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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은 지난달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으로 초청돼 '취화선'(임권택 감독) 이후 20년 만에 감독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헤어질 결심'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수사 과정의 팽팽한 긴장 가운데 서로에게 특별한 호기심과 의외의 동질감을 느끼는 두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서스펜스 멜로물이다.
박해일과 탕웨이의 호흡에 대해선 "원래 둘다 천성이 늘 배려깊고 자상하기 짝이 없는 없는 인간들이라 정말 좋았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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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할 때 탕웨이는 자리에 없었다. 일정으로 인해 한국으로 먼저 돌아왔다. "어쩔수 없는 스케줄이었다. 아쉽지만 한국으로 와야했고 당시 우리는 탕웨이가 여우주연상을 받으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을 했다.(웃음) 문자로 '혹시 받는다면 수상소감을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다. 시간이 촉박했어서 탕웨이가 문자를 보내오면 박해일이 나가서 받고 못보내오면 내가 받기로 정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아시는 바대로다.(웃음)"
박 감독은 "탕웨이 뿐만 아니라 해준 캐릭터도 박해일을 생각하고 쓴 인물이다"라며 "실제 박해일의 담백하고 깨끗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성격을 캐릭터에 입혔다. 해준은 '경찰은 공무원이다'라는 인식이 강한 인물이다. 시민에게 봉사해야한다는 직업의식이 투철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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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영의 캐스팅도 의외였다. "캐스팅은 다양한 방법으로 한다. 대개는 오디션을 통해 하게되지만 어떨 때는 우연히 지나가다가도 만날 수 있고 유튜브에서 추천으로 떠서 우연히 보기도 한다. 또 누구의 추천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김신영은 특별했다. 내가 오래 전부터 팬이었다. '색계'를 볼때부터 탕웨이를 캐스팅하고 싶다고 얘기했었던 처럼 김신영도 내가 영화를 함께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 중 한명이었다."
이번 '헤어질 결심'에는 관능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없다. "고전적이고 우아한 사랑 얘기를 만들고 싶었다. 순수한 영화를 하고 싶었다. 순수하다는 것이 동심의 세계가 아니고 정치적 메시지나 감독의 어떤 주장 같은 것이 포함되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배경도 현실감에 주력했다. 박 감독은 "'아가씨'였다면 세트를 지을 돈을 현장을 찾고 촬영하고 VFX로 보강하는 작업에 썼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영화 속 삽입곡 '안개'는 "60년대 발표된 정훈희의 곡이다. 난 이난영 이후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정훈희다. 극 곡이 발표된 후부터 지금까지 제일 좋아하는 한국 가요 중 하나다. 우연히 트윈폴리오가 이곡을 커버했다는 것을 알게됐고 거기서부터 이 영화의 모든 것이 출발했다. '안개 속에 눈을 떠라' '눈물을 감추어라'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 부분이 내 심금을 울렸다"고 밝혔다.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로 스타덤에 오른 모니카와도 단편영화 '일장춘몽'에 이어 두 번째로 협업했다. '헤어질 결심' 뮤직비디오에는 정훈희와 트윈폴리오 송창식의 목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안개'에 맞춰 모니카가 댄스를 선보인다.
박 감독은 "이번 뮤직비디오 촬영할 땐 가보지 못했다. '일장춘몽' 당시엔 '스트릿 우먼 파이터' 팬으로서 모니카를 안무가로 모시고 싶다고 했다"며 "'일장춘몽' 때 프로다운 빠른 결정, 스토리에 잘 맞는 예술적인 안무, 지치지 않는 헌신에 감동했었다. 그래서 다시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