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고사했고 어려웠지만"..'27년차' 박은빈, 꿋꿋하게 완성한 '우영우' 신드롬(종합)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2-08-23 14:48 | 최종수정 2022-08-24 10:02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어려웠고, 심지어 고사까지 했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박은빈의 인생에 없어서는 안될, 그리고 시청자들에게도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필모그래피가 됐다.

박운빈은 최근 종영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문지원 극본, 유인식 연출)의 타이틀롤로 드라마를 완벽하게 끌어왔다는 평을 받았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성장을 밀도 있게 그려낸 박은빈은 목소리 톤, 손짓, 걸음걸이, 눈빛 등 모든 것을 '캐릭터 맞춤'으로 몰입해내며 시청자들의 감탄을 받아냈다.

이 같은 박은빈의 열연이 '듣보 채널'이던 ENA의 존재감을 살리는 것과 동시에 0%로 시작한 시청률을 17.5%(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까지 끌어올리며 '우영우 신드롬'을 만들어내기도. 드라마 종영 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은빈은 "2회부터 시청률을 보고 많이 놀랐다. 제가 듣기로는 신생 채널인 데다가 전 프로그램을 통틀어 1%가 넘은 적이 없던 채널이라고 들었지만, 2회 때부터 저희의 예측을 두 배씩 뛰어 넘어서 정말 깜짝 놀랐다. ENA의 만나는 분들이 늘 만날 때마다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저희 모두에게 해주시더라"고 했다.

16부작의 긴 회차, 그리고 7개월의 치열했던 촬영이었다. 박은빈은 우영우로서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시간을 거쳤다. 그는 "드라마 엔딩에서 있던 '뿌듯함' 장면은 중반에 촬영을 했었다. 엔딩부터 '뿌듯함'이라고 닫고, 그 수많은 다른 힘든 촬영들을 마쳐야만 비로소 끝나겠다는 부담감이 있던 것 같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16부까지 약 7개월의 내외부적 부침을 딛고 완성해낸 제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유독 '우영우'가 어려웠던 이유는 박은빈의 고민 속에 있었다. 박은빈은 실제로 '우영우'의 출연 제의를 정중히 고사했을 정도로 큰 부담감을 느낀 작품이었다고. 박은빈은 "고사했다는 사실이 회자되는 것도 이 작품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조심스럽지만, 제가 고사했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 '과연 저를 믿어주시는 만큼 잘 해낼 수 있을까' 스스로 확신이 없었던 것이 큰 이유였다. 예를 들어 '연모'는 제가 남장 여자로서 왕을 하는 데 있어서 모두가 '조선시대에 여자가 왕이 가능해?'라고 불신하셨다면, 저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반대로 '우영우'는 모두가 제가 우영우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시는데 제 자신은 자신이 없었다. 왜 나를 영우에 안성맞춤이라 생각해주시는지도 궁금했고, 그 이유는 제가 대본을 보면서 항상 어떻게 연기하면 되겠다든지, 이 친구는 이런 정서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이 그려졌는데, 이 역할은 제가 함부로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고 대하면 안 될 캐릭터인 것 같아서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았던 것도 큰 요인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박은빈은 '우영우'를 택했고 결국에는 자신의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박은빈은 "이 영우라는 캐릭터를 보면 뛰어 노는 모습이 그려져야 하는데, 까만 블랭크(빈칸)만 보여서 내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도 어려웠고, 그런 지점들이 저를 망설이게 했는데, 저는 또 저의 가능성을 믿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자기 효능감, 나는 뭐든지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막상 내가 이 역할을 마주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제대로 해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고, 그런 결심들이 지금의 '우영우'를 있게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유독 많았던 대사도 숙제였다. 박은빈은 연기 인생 최초로, "버겁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많은 대사를 소화해야 했다고. 박은빈은 "이 작품에서 정보전달 측면에서 걸리는 것 없이 속사포로 내뱉어야 하는 큰 미션이 있었기에 발음을 신경썼다. 연기할 때 발음을 전달하는 것은 저에게도 익숙한 일이 돼서 크게 어려움은 없었지만, 법정신은 최소 3~40번씩 같은 대사를 읊어야 했다. 특히 법정에서 법을 얘기하는 것이 영우의 에너지를 분출하는 치유의 방식이라는 자문 교수님의 설명이 있었고, 박은빈에게는 안 그랬을지라도, 영우에게는 법 얘기를 하는 것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많은 감동이 오다 보면 완전히 머리가 새하얘질 때도 있었고, 여러 경험을 했던 것 같다. 늘상 배우로서도 그렇고, 인간으로서도 여러 한계를 시험해보는 장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코로나19로 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는 노력도 이어졌다. 촬영 현장에 책임감을 느낀 박은빈의 노력들이 '멈추지 않는' 촬영장을 만들어낸 것. 특히 각종 질병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나홀로 도시락 투장'을 결정하는 등 노력이 이어졌다. 박은빈은 "기질적인 성향도 있는 듯 하다. 책임감이 어릴 때부터 투철했던 것 같고, 제가 해야 할 몫을 항상 정확히 알고 있던 편이었다. 하지만 저는 저를 옥죄며 살고 있지는 않다. 나름대로의 숨구멍도 있고, 연기 외적인 균형감을 앍에 에너지를 충족하고 배출할지를 잘 맞춰서 살고 있다. 균형을 잘 맞춰 사는 중이다"라며 "코로나 상황은 특수했기에 2020년부터 지속된 '브람스', '연모', '우영우' 내 유효했던 도시락 투쟁이었다. 우영우는 제가 없으면 저를 제외한 대체 분량이 거의 없었기에 촬영이 중단될 위기로부터 벗어나고자 주의를 기울인 것도 맞는 것 같다. 너무나 꽉 막힌 삶을 살고 있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영우'가 갖는 의미도 특별하게 다가온다. '우영우 신드롬'이란 이름을 붙인 만큼 박은빈에게도 전환점이 되기도. 박은빈은 "제가 그동안 최선을 다하지 않은 작품이 없었고, 모든 캐릭터를 사랑하기에 어느 것이 더 아픈 손가락이고, 어느 것이 더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는 말을 못하겠다. 그래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작품인 것은 맞고, 2022년에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라고 기억될 것 같다. 요즘 감사하게도 '인생 캐릭터'라고 불리는 캐릭터를 줄줄이 만나고 있는데, 다음엔 또 어떤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 다음을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특별히 더, 특별히 덜 이런 것은 제가 중요한 의미가 아니라, 앞으로도 살아왔던 것처럼 크게 변한 것 없이 살아갈 것 같다"고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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