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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선점하라!' 미래 먹거리 확보 위한 ICT 업계의 M&A 현황은?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22-09-15 12:04 | 최종수정 2022-09-15 12:04


'미래를 선점하라!'

인플레이션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 경제는 위축되고 있지만, 미래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움직임은 여전히 활발하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격언 때문만이 아니다. 메타버스, 블록체인, 가상화폐, NFT(대체 불가능 토큰), 디지털 휴먼(가상 인간) 등 이미 우리 곁에 바짝 다가온 언택트 세상을 이끌어 나갈 기술과 트렌드를 외면했다가는 미래 산업을 선도하지 못함은 물론 기업의 존립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도 담겨 있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곳은 단연 ICT 업계이다. 특히 콘텐츠를 만들거나 배급하는 게임사 혹은 플랫폼 기업들이 자체적인 기술력 확보를 위한 노력은 물론 활발한 인수합병이나 투자 등을 통해 선점 효과를 노리고 있다.

올해 1월 미국 유수의 게임사 테이크투 인터랙티브가 역시 유명 캐주얼 소셜 게임사인 징가를 127억 달러(약 17조 7100억원)에 인수하면서 업계의 기록을 세웠는데, 곧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95조 8400억원)에 인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단번에 기록을 깨는 등 천문학적인 M&A 전쟁이 본격화 되기 시작했다.

징가는 페이스북의 인기 소셜 게임 '팜빌', 모바일 스포츠게임 'CSR 레이싱' 등을 개발했고,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디아블로', '오버워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등 수많은 히트작 IP를 보유한 글로벌 게임사이다. 특히 게임과는 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였던 MS가 향후 메타버스와 NFT 등 플랫폼을 선도하기 위해 블리자드의 게임 IP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나서면서 콘텐츠와 기술력 확보 및 강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유니티는 신규 테크 데모 '에너미즈'를 통해 디지털 휴먼을 공개했다.


테이크투나 MS 정도의 대규모 투자는 쉽지 않겠지만 국내외 유수 기업들도 '옥석'을 찾기 위해 활발하게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실시간 3D 콘텐츠 제작 및 운영 플랫폼을 제공하는 유니티의 움직임이 도드라진다. 유니티 엔진 개발사로 출발한 유니티는 엔진의 대중화를 통해 벌어들인 자산을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웨타 디지털), 지바 다이나믹스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기업을 차례로 인수하며 혁신적인 기술 툴을 유니티 플랫폼에 순차적으로 탑재해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유니티 엔진이 크리에이터들의 접근이 쉽고 높은 범용성과 활용성을 갖추고 있어, 메타버스 플랫폼 제작과 디지털 휴먼 구현 등에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은 유니티로선 최고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메타(구 페이스북)의 '호라이즌 월드', 네이버제트의 '제페토' 등 유수의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및 버추얼 아이돌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 등을 제작하는 데 있어 유니티 엔진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테크 데모 '에너미즈(Enemies)'를 통해 고품질 디지털 휴먼을 공개했는데 사실적인 눈, 머리카락, 피부 표현 등 높은 기술력을 보여줬다. 에너미즈는 유니티의 주요 그래픽 업데이트를 활용하고, 고화질 디지털 휴먼 제작이 가능하도록 새롭게 개발된 유니티 헤어 시스템과 보다 향상된 디지털 휴먼 툴세트 기반으로 제작됐다.

이를 가속화 시키기 위해 유니티는 지난해 12월 16억 2500만 달러(약 2조 2660억원)에 웨타 디지털을 인수했다. 이 회사는 '아바타', '반지의 제왕' 등 수많은 수상 경력에 빛나는 작품들의 CG영상을 제작한 뉴질랜드 시각 효과 전문 기업으로 이를 통해 유니티는 업계 최고의 툴과 파이프라인, 기술, 엔지니어 인력을 확보했다. 또 웨타 디지털의 VFX툴을 유니티 플랫폼에 통합, 전세계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차세대 실시간 3D 기술을 통해 창의적으로 메타버스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유니티와 웨타 디지털이 함께 한 영화 제미니 맨(Gemini Man)

유니티의 신규 데모 '라이언(Lion)'을 통해 구현된 사자와 아기 사자의 모습


이어 유니티는 지바 다이나믹스 인수를 통해 실시간 변형 및 시뮬레이션 아티스트 툴 통합도 밝혔다. 인수 발표는 지바 다이나믹스에서 제작한 디지털 휴먼 엠마(Emma)를 통해 이뤄졌는데, 표정과 얼굴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며 완성도 높은 디지털 캐릭터 작업이 가능해졌음을 보여줬다.

이외에 유니티는 실시간 동기화 협업 툴 싱크스케치와 초목 모델링 및 환경 제작 솔루션 기업 스피드트리 등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한 인수 합병을 진행하며 핵심 기술을 고도화 시키고 있다. 웨타 디지털부터 지바, 스피드트리, 싱크스케치 등 유니티가 인수를 통해 통합한 여러 핵심 기술들은 신규 데모 '라이언(Lion)'을 통해 구현됐는데, 현실적인 사자의 갈기와 털, 정확한 캐릭터의 움직임을 표현해내며 실시간 3D 기술 혁신을 실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기술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가 활발하다. 지난 2월 카카오게임즈가 넵튠과 함께 국내 메타버스 게임 개발사 해긴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카카오게임즈가 100억원, 넵튠이 300억원 등 총 400억 원을 출자해 유상증자 형태로 취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해긴은 2017년에 설립된 모바일 메타버스 게임 전문 개발 업체로 실시간 액션 대전 게임 '오버독스', '익스트림골프', '홈런 클래시' 등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출시한 메타버스 게임 '플레이투게더'는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1억건, 일일 이용자 수(DAU) 400만명을 기록하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엔터 업계의 대표 주자인 CJ ENM 역시 메타버스, NFT, XR, 버추얼 프로덕션, 디지털 휴먼 등 신규 사업 발굴에 적극적이다. 특히 지난 5월 단행한 미국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퍼리얼(Hyperreal) 투자 소식은 신규 디지털 사업 가속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퍼리얼은 영화 '스파이더맨 2'로 2005년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한 레밍턴 스콧이 2019년 설립한 3D 디지털 기술 기업으로, 실존 인물을 초실사 3D 디지털 아바타로 구현하는 기술인 '하이퍼모델(HyperModel)'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아바타는 나이와 언어의 제한 없이 영화, TV, 비디오게임, 실감형 가상공간 등 다양한 매체에서 실제 인간 같은 자연스러운 연기나 공연이 가능하다. 또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터랙티브 애플리케이션, 소셜 미디어 및 몰입형 디스플레이 등을 포함한 디지털 플랫폼 전반에 걸쳐 운용될 수 있고, NFT로도 구현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사업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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