럼 사실은 한몸이었던 것 아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지효가 자기 어렸을 때 생각해낸 가상의 친구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까 관계적으로 열리더라. 이게 두명이 아니고 애초에 한 명일 수 있는 것이고, 우정일 수도 있고, 감정적으로 깊은 관계일 수도 있고, 거기까지 생각이 열리니까 규정을 한다는 것이 좁은 의미처럼 느껴져서 거기서 좀 해방이 됐던 것 같다. 이 수위를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라고 말했다.
'글리치'는 외계인이 보이는 지효와 외계인을 추적해온 보라가 흔적 없이 사라진 지효 남자친구의 행방을 쫓으며 '미확인' 미스터리의 실체에 다가서게 되는 4차원 그 이상의 추적극을 담은 작품. 7일 공개된 이후 국내 톱10 2위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특히 '글리치'는 '인간실격'을 썼던 진한새 작가와 '연애의 온도', '특종 : 량첸살인기' 등으로 관객들만을 만나왔던 노덕 감독이 손을 잡은 작품. 노덕 감독은 '글리치'를 통해 처음으로 드라마에 도전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