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유치한게 뭐 어때?"…최동훈 감독, 쌍천만 훈장X멍에 지고 돌아온 용감한 이야기꾼(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2-07-15 09:50 | 최종수정 2022-07-15 14:58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충무로 최고의 스토리텔러 최동훈(51) 감독. 그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치밀하고 세밀하게 빌드업했고 그 결과 한국 영화에서는 본 적 없는 깜짝 놀랄 한국판 무협 SF로 7년 만에 관객을 찾았다.

2015년 개봉해 1270만명의 관객을 돌파한 '암살'에 이어 7년 만인 올여름 SF 판타지 액션 영화 '외계+인'(최동훈 감독, 케이퍼필름 제작) 1부로 스크린에 컴백한 최동훈 감독이 15일 오후 스포츠조선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외계+인' 시리즈를 연출하게된 과정부터 작품에 쏟은 열정까지 모두 털어놨다.

2004년 '범죄의 재구성'을 시작으로 장르 영화의 신기원을 보여준 '타짜'(06)와 '전우치'(09), 그리고 쌍천만 흥행 신화를 이룬 '도둑들'(12) '암살'까지 그동안 흡입력 있는 전개와 독창적인 연출 세계로 짜릿한 영화적 쾌감을 선사해온 최동훈 감독의 7년 만의 신작으로 많은 기대를 모은 '외계+인'. 여기에 올여름 텐트폴 첫 번째 주자로 등판한 '외계+인'은 최동훈 감독 필모그래피 사상 최초 시리즈물이자 첫 SF 장르로 의미를 더했다.

무엇보다 '외계+인'은 최동훈 감독 특유의 인물에 숨결을 불어 넣는 캐릭터 작법이 가득한 작품으로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등 충무로 대세, 명배우들과 어우러져 시너지를 발휘했다. 여기에 고려와 현대, 인간과 외계인의 신박하고 절묘한 만남과 도술, 무협을 더한 스펙터클한 액션으로 지금껏 본 적 없는 재미와 강렬한 영화적 쾌감을 선사했다.


'암살' 이후 차기작까지 7년이 걸린 최동훈 감독은 "남의 영화를 보는 것은 쉽지만 역시 내 영화를 만드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사실 '암살'을 끝낸 뒤 노동이 많이 들어가는 영화를 찍고 싶었다. '암살'은 내게 꽤 리얼리즘 한 영화였는데 이후에는 '암살'에서 최대한 떨어진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때는 40대였고 스스로 젊다고 느꼈던 것 같다. 나만의 방식으로 SF를 하고 싶었다.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이 영화의 캐릭터 역시 호기심으로 만들었다. 캐릭터들도 호기심으로 사건을 시작한다. 이 영화의 세계관은 호기심이다. 일상에서는 볼 수 없지만 다른 세계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이어 "어린 시절 본 '백 투 더 퓨쳐'(87,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또 '에어리언'(87, 리들리 스콧 감독) 영화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때 봤던 즐거움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상한 도시로 느껴지는 경주에 갔고 그곳에서 많은 영감을 받기도 했다. '어쩌면 인간의 이상 증상을 외계인의 개입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란 엉뚱한 상상을 가지기도 했다. '외계인을 마주한 순간이 왔을 때 인간은 어떻게 대처할까' '여기에 도사가 개입하면 기묘한 세계를 어떻게 변화될까' 등 상상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그 결과 '외계+인'이 나왔고 한 편의 영화를 다 써보고 폐기 처분하는 행동을 8번 정도 반복했다. 영화로 찍지 못한 이야기가 7가지 있다. 2년 반 정도 시나리오를 썼고 관객이 드라마를 따라가기 어려울 것 같으면 수십 번씩 대사를 고치기도 했다"며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외계+인'의 탄생기를 고백했다.


초호화 캐스팅과 제작진, 역대급 제작 규모로 만든 '외계+인'에 대해서도 "매번 영화를 만들 때마다 두려움에서 출발한다. 사실 범죄 영화를 계속 연달아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한국에서 안 만들어지는 영화라면, 또 내가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만들고 싶었다. 이 영화를 처음 만들기로 결정했을 때 '한국에서는 이런 영화가 없구나'로 시작했다. 관객은 극장에 들어가면 천재가 된다. 그건 내가 영화를 만들 때 기본적인 믿음이다. 이 영화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구성이라면 천재적인 관객의 호기심이 더 자극되지 않을까 싶었다. 뭔가 도전적인 정신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촬영하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고 소신을 전했다.

또한 '도둑들' '암살'로 쌍천만 감독의 무게를 안게 된 그는 "전작이 잘됐다고 해서 이번 작품이 반드시 잘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모든 감독이 흥행에 대한 부담은 있다. 흥행은 일종의 훈장이자 멍에다. 예산도 많이 들어간 영화라 흥행에 대한 부담은 있다. 하지만 '외계+인'을 만들 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할지를 많이 고민하려고 한다. 영화를 만들 때는 흥행에 대한 생각은 잘 안 든다. 다만 회식할 때 누군가 물어보면 '고민은 고민이다'라고 말하는 정도다. 또 개봉을 앞두고는 현실이 닥쳐서 고민이 되기도 하다"고 답했다.


'외계+인'의 1부와 2부 구상에 대해서는 "스토리는 따로 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연결성이 있다. 이에 대한 부담과 위험은 있다. 다만 세상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고 1부와 2부로 나뉘어도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리즈로 만드는 것은 특징적인 사건 때문에 계획한 것은 아니다. '영화도 드라마적인 구성으로 간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다. 1부 자체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완성도가 필요했다. 그래서 1부를 쓰는데 시간을 많이 쏟았다"고 말했다.

'외계+인'은 SF 액션을 중심으로 무협, 도술, 휴먼, 드라마, 코미디 등의 장르가 한데 어우러진 멀티 장르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최동훈 감독은 "'외계+인'은 욕심을 가지고 만들되 욕심을 버리고 만들려고 했다. 감독의 영화적 발란스를 보여주려고 했고 그래서 오랫동안 프리 비주얼을 만들면서 영화를 발전시켰다. 나는 스태프들과 회의를 한 뒤 시나리오를 고치기도 한다. 시각적인 부분이 전달될지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특수효과 팀의 도움이 있다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CG를 13개월 만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도술 액션을 선보인 것 역시 "물론 유치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런데 반대로 '유치한 게 뭐가 무섭지?' '가끔 세상은 유치하게 돌아가지 않나?' 생각지도 못하게 돌아갈 수도 있는 일이다. 그건 유치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배우들은 촬영하면서는 민망해하며 촬영하기도 했지만 의미있는 시도였다"며 "관객이 '외계+인'을 보고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장르적 특성상 호불호가 있다. 그런데 한국 영화는 장르적으로 다양하지 않은 것 같다. SF를 준비하는 감독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한국 관객이 SF를 굉장히 재미있게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도전에 대한 자부심을 전했다.


최동훈 감독은 장기인 멀티캐스팅에 대한 과정도 확고했다. 그는 "원래 '외계+인'은 멀티캐스팅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면서 생각해보면 나는 사람들의 인연이 운명처럼 만나서 모험을 떠나고 또 사건이 해결 되면 헤어지는 것을 좋아했다. '외계+인'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캐스팅할 때 염두에 둔 배우가 류준열과 김우빈이었다. 처음 시작부터 류준열의 무륵과 김우빈의 가드로 시작했다. 김우빈은 과거 작품('도청')을 하려던 시도가 있었다. 뭐가 됐든 간단한 작품이라도 같이 하자고 의기투합했고 류준열은 다른 영화 뒤풀이에서 잠깐 봤는데 계속 눈이 가더라. 말하는 목소리나 톤이 매력적이었다. 무륵이라는 캐릭터를 쓰자마자 류준열과 함께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인적으로 총 쏘는 여자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다. '타짜'의 김혜수, '암살'의 전지현도 그런 의미에서 나온 여성 캐릭터다. 총을 쏘는 여자들에게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김태리를 캐스팅한 것 같다. 염정아와는 세 번째 호흡이다. 전통적인 드라마도 잘 해내지만 염정아가 가진, 실례가 될 수 있겠지만 반쯤 허당 같은 우스꽝스러움이 있다. '다른 감독이 보여주기 전 어서 내가 보여줘야지'라는 생각이 컸다"며 "개인적으로는 코미디가 인간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코미디 중에는 느닷없이 나오는 코미디가 가장 좋고 그것이 관객이 영화를 볼 때 숨통을 트여주고 스토리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고 여긴다. 염정아와 조우진의 코미디 연기는 너무 능청스럽게 잘 해줘서 실제로 웃다가 촬영을 못 하기도 했다"고 애정을 전했다.


'외계+인'의 전신과 같은 '전우치'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최동훈 감독은 "사실 '외계+인'은 '전우치'보다 힘들지 않았다. 아주 많은 영역에서 한국 영화 기술이 수준급으로 올라왔다. 특수효과를 보면 과학적이고 안전한, 놀라운 것을 만들더라. '전우치' 때만 해도 와이어 액션 준비만으로 5시간이 걸렸는데 지금은 1시간이면 구현이 된다. 아주 놀라운 수준으로 올라온 것 같다"며 "최근 강동원과 통화를 했다. 본인도 '외계+인'이 너무 궁금하다고 하더라. 실제로 '외계+인'에 전우치(강동원)가 잠깐 등장하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강동원과 나누며 웃기도 했다. 강동원이 등장하지 않지만 '전우치'에 나온 대사를 그대로 쓰기도 했다. '외계+인'에서 무륵의 등장 초반에 '도사란 무엇이냐. 마른하늘에 비를 내리기도 하고…'라며 이어지는 대사가 있는데 과거 '전우치'에서도 전우치가 도사란 무엇이냐. 도사는 바람을 다스리고 마른하늘에 비를 내리고…'라는 대사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런 재미를 보는 맛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최동훈 감독은 "'외계+인' 촬영할 때 너무 힘들어서 우리끼리 '이걸 또 찍지 않겠지?' 했다. 후반 작업을 하고 영화가 점차 자기 모습을 가지면서 재미를 다시 느꼈다. '기회가 돼서 또 찍을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생각은 해본다. 분명한 것은 '외계+인'은 '전우치' 세계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이후의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다면 최대한 고민해 만들고 싶다"고 소망했다.

'외계+인'은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이하늬, 신정근, 이시훈 등이 출연했고 '타짜' '전우치' '도둑들' '암살'의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0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케이퍼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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