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전세계가 부러워할 '문화 자산' 방탄소년단, 언제까지 국방위에 발목 잡혀야 하나?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22-06-09 14:35 | 최종수정 2022-06-09 14:35



[스포츠조선 이정혁 기자] 백악관까지 간 BTS(이하 BTS), 국위선양을 위한 광폭행보가 눈부시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국방위원회 시계는 느리게 가더니 아예 멈춰 섰다.

최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간한 '2021 한류 파급효과 연구 보고서'에는 한류와 국가 이미지의 긍정적 상호작용에 대해 잘 드러나 있다. 이 보고서는 "BTS 등 한류 인기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에 반영됐다고 본다. 한국 이미지를 조사한 18개국 평균은 3.8로 전년도 평균 3.7에 비해 약간 높게 나타났으며 일본을 제외하고 모든 국가에서 3.0 이상의 값을 보였다. 단일 항목으로 측정한 한국에 대한 전반적 인식도 4.0으로 전년의 3.9보다 증가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국격을 높여온 BTS의 '레벨'이 다른 활동→전세계 한국민에게 자부심을!

지난달 31일(현지시각) BTS가 미국 백악관의 초청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아시아계 대상 혐오 범죄와 포용, 다양성 등에 대한 환담을 나눴다.

백악관은 지난달 BTS의 방문을 발표하면서 "BTS은 전 세계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청년 대사로서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다양성과 포용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BTS과의 환담에서 "사람들은 여러분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여러분이 하는 일은 모든 이들에게 선한 것"이라며 "이는 여러분이 가진 예술적 재능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는 메시지 때문으로, 이것이 중요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으로서는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춘 BTS가 공개적으로 함께 목소리를 내주면 경각심을 더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 BTS 멤버들은 이날 리더 RM을 제외하고 브리핑과 바이든과의 환담을 모두 한국말로 진행, 세계 곳곳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고 있는 한국민에게 '자부심'이란 큰 선물을 안겨줬다.

그간 BTS는 다양한 방식으로 국제사회에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2017년 '나를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은 '러브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을 시작해 유니세프와 6년째 지속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5년간(2021년 12월 기준) 약 45억 원의 기금을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후원했다. 이 캠페인은 2021년 유니세프 '세계아동현황 보고서'에 한국 소재의 유니세프 파트너십 최초로 영향력과 성과를 인정받아 성공적인 캠페인으로 소개됐다.

뿐만 아니라 BTS는 2018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유엔 총회까지 참석해 전 세계에 묵직한 울림을 안겼다. 지난해 현역 대중문화인으로서 처음으로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자격으로 제76차 유엔총회에 참석해 미래세대를 위한 연설자로 나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울한 청년들에게 희망을 전파했다.


K팝 가수로서는 이례적으로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3월 'StopAsianHate' 지지 성명을 내고 "저희는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 기억이 있다"며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증오와 폭력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우리가 감히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다. 나, 당신, 우리 모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하겠다"며 인종차별 반대 움직임에 동참했다.

앞서 2020년에는 'BLM(Black Lives Matter)' 캠페인에 참여해 1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BTS 발목 잡고 있는 국방위 시계, 언제 다시 돌아갈까

경제적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문화외교로 국위선양에 엄창난 기여를 해온 BTS. 이 빅스타들의 향후 행보에 전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군 복무 이슈 또한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더욱이 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개정법이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최소 6개월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포 이후 6개월 뒤에 법적 구속력을 가지므로, 현재 계류된 병역법 개정안이 6월 안에 통과하지 않을 경우, 멤버 중 가장 연장자인 진은 예정대로 오는 12월 군복무를 시작해야 한다.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해 11월 25일 그룹 BTS처럼 국익 기여도가 높은 대중문화예술인이 봉사활동 등으로 병역을 대체할 수 있게 하는 병역법 개정안 일명 'BTS 병역특례법' 심의를 시작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실이 국회에서 주최한 '병역특례 개선 방향 대토론회'에서는 BTS 등 대중문화예술인의 대체복무 등 병역특례 문제를 논의했으나, 여전히 찬반양론이 갈리는 가운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특히 이종섭 국방부 장관(당시 국방부 장관 후보자)은 지난 4월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보낸 서면 답변 자료에서 '대체복무를 하는 예술·체육요원 범위에 BTS를 비롯한 대중문화예술인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대한 입장'에 대한 질문에 "병역의무 이행의 공정성, 병역자원 감소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특히 병역특례가 축소되는 현 시점에서 특례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 일부에선 여야 정치인, 가릴 것 없이 여론의 눈치만 보면서 시간만 끌고 있다는 비난을 내놓기도 하다. 전세계가 부러워할 '문화 자산'을 가지고도 '공정'이라는 프레임 속에 갇혀 창의로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 또한 높다.

오죽하면 이진형 하이브 최고 커뮤니케이션 책임자(CCO)는 "국회에 계류된 병역법 개정안이 조속히 결론 나길 바란다. BTS가 공백 없이 활동을 이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직접 언급을 하기까지 했을까.

국방위 시계는 멈춰있는 반면, BTS의 시계는 '광속'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팬이든 아니든, 한국 대중 문화 역사상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위대한 문화외교의 역사를 일궈온 이들을 조금이라도 배려한다면, 최소한 '결론'이라도 빨리 내주는 것이 예의 아닐까. 멈춰선 국방위 시계가 그 어느때보다 안타까운 이유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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