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이병헌 "25살 처음 겪은 공황장애, 숨 안쉬어져 죽겠다 싶었다"('비상선언')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2-07-28 10:40 | 최종수정 2022-07-28 11:50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이병헌(52)이 "공황장애 고통 경험 통해 좀 더 리얼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병헌이 28일 오전 열린 항공 재난 영화 '비상선언'(한재림 감독, MAGNUM 9 제작) 화상 인터뷰에서 아토피로 고통받는 딸 수민(김보민)의 치료를 위해 공포증을 딛고 비행기에 오른 탑승객 재혁을 연기한 소회를 전했다.

이병헌은 "처음 '비상선언' 제안을 받았을 때는 평범한 딸 아이의 아빠 모습이었다. 영화가 진행되면 캐릭터의 전사, 트라우마가 드러나는데. 어쩌면 재혁이라는 인물은 당황스러움과 공포감, 두려움을 가장 먼저 표현하는 대변인이 아닐까 싶다. 승객을 대변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비행기 탑승 자체가 이미 공포감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작은 것 하나도 불안해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그런 모습이 승객을 대변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싱글라이더'(17, 이주영 감독) '백두산'(19, 이해준·김병서 감독) 이어 아빠 연기에 도전했다. 실제로 '백두산'에 나온 딸(김시아)과 '비상선언'의 딸이 자매다. 두 딸의 아빠 연기를 하게 된 셈이다. 정말 좋은 배우들이다. 나도 아들이 있는 아빠로서 직접 경험이 주는 확신이 있다. 다만 아들을 가진 아버지와 딸을 가진 아버지의 차이를 주변 지인들을 보면서 관찰했다. 확실히 아들을 둔 아버지와 딸을 둔 아버지는 굉장히 다르더라. 아이와 노는 방법도 달랐다"고 밝혔다.

더불어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과정에 "과거 25~26살 때였다. 1997년 방영된 SBS 드라마 '아름다운 그녀'를 끝내고 미국에 가려 비행기를 탔을 때 처음 공황장애를 느꼈다. 그때 기억이 너무 또렷하다. '나는 여기서 죽는구나'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비행기 전체에 의사선생님이 있는지 방송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다행히 미국에 잘 도착했는데 당시에는 비행기가 떴을 때 중간에 다른 나라로 착륙할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멈출 수 없다고 하더라. 숨은 안 쉬어지고 너무 힘들었다. 지금에서야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때는 정말 힘든 기억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실제 공황장애를 겪은 경험 때문에 이 캐릭터에 공감했다기 보다는 공황 부분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재혁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과정에 어떤 공포를 느끼고 어떤 증상을 느끼는지, 또 호흡이 어떤지 등 이런 것에 대해 한재림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비행기만 타도 공포스럽고 신경안정제도 필요한데 비행기 안 상황이 더 극단으로 점층되니까 반복되는 공황의 증상이 생긴다. 공황장애에 대한 표현들은 조금씩 보여지지만 그걸 아는 사람으로서 좀 더 리얼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등이 출연하고 '더 킹' '관상' '우아한세계'의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8월 3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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