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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배우 류승룡이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대사뿐만 아니라, 노래와 춤으로도 관객들에 감동을 선사한다.
첫사랑, 우정, 가족애 등 남녀노소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린 '인생은 아름다워'는 삶의 희로애락을 담아냈다. 여기에 류승룡은 겉으로는 툴툴대지만 아내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츤데레' 남편 강진봉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작품을 2년 동안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며 "오랜만에 작품을 봤는데도 7080 음악이어서 그런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뮤지컬 영화에 도전하게 된 계기도 언급했다. 류승룡은 "그동안 영화 안에서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많이 않았나. 그야말로 흥얼거리고 노래방에서 불렀던, 혹은 들었던 노래들을 상황과 대사에 맞게 불러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총 80여 개의 곡 중 선택한 노래들인데, 우리나라 7080 음악이 서정적이고 '한 편의 시' 같다는걸 새삼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현재 역할만 맡는 줄 알고 분량이 적다고 전화드렸다"며 "그랬더니 제가 강진봉 20대 역할까지 맡을 거라고 말씀하시더라. 갑자기 작품에 참여하고 싶은 욕구가 상승했다(웃음). 20대 역할을 하면서 예전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고, 관객들도 언젠가 시간이 지나 공감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베우뿐만 아니라, 연출을 맡은 최국희 감독에게도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는 첫 도전이었다. 류승룡은 "감독님도 첫 뮤지컬 영화 작업인 만큼, 많이 찾아보셨던 것 같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항상 '선배님 너무 좋아요 한 번 더 해주세요'라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쏟으셨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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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즐길 수 있는 대중음악들을 만나볼 수 있다. 신중현의 '미인',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 'Solo예찬',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영화 속 인물들의 상황에 맞게 펼쳐진다.
류승룡은 작품을 위해 1년 넘게 보컬 레슨에 몰두했고, 앙상블 배우들과는 함께 안무 연습을 진행하며 차근차근 하나씩 준비해나갔다. 그는 "제가 뮤지컬을 해본 경험이 있지만, 작품 특성상 노래를 대사에 얹어서 해야 했다. 단순히 노래로서 기능만이 아닌, 대사처럼 들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 녹음 전까지 일주일에 두세 번씩 2시간 이상 보컬 트레이너 선생님과 연습했다"고 과정을 떠올렸다.
연습할 때 가장 어려웠던 넘버로는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을 꼽았다. 류승룡은 "이 곡이 처음에는 쉬울 거라고 예상했는데 너무 어려웠다. 최백호 선생님의 내공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가장 자신 있었던 노래는 김광진의 '편지'였다.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를 담아내는 노래는 '알 수 없는 인생'이지만, 진봉 캐릭터를 가장 잘 나타내는 노래였다"고 설명했다.
노래와 더불어 안무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의 관전 포인트다. 류승룡은 "단편 영화 '유월'(2018)의 안무 감독님이 직접 도움을 주셨다. 처음에는 어려워서 넋 놓고 바라보기만 했다. 안무도 몸으로 표현하는 하나의 언어이기 때문에 장면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염정아와 연습했다"고 말했다.
특히 신중현의 '미인'이 흘러나오는 신에서는 실제 류승룡의 서울예술대학교 동기들이 출연해 완성도 높은 장면을 탄생시켰다. 그는 "제작사 측에 (대학 동기 출연을) 직접 제안을 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셨다"며 "저만 나이 들어 보일 순 없었다. 같은 50대인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신나게 놀았고, 저한테는 매우 의미가 깊은 장면"이라고 흐뭇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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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실제로 아내가 첫사랑을 찾는다면 어떨지에 대한 물음에는 "저는 데려다줄 것 같다"며 "아내 혼자 간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같이 가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작품을 촬영하는 기간 동안 아내를 향한 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아마 남편 분들이 영화를 보면서 '난 저 정도는 아닐거야' 싶다가도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나도 저런 남편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저도 아내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옆에 있을 때 잘하자',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자'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며 가족의 소중함을 전하기도 했다.
'극한직업'(2019)부터 '장르만 로맨스'(2021)까지 코미디 장르에 강점을 보여온 류승룡은 "웃음이 없어지는 시기일수록 사명감이 점점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 안에 코믹한 요소가 등장할 때마다 특유의 캐릭터가 살아서 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 순간을 기다리다 보면 선물 같은 상황이 찾아온다"며 "제가 충청도가 고향인데, 명절 때마다 고모님들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아 그런 점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 또 저를 가장 잘 아는 장진 감독님과 함께 꺾기 요소가 돋보이는 코미디 연극과 영화를 많이 했다. 같은 작품을 5년 동안 하면서, 연기하는 제 모습이 각각 다르다는 걸 느꼈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개봉이 2년간 미뤄졌던 만큼, 그 누구보다도 작품을 애타게 기다렸을 류승룡. 그는 "주크박스나 클래식 뮤지컬 장르의 영화가 한국에서 많이 활성화됐으면 좋겠고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며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웃기도 하고 눈물을 보이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생각한다. 능동적으로 극장에 찾아가서 오로지 그 시간에 집중하기 때문에 어떤 분들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성실하게 준비한 작품으로 관객들에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기대를 높였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