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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이게은기자]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공황장애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수석코치로 대한민국 4강 신화를 이끌었던 박 감독은 이후 부산아시안 게임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승승장구할 줄 알았지만 당시 3위라는 성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경질이 됐던 바. 박 감독은 "금메달을 따야 했다. 감독으로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건 제가 인정해야 한다"라고 씁쓸해했다.
이후 후배 최순호 감독이 이끄는 포항스틸러스 코치로 임하는 등 부침이 있었지만 축구라는 끈을 포기하지 않았다. 공황장애를 겪으면서도 굳게 나아갔다. 박 감독은 "상주 상무 감독을 하면서 쇼크가 두 번 와 응급실에 실려간 적 있다. 정밀검사를 받으니 공황장애라고 하더라. 오래전부터 온 건데 인지를 못한 거였다. 숨이 쉬어지지 않고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약은 지금도 복용 중이다"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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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베트남 감독이 된 박 감독은 선수들을 위해 훈련법을 바꿨다고 했다. 그 나라의 문화, 관습은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 다만 기술적인 부분은 자신에게 맡기라며 믿음을 줬다. 또 지적사항이 있을 땐 개인적으로 이야기하며 훈련할 땐 엄격하지만 스킨십하고 장난치는 시간도 갖는다고 했다.
손흥민과의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박 감독이 경기 중, 선수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할 때 손흥민이 이를 뒤에서 듣고 있는 듯한 사진이 공개되면서다. 박 감독은 "벤치 앞에서 선수랑 얘기를 하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봤더니 손흥민이 웃으면서 (얘기를) 듣고 있더라. 다른 나라 선수였다면 '미쳤다'(고 했을 거다). 하지만 손흥민은 한국의 보배 아닌가. 베트남 분들이 손흥민과의 관계를 물어보면 손흥민 아버지하고 나랑 친구라고 말한다. 실제 연락해 본 적은 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 감독은 끝으로 "다시 태어나면 축구 지도자는 하고 싶지 않다. 지도자, 선수 생활의 어려움을 다 경험했기에 또 하고 싶지 않다"라면서도 "16살부터 축구를 했으니 인생의 전부"라며 축구에 애정을 보였다.
joyjoy9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