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여러 문 열려 있어"..'오징어 게임'→'수리남'으로 연 박해수의 글로벌 행보 (종합)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2-09-20 15:12 | 최종수정 2022-09-21 07:21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박해수(41)가 '오징어 게임', 그리고 에미상을 통해 더 넓은 꿈을 꾸게 됐다.

박해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주역으로서 세계에서의 인기를 휩쓸었고, 지난 13일(한국시간) 진행된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수상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오징어 게임' 팀은 이정재의 남우주연상, 황동혁 감독의 감독성 수상을 포함해 총 6관왕을 기록하며 '최초의 역사'를 함께 썼다. 그 자리에 있던 박해수 또한 글로벌 시청자들을 홀린 주역. 특히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 시리즈와 '야차' 등으로 여섯 작품을 넷플릭스와 함께하며 '넷플릭스의 공무원'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 박해수는 '오징어 게임'에 이어 '수리남'까지 흥행시키며 명실상부 글로벌 배우로 자리잡았다. 지난 9일 공개된 뒤 전세계 순위에서 상위권을 유지 중인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박해수는 수년간 추적해온 '전요환'(황정민)을 잡기 위해 마지막 강수를 띄운 국정원 미주지부 남미 팀장 '최창호' 역으로 분했다. 검거를 위한 최후의 방법으로 민간인 '강인구'(하정우)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스스로도 국제 무역상 '구상만'으로 신분을 위장해 '강인구'의 사업 파트너로서 '전요환'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하게 되는 인물이다.

박해수는 자신이 연기한 최창호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왔다. 민간인인 K씨에 비해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 없는 국정원 요원이기에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했다. 박해수는 "가족이 없었을 것이고, 미주 팀장으로 있었고 전요환만을 쫓았으니, 이걸 집착이라고 생각하고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다. 국가에 대한 헌신을 가진 캐릭터만을 만들기는 어려웠다. 제가 동기부여가 안 생겼다. 그래서 '너희들 때문에 얼마나 한국 여권이 더러워졌는지 알아?'라는 대사도 들어갔다. 단순히 민간인을 전쟁터에 넣으며 국가에 대한 헌신만으로 했을 것 같지는 않았고, 전요환을 잡으려는 집착과 책임감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최창호와 구상만을 오가는 1인 2역에 가까운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박해수는 "두 인물을 분리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 한 인물이었고, 정말로 1인 2역으로 연기를 엄청 잘하는 국정원 요원이 아니다 보니, 제가 가진 것 안에서 장난스러움을 표현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의상 콘셉트 회의도 하고, 대사들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다. 최창호의 대사들은 조금 더 국정원스럽게 만들었고, 구상만은 감독님이 쓰신대로 하면서 강인구(하정우)와의 만남에서 나오는 캐릭터성 대사들로 만들었다. '식사 잘 잡쉈어?'가 유행어가 될 것이란 생각은 못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이잖나. 감독님이 편집을 하시며 캐릭터를 잘 살려주려고 하신 것 같은데 처음에 '밤 먹었어?'하자마자 입에 붙더라. '수리남' 공개 후에도 연락이 끊겼던 지인들에게 '박배우 식사 잘 잡쉈어?'라고 문자가 온다"고 말했다.

'꾼'들의 만남이기에 촬영장에서도 수많은 에너지가 교차했다. 황정민, 하정우와의 호흡이 교차하는 것은 박해수에게 좋은 에너지를 줬다. 박해수는 "실제로 황정민 선배와 대면해서 찍는데 손이 떨렸다. 담배가 떨리더라. 솔직히 너무 무서웠고, 그래서 그 신이 나온 것 같다. 배우 자체로도 극복하려 노력했고, 최창호도 그걸 극복하려 노력한 에너지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더 강한 에너지로 저도 선배님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선배님은 눈 색이 어느 순간 변하신다. 그러면 소름이 싹 돋는다. 그런 신들 속에서 더 극복하려는 에너지가 생기며 긴장감이 살았던, 아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해외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사랑받고 있는 시리즈에는 박해수가 모두 존재했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 이후 도미니카에서도 그를 알아보는 팬들이 잔뜩이었다. 이에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도 변화가 생겼을 터. 박해수는 "작품을 제가 선택하지 않아도, 이제는 소재가 글로벌해졌다. 결국에는 인간 본성, 심리, 갈등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먹히는 것 같다. '오징어 게임'도 그렇고, '수리남'도 믿음에 대한 이야기고, 서로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런 부분에서 언제든 먹힐 것이라 생각했다. 제가 대본을 보면서 앞으로 해야 할 방향성은 변화가 없지만, 이미 쓰시는 작가님들의 방향성이 다방면화 됐다는 것을 느끼고 있고, 급변하는 시대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아시아 배우가 아니라 한국 배우가 필요하다고들 하더라. 자부심을 가져도 되는 창작진이 아닐까 싶었다. 저는 한 관객을 위해서 공연했던 배우였잖나. 무대에서, 소극장에서, 가장 공개되지 않고 가장 작가주의적이었던 무대의 한 관객을 위해 연기하던 사람인데 저도 어떻게 넷플릭스라는 세계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하게 됐는지는 모른다. 선배님들이 해왔던 해외 시장에 대한 것들을, 저 또한 후배들이나 다음을 위해 연결해가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일부러 넷플릭스 작품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제가 했던 작품들이 시대에 어쩔 수 없이 넷플릭스로 넘어왔던 것들이었다. 그러면서 저도 신기하더라. 내가 했던 작품들이 넷플릭스에 들어가면서 어쩌면 내가 도움을 줄 수 있구나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확실히 박해수의 활동 반경은 넓어졌다. 이제는 소극장, 국내에만 가둬지진 않는 배우다. 박해수는 "미국에 가서 에이전시와도 작품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창구를 열어뒀다. 언어적 부분이 준비가 돼야 하지만, 이제는 미국에서 영어를 완벽히 하는 한국인을 원하지는 않는다. 영어도 다방면화 돼서 쓸 수 있는 캐릭터를 원한다. 예전엔 들어온 작품 중 뉘앙스를 파악하기 어려워 고사했던 부분들도 있다. 그래서 예를 들면 외국 감독과 외국 여배우, 그리고 한국 배우인 제가 들어가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구상하고 계신 것 같다. 여러 문이 열려 있고, 기회가 된다면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박해수는 또 다시 글로벌한 행보를 위해 달려간다. 현재 넷플릭스 '대홍수'를 촬영 중인 그는 "연말은 육아에 집중하겠다"며 내부와 외부를 모두 챙기는 면모를 선보였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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