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우영우' 박은빈 "고사했지만, 하길 잘했다..뿌듯해"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2-08-24 08:01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박은빈이 '우영우'로 살았던 시간들을 돌아봤다.

박은빈은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문지원 극본, 유인식 연출)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은빈은 '우영우' 출연 계기에 대해 "대본을 보고 이런 작품이 나오는구나, 좋은 작품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이 캐릭터를 제가 잘 소화할 수 있을까는 별개의 문제였던 것 같다. 그렇지만 만약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해야 하고, 또 이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우영우란 인물이 꼭 필요하다면, 제가 신중하게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저를 믿어주셨던 감독님과 작가님에 대한 보답의 마음이 컸다. 믿어주신 만큼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개인적 포부를 갖고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16부작의 긴 회차, 그리고 7개월의 치열했던 촬영이었다. 박은빈은 우영우로서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시간을 거쳤다. 그는 "드라마 엔딩에서 있던 '뿌듯함' 장면은 중반에 촬영을 했었다. 엔딩부터 '뿌듯함'이라고 닫고, 그 수많은 다른 힘든 촬영들을 마쳐야만 비로소 끝나겠다는 부담감이 있던 것 같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16부까지 약 7개월의 내외부적 부침을 딛고 완성해낸 제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박은빈은 이미 '우영우'를 한 차례 정중히 고사할 정도로 신중한 고민을 거쳤던 바. 박은빈은 "고사했다는 사실이 회자되는 것도 이 작품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조심스럽지만, 제가 고사했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 '과연 저를 믿어주시는 만큼 잘 해낼 수 있을까' 스스로 확신이 없었던 것이 큰 이유였다. 예를 들어 '연모'는 제가 남장 여자로서 왕을 하는 데 있어서 모두가 '조선시대에 여자가 왕이 가능해?'라고 불신하셨다면, 저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반대로 '우영우'는 모두가 제가 우영우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시는데 제 자신은 자신이 없었다. 왜 나를 영우에 안성맞춤이라 생각해주시는지도 궁금했고, 그 이유는 제가 대본을 보면서 항상 어떻게 연기하면 되겠다든지, 이 친구는 이런 정서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이 그려졌는데, 이 역할은 제가 함부로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고 대하면 안 될 캐릭터인 것 같아서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았던 것도 큰 요인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그럼에도 박은빈은 '우영우'를 택했고 결국에는 자신의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박은빈은 "이 영우라는 캐릭터를 보면 뛰어 노는 모습이 그려져야 하는데, 까만 블랭크(빈칸)만 보여서 내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도 어려웠고, 그런 지점들이 저를 망설이게 했는데, 저는 또 저의 가능성을 믿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자기 효능감, 나는 뭐든지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막상 내가 이 역할을 마주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제대로 해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고, 그런 결심들이 지금의 '우영우'를 있게 한 것 같다"고 밝혔다.

박은빈이 우영우를 연기했기에 '잘 해냈다'는 평들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많은 분들이 봐주신 만큼 다양한 반응들이 있던 것 같다. 근데 제 기억에 남는 것은 어떤 자폐인의 부모, 그리고 자폐인 분들과 함께 생활하시는 관계자 분이 저에게 손편지를 써서 보내주셨다. 그 내용인 즉슨 사람들이 잘 모르는 미디어 매체에서 왜곡돼왔던 장애인관, 그리고 자폐인과 관련해 어두운 부분만 강조가 됐던 실상을 벗어나 자기들만이 아는 자폐인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제가 미디어에서 좋게 표현해줘 고맙다는 취지의 편지였다. 제가 편지를 받은 분이 제가 얘기한 모두를 대표할 수 없지만, 진심으로 감사했다. 표현은 못했지만 제가 생각한 방향이 적어도 누군가에게 상처주지 않기를 바라며 잡았던 방향들이 옳은 길이라고, 누군가 해줄 수 있는 쪽이라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은빈은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다시 생각할 계기가 됐다고. 그는 "아무래도 부담감이 많다. 왜냐면 저는 인식 개선 현실 타파라는 거창한 꿈을 품고 사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배우로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인지한 사람으로서 이런 드라마를 할 때 제가 신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고, 그런 면에 있어서 모두의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정말 도의적 책임이 느껴지는 일인 것 같다. 뭐 바라건대 이왕 이렇게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환기시키고 어떤 영향력을 줄 수 있다면 부디 이 작품이 지금 종영된 시점부터가 중요한 것 같아서 세상이 우영우 신드롬이라 이름을 붙여주신 만큼 앞으로 좋은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면 좋겠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시즌2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박은빈은 "사실 시즌2에 대한 내용은 이제 막 드라마가 끝나서 시즌2 내용 자체를 정식으로 들은 게 기사를 통해서였다. 사실 우리 미래가 어떻게 될지 너무나 불확실하기도 하고, 제 개인적으로는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은 만큼 그 기대를 부응하려면 훨씬 우영우에 투입될 굥 마음보다 훨씬 결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이 들고 보물상자 안에 잘 넣어둔 느낌인데 그걸 다시 열어야 한다면 그 아름다운 결정체가 훼손될까 걱정이 되는 마음이 들기는 한다. 말씀드렸다시피 먼 미래의 일이라 지금 당장 속 시원한 답변을 드릴 수 없지만, 배우로서는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라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은빈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성장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목소리 톤부터 손짓, 걸음걸이, 눈빛 등 캐릭터를 완벽히 만들어내며 '우영우' 신드롬을 견인했다.

이 같은 박은빈의 열연에 힘입어 0%대에서 시작한 드라마의 시청률은 입소문을 타고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TV 화제성 드라마 부문에서도 첫 방송 이후 압도적인 화제성으로 줄곧 1위를 차지해 신드롬급 인기를 자랑했다. 해외에서도 넷플릭스 TV 비영어 부문 가장 많이 본 콘텐츠 1위를 비롯해 아시아는 물론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브라질 등에서도 넷플릭스 TOP 10 순위 안에 들며 큰 인기를 끌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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