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는 짓이야!” 송해, 특석 놓는 공무원에 호통 쳐..“위계 없앴다” (한판승부) [종합]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22-06-14 15:45 | 최종수정 2022-06-14 15:45





[스포츠조선닷컴 박아람 기자] 방송인 고(故) 송해(본명 송복희)씨의 삶을 담은 평전 '나는 딴따라다'(2015)를 집필한 오민석 단국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평전을 위해 1년 동안 고인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지난 13일 방송된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는 오민석 교수가 출연했다.

이날 오민석은 송해에게 '나는 딴따라다'를 먼저 제안했다고 했다. 그는 송해가 "나 같은 딴따라 이야기를 무슨 가치가 있다고 쓰느냐"고 반대하자 "선생님은 살아 있는 박물관입니다. 일제시대 때부터 1927년(송해씨 출생년도)이면 일제강점기 한복판이지 않습니까. 한국전쟁 이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사건들인데 선생님 얘기를 쓰면 선생님 개인사뿐만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까지 얘기할 수 있다. 또 유랑극단 시절부터 한류까지 그 중심에 계속 있었기 때문에 한국대중문화사를 이렇게 서베이(조사)하는 것도 되고 그다음에 한국 방송사 라디오, 흑백, 컬러TV 이렇게 이어지는 이건 굉장히 중요한 기록입니다. 선생님 연예인 후배들을 위해서 기록을 해야 됩니다"라고 설득했다. 진심이 통했던 걸까 송해는 오민석의 얘기에 승낙을 했고, 그때부터 두 사람은 1년 간 동행했다.

누구보다 가까이 송해를 지켜본 오민석은 송해에 대해 "무대 위와 아래가 똑같은 건 다정다감하다는 것. 정이 그렇게 많다. 그리고 사람을 하나하나 디테일까지 배려하신다. 그건 실제로 무대 밖에서 더 깊고 심하시다"고 기억했다.

오민석은 "지금은 유명해지셨으니까 마치 송해 선생님이 갑 같지만, 방송 시스템에선 PD들이 갑이고 우리들이 을이다. 그런데 선생님은 을이던 시절에도 처음부터 그런 식이었다고 한다. 무대의 완결성을 위해서 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했다.

송해는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오르기 전 해당 지역 목욕탕에 들러 지역 분위기를 살펴봤다고 한다. 오민석은 "지역 주민들하고 허심탄회 이야기를 해 봐야 당신이 무대에 섰을 때 더 이렇게 가깝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였다"고 설명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악단 단원들을 위해 직접 나서 목소리를 내 출연료 받은 사연도 공개됐다.

오민석은 "세월호 때였다. 몇 백 명이 졸지에 물에 수장된 심각한 사태에 전국노래자랑 하면서 웃고 이게 안 되니까 KBS에서 한 두세달 방영 자체를 중단한 적 있다. 이제 녹화를 안 하니 악단 멤버들이 출연료를 못 받지 않냐. 생활이 안 되고. 이분이 올라가서 담판을 지었다. '이 사람들 먹고살아야 되는 거 아니냐' '그동안 노래자랑에 이바지한 게 얼마인데 배려 해줘라. 돈 얼마나 된다고 그러냐'고 해서 밀린 출연료를 다 받았다. 그걸 보고 아무나 방송계에서 갑이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하신 분이다"라고 했다.


송해는 생전 "공평하게"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었다고. 오민석은 "전국노래자랑 녹화할 때 그 지역의 행정가들, 지역 국회의원이라든가 지자체장들에게 절대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는다. 자리 없으면 중간에 앉으라고 한다. 이 무대의 주인은 행정가들이 아니라 국민들이고 시민들이기 때문이다"라며 "어느 지역에서 리허설을 하는데, 공무원들이 관객들 앉는 플라스틱 의자를 들고 앞으로 나왔다. 그러자 뭐라하셨다. 물어보니까 공무원들이 '여기 군수님 앉아야 되고, 구의원 앉아야 된다'고 하니까 송해가 그냥 소리를 지르셨다. '당장 치워라' '지금 뭐하는 짓이냐. 당신들이 제일 앞자리에 그렇게 앉아 있으면 관객 국민들이 다 긴장한다. 앉고 싶으면 저 뒤에 아무데나 퍼져 앉아라. 특석이라는 건 없다'고 했다. 저는 그 위계를 단번에 무너뜨리는 게 아주 좋았다"고 떠올렸다.

한편 송해는 지난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에서 향년 95세 나이로 별세했다. 1927년생인 송해는 1955년 창공악극단을 통해 데뷔, 1988년부터 34년간 '전국노래자랑' MC로 활약했다. 송해는 국내 최고령 진행자임과 동시에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 부문으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오르기도 했다. 또 희극인 최초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tokki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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