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송강호 수상, 최고의 순간"…국경 없는 '브로커', 고레에다 감독의 성공적인 韓영화 입성기(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2-06-02 11:50 | 최종수정 2022-06-02 15:05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칸을 점령하고 한국 극장을 정조준한 고레에다 히로카즈(60) 감독. 그가 첫 한국 영화 연출작에 대한 모든 것을 공개했다.

휴먼 영화 '브로커'(영화사 집 제작)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브로커'를 만들게 된 계기부터 첫 한국 영화를 연출한 소회까지 모두 털어놨다.

'브로커'는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공식 초청작이자 한국 최초 남우주연상(송강호) 수상 낭보를 전하며 한국 영화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작품이다. 특히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어느 가족'(18)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거장으로 등극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3년 만의 신작이자 첫 한국 영화 연출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전 세계의 관심을 받은 '브로커'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삶과 인물에 관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만의 시선을 응축한 작품으로 전 세계 호평을 얻었다. 베이비 박스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를 통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따스하면서 날카로운 통찰력을 담은 '브로커'는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이들을 위로하는 영화로 여운을 남긴 것.

특히 '브로커'는 충무로를 대표하는 명배우들과 스타들의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 최초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를 주축으로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까지 초호화 캐스팅 라인업을 완성, 거장 감독과 명배우들의 만남으로 6월 기대작으로 등극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한국 관객에게 어떻게 이 영화가 전달이 될지 기대 반, 불안 반 심정이다. 지금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지만 송강호를 비롯해 함께 영화를 만든 배우들과 칸 일정도 같이 하고 국내 시사도 같이해서 즐기고 있다"며 개봉을 앞둔 소회를 전했다.

'브로커'를 통해 첫 한국 연출 도전에 나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프랑스에서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19)을 찍을 때도 그랬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프랑스 영화를 연출하고 있다'를 특별히 의식하고 만들지 않았다. 그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감각으로 임했다. 어디에서 촬영해도 내가 느끼는 감각은 변화가 없다. 그래서 이번 한국 영화에 특별성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다만 우려하던 부분에 대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라 모르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시나리오를 작업할 때 베이비 박스라는 섬세한 주제를 다뤘는데 주변의 취재에 공을 들였다. 여러 입장과 견해를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시나리오 작업을 같이했다. 한국 관객이 봤을 때 위화감이 없게 평소 이상으로 공을 들여 시나리오 작업에 임했다"고 마음을 밝혔다.

그는 "일본에서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일본 관객이 '브로커'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잘 모르겠다. 이번 영화도 한국 스태프, 한국 배우들과 작업했지만 내가 평소 했던 작업 자체는 똑같았다. 국적과 함께 이 영화가 논의되는 부분은 잘 와닿지 않는다. 칸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다. 그게 영화의 재미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영화라는 것은 이런 식으로 문화가 국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 영화의 가능성 중 하나이지 않나. 교류가 깊어질수록 앞으로 그런 가능성을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고 소신을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를 향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두 명의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배출한 감독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04년 열린 제57회 칸영화제에서 '아무도 모른다'를 통해 야기라 유야가 남우주연상을, 그리고 올해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송강호까지 배출한 명감독으로 다시 한번 인정을 받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송강호에 대해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탄 것에 관해 진심으로 기뻤다. 그건 나뿐만 아니라 함께 내 영화에 참여했던 분들, 우리 영화를 함께 했던 분들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며 "감독은 실제로 칭찬받으면 '빈말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하는 편인데 출연 배우가 칭찬받으면 무조건 기쁘다. 올해 송강호의 남우주연상은 내게 최고의 칭찬이었다"고 곱씹었다.

송강호와 호흡을 맞춘 대목에 대해 "작품을 함께 하기 전에도 영화제를 통해 몇 번 만나고 이야기도 나눴다. 그때 느낀 인상은 주변인들을 웃게 만드는 밝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역시나 실제로 영화 외에서 만난 송강호는 그 모습을 유지했고 연기를 보며 느낀 것은 연기의 테이크를 거듭할수록 전혀 다른 연기를 보여주고 매 장면 신선했다는 점이다. 보통 테이크를 거듭하다 보면 연기가 굳어지거나 신선함이 떨어질 수 있는데 어떤 테이크를 하더라도 새로운 대사를 듣는 것처럼 상대방의 대사를 들었다. 그런 배우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해 굉장히 놀라웠다"고 감탄했다.



강동원에 대한 고마움도 표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번에 강동원이 아역 배우였던 임승수와 친밀감을 이어갔다. 현장에서 아이와 스케이트보드를 같이 타는 등 정말 잘 놀아줬다. 사실 말을 잘 안 듣는 아이였는데 나 혼자였다면 컨트롤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강동원이 촬영이 없을 때 아이를 따로 불러 '이 신 촬영을 잘하면 레고를 사줄게'라는 등 아이를 달래는 역할을 했다. 실제로 이후 강동원이 촬영 없는데 레고를 사서 들고 오기도 했다. 올해 1월에 후시 작업이 있었는데 그때 임숭수에게 '누굴 보고 싶냐?'고 물었더니 강동원을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또한 이지은에 대해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고 이지은에게 홀딱 반했다. 이지은 캐스팅 이유의 전부다. 훌륭했다. '나의 아저씨'를 보기 전에는 사실 이지은에 대해 전혀 몰랐다. '나의 아저씨' 이후 라이브를 찾아보고 공연 CD를 구매하기도 했다. 노래가 기가 막혔다. 완전 팬이 됐다. 이후에도 가수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는 배우인지 몰랐다. 노래는 알았지만 연기를 보면서 가수라는 대목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칭찬했다.

이어 "'브로커'를 촬영하기 전 처음 이지은을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내가 서울로 온 뒤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하고 메인 배우들과 모여 리딩을 했다. 그때 이지은의 목소리를 듣고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걸 느꼈다. 그 목소리를 들은 뒤 이지은의 목소리를 조금 더 부각시킬 수 있는 장면을 수정해서 만들기도 했다. 이지은의 목소리가 정말 매력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후 차기작에 대한 계획도 귀띔했다. 무엇보다 한국 영화 연출 계획에 대해 "지금 막 '브로커' 촬영을 끝낸 상태라 바로 한국에서 작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한국에는 매력적인 배우들이 너무 많아서 누구라고 말할 수 없지만 '이런 배우와 협업하고 싶다'라는 욕심을 가진 부분은 있다"고 웃었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아이유), 이주영 등이 출연하고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어느 가족'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8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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