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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짜릿하고 섹시하다. 쫄깃하고 화끈하다.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다뤘던 '남산'의 이야기는 모두 잊어도 좋다. 관객이 원하고 기다렸던, 가장 완벽한 엔터테이닝 첩보 액션의 결정판이 사기캐 이정재의 손에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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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로 얻은 스토리의 힘을 원동력으로 쉼 없이 전력 질주하는 액션도 매력적인 페로몬을 뿜어낸다. 도심을 종횡무진 누비는 카체이싱부터 화끈하게 난타하는 총격전, 대규모 폭파까지 첩보 액션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쾌감을 쏟아 부었다. 총기 액션과 카체이싱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서 무려 1만발의 총탄과 520대의 차량이 투입된 압도적 스케일과 다채로운 액션은 고도의 심리전과 함께 관객들로 하여금 숨 쉴 틈 없는 긴장감과 몰입감을 자아내며, 엔터테이닝 무비로 극강의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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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반 진담 반 '헌트'의 출연을 사고초려(四顧草廬) 했다는 정우성은 5·18 민주화운동에 가담한 군인 출신으로 안기부 국내팀 차장을 맡게 된 이후 안기부 해외팀 차장 박평호(이정재)와 끊임없이 대립하는 인물로 강렬한 변신에 나섰다. 조직 내 스파이를 색출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박평호의 숨통을 쥐고 흔드는 김정도 그 자체가 된 정우성은 단단하고 굳건한 신념을 지키려는 과정에서 빠지는 딜레마를 묵직하고 강직하게 담아 '헌트'의 촘촘한 서사를 더욱 짙고 여운 있게 만들었다. 가히 '인생 연기'라고 해도 아깝지 않은 '헌트' 속 김정도로 엔딩까지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태양은 없다'(99, 김성수 감독) 이후 '헌트'로 23년 만에 호흡을 맞춘 이정재와 정우성은 23년 전 도철(정우성)과 홍기(이정재)의 중년 버전으로 보다 더 농후하고 노련해진 케미스트리를 자아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빼앗는다. 경쟁 구도에 있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현장에서도 사적인 교감을 배제, 치열하게 캐릭터에 빠져든 두 사람의 만남. 함께할 때 더욱 빛나는 시너지가 '헌트' 안에 고스란히 녹여져 있다. 23년의 기다림이 결코 헛되지 않은 의미 있는 랑데부다. 더불어 각각 두 사람의 편에 선 전혜진, 허성태, 그리고 고윤정까지 쫀쫀한 서스펜스를 이끌며 환상의 앙상블을 구축했다.
'헌트'는 '외계+인'(최동훈 감독) '한산: 용의 출연'(이하 '한산', 김한민 감독) '비상선언'(한재림 감독)에 이어 올여름 극장가 빅4 마지막 주자로 등판했다. 순제작비 기준 '외계+인' 1부가 330억원(730만명), '한산'이 280억원(600만명), '비상선언'이 260억원(500만명)의 버젯으로 제작된 대규모 블록버스터이지만 '헌트'는 앞선 세 작품보다 다소 가벼운 195억원(420만명) 규모의 미들급 작품으로 관객을 찾는다.
비교적 소박한(?) 위용으로 여름 극장 마지막 순번 이름을 올린 '헌트'지만 실체는 결코 최약체가 아님을 작품을 통해 입증했다. 모름지기 뚝배기보다 장맛이고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법이다. 최약체의 탈을 쓴 '헌트'의 본체는 사실상 올여름 빅4 중 호불호 리스크가 가장 낮은 최강체였던 것. 엔터테이닝 무비로 손색이 없는 수작으로 괴물 같은 면모를 드러내며 흥행 청신호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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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