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 "깐부의 아름답고 짠한 도전"…'헌트' 이정재X정우성, 23년 걸린 꿈의 랑데부(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2-07-05 09:01 | 최종수정 2022-07-05 12:09


5일 성수동 메가박스에서 영화 '헌트'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이정재, 정우성. 성수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7.05/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꿈의 캐스팅, 갓벽한 만남, 그리고 23년 만의 랑데부가 '헌트'에 응축됐다.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들이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영화 '헌트'(이정재 감독, 아티스트스튜디오·사나이픽처스 제작). 5일 오전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50에 위치한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린 '헌트'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안기부 국내팀 차장 김정도 역의 정우성, 안기부 해외팀 에이스 방주경 역의 전혜진, 안기부 국내팀 요원 장철성 역의 허성태, 그리고 안기부 해외팀 차장 박평호 역을 비롯해 '헌트'의 연출을 맡은 이정재 감독이 참석했다.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는 과정을 숨 막히는 심리전과 밀도 있는 스토리로 완성한 첩보 영화다.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예측을 불허하는 숨 막히는 심리전을 선보이며 극강의 긴장감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화려하고 다채롭게 채워낸 밀도 높은 액션으로 여름 극장가를 정조준했다. 앞서 '헌트'는 지난 5월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돼 3000여명의 관객들로 가득 찬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7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월드 프리미어로 화려하게 신고식을 마친바, 8월 스크린 역시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헌트'는 환상의 케미, 역대급 캐스팅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지난 2021년 9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황동혁 극본·연출)으로 전 세계 신드롬을 일으킨 이정재의 첫 연출 데뷔작이자 차기작으로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영화계 대표 깐부, '청담부부' 이정재와 정우성의 만남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중. 두 사람은 '태양은 없다'(99, 김성수 감독) 이후 '헌트'로 23년 만에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며 역대급 라인업을 완성했다. 여기에 전혜진, 허성태, 고윤정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여름 대작의 마지막을 장식할 계획이다.


5일 성수동 메가박스에서 영화 '헌트'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이정재. 성수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7.05/
이날 이정재 감독은 "긴장 보다는 너무 좋다. 극장에서 새로운 영화로 만날 수 있고 영화 홍보이지만 제작보고회 자체가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다"며 "영화를 만든 계기는 처음에는 시나리오 출연이었다. 여러 과정이 있었고 제작을 맡게됐다. 심지어 갱을 쓰고 연출까지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작품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다. 영화 일을 오래 했지만 갱을 쓰거나 연출을 하는 것은 다른 일인 것 같아 주저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일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헌트'를 연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어렸을 때부터 첩보 스릴러, 액션을 많이 봤는데 '헌트'만의 새로운 첩보물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훌륭한 배우와 함께하면서 조직내 스파이를 숨기고 싶었다. 서로를 의심하며 서스펜서를 만드는 이야기를 완성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액션 시퀀스에 "스태프와 사전 회의를 정말 많이 했다. 요즘은 관객의 눈썰미가 워낙 좋으니까 스크린 모퉁이에서 빗나가는 것도 캐치하더라. 디테일한 부분에서 효과를 주면 생동감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팀별로 액션 콘티를 짠 것은 그동안 없었다고 하더라. 바쁜 스태프들을 불러 수고스러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런 노력으로 좋은 액션 시퀀스가 나온 것 같아 감사했다"고 노력을 밝혔다.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캐스팅에 나선 것에 "너무 쉽지 않았다. 캐스팅 제안을 할 때 굉장히 떨렸다. 친분 보다는 시나리오를 통해 인정을 받아야 해서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함께 해줬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정재 감독은 "캐스팅 중 정우성 캐스팅이 가장 어려웠다. '태양은 없다' 이후 사적인 자리에서 같이 하자는 말이 계속 나왔다.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는데 포기할 수도 없었다. 투톱 구조의 시나리오를 찾는 게 어려웠다. 그러다 '헌트'를 보게 됐다. '헌트' 초고는 분위기가 좋았지만 각색이 필요했다. 바뀔 때마다 정우성에게 보여줬다. 사실 바뀔 때마다 미흡한 부분이 보였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 과정에서 정우성에게 계속 시나리오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태양은 없다' 이후 달라진 면도 밝혔다. 이정재 감독은 "23년 전에는 시나리오의 여백이 있었고 김성수 감독이 각자의 에드리브, 스타일로 채우라는 주문이 있었다. 그래서 정우성이 많은 아이디어와 장면을 만들기도 했다. 그때는 여유가 있었고 여러 시도를 하는 맛이 있었는데 이번 촬영은 워낙 타이트했고 분량도 많았다. 첩보 스릴러라는 구조적인 특징도 있었다. 다양한 시도는 못했지만 주어진 안에서 텐션감을 갖는 것은 더 재미있었다. '태양은 없다'와 완전 반대의 인물이라 현장에서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곱씹었다.

칸영화제를 통해 화려한 연출 데뷔를 하게된 이정재는 "영화인이라면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영화제가 칸영화제다. 가장 화려하고 의미도 있는 영화제다. 또 한국에서 친숙한 영화제이지 않나? 다행히 초대를 받아 한국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헌트' 홍보도 많이 하고 왔다"고 고백했다.


5일 성수동 메가박스에서 영화 '헌트'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정우성. 성수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7.05/
정우성은 "그동안 영화인들은 극장에서 영화로 인사할 일을 오랫동안 기다렸다. 이렇게 영화를 놓고 대면할 수 있는 시간이 남다르게 느껴진다"며 "'헌트'는 이정재가 오랫동안 고민한 부분을 지켜봤다. 함께 해서 좋았지만 두려움도 있었다. '헌트'를 통해 우리가 같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기 보다는 거리감을 두고 객관적으로 보려고 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네 번 거절했다고도 말했다. 이정재의 부단한 노력이 준비가 됐고 시나리오도 안정이 된 것 같아 결과가 어떻게 돼도 함께 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깨져도 같이 깨지려고 한다"고 남다른 우정을 전했다.

그는 "이번 작품처럼 카메라 모니터 앞에서 대화를 나눈 건 처음인 것 같다. 대립하는 인물이라 하모니를 조율하는 것 자체도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날 선 긴장감을 현장에서도 계속 가져가길 바랐다. 현장에서는 긴장감을 유지했지만 대신 칸영화제를 통해 신혼여행을 간 것처럼 즐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연출 데뷔에 나선 절친 이정재를 향한 마음도 남다른 정우성이었다. 그는 "촬영이 끝나면 굉장히 피곤한데 연출까지 해야하니까 다음 촬영을 준비해야 하지 않나? 촬영도 제일 먼저 나가 준비해야 하니까 쓰는 에너지가 배우를 할 때보다 배로 많아진다. 자연히 지쳐가는 모습도 보였다. 현장에서 '내 친구 현장에서 죽는구나'라며 농담식으로 말하기도 했다. 지쳐가는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했다. 비타민을 챙겨주기도 했는데 내가 주는 것 이상으로 매번 챙겨서 먹더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이에 이정재는 "나에게 산삼 엑기스를 건네주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5일 성수동 메가박스에서 영화 '헌트'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전혜진. 성수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7.05/
전혜진은 "이정재와 정우성을 한 스크린에서 보고 싶었다. 이정재 선배가 배우로서 시나리오를 줘서 너무 감사했다"며 "'헌트'에서 팀별로 호흡을 맞췄다. 나는 해외팀이었는데 이정재 감독이 워낙 내 연기를 믿어주고 좋아했다. 자칫 과한 부분은 잘 잡아주기도 했다. 동네 오빠처럼 세심하게 배려해주고 인간적인 면모도 많았다"며 이정재 감독을 향한 극찬을 쏟았다.


5일 성수동 메가박스에서 영화 '헌트'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허성태. 성수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7.05/
허성태는 "'헌터즈'에서 막내를 담당하고 있다. 이정재와는 '오징어 게임'으로, 정우성은 '신의 한 수' 뒤풀이 장소에서 만났다. 그랬던 내가 이 두 분 사이에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꿈을 꾸는 것 같다"며 "'헌트'는 '오징어 게임' 이후 곧바로 들어간 작품이다. 17kg 정도 감량해야 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정우성 특유의 따뜻함이 있지 않나. '밥 먹었어?'라는 멘트를 매일 직관했다. 남자인데도 정말 설렐 정도였다. 대기 시간에도 함께 앉아 있으면 다정하게 모기를 잡아주기도 했다"고 고백해 장내를 파안대소하게 만들었다.


5일 성수동 메가박스에서 영화 '헌트'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이정재, 정우성, 전혜진, 허성태. 성수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7.05/
'헌트'는 이정재, 정우성, 전혜진, 허성태, 고윤정, 김종수, 정만식 등이 출연했고 이정재 감독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8월 10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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