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홀어머니·가장 무게, 어린 '나' 떠올려"..지창욱, '안나라수마나라'로 찾은 동심(종합)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2-05-09 13:43 | 최종수정 2022-05-10 07:16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어른들의 동화, '안나라수마나라'로 지창욱도 동심을 되찾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김민정 극본, 김성윤 연출)는 꿈을 잃어버린 소녀 윤아이와 꿈을 강요받는 소년 나일등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미스터리한 마술사 리을이 나타나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뮤직 드라마로,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연출은 '이태원 클라쓰', '구르미 그린 달빛', '연애의 발견' 등으로 섬세한 감성을 인정받은 김성윤 감독이, 극본은 '구르미 그린 달빛', '후아유-학교 2015'에 이어 세 번째로 김성윤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된 김민정 작가가 맡아 시너지를 선보였다.

지창욱은 모든 것이 수수께끼 같은 마술사 리을 역을 맡아 새로운 매력을 선보였다. 윤아이, 나일등 역을 맡은 최성은, 황인엽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안방에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창욱은 9일 오전 스포츠조선과 온라인을 통해 만나 '안나라수마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안나라수마나라'는 8일 기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4위를 기록했다. 공개 다음 날이던 7일에는 7위를 기록했으나, 이보다 3계단 상승하며 글로벌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플릭스 패트롤 기준)

지창욱은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계신 것 같아서 좋다. 제가 했던 작품을 이렇게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 것은 행복한 일인 것 같다. 모든 팀원들이 열심히 촬영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최선을 다해서 만든 결과물인데,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지창욱은 '안나라수마나라'를 통해 노래와 안무, 마술까지 손에 익히고 활용해내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마술에는 특별히 많은 노력이 더해졌다. 3~4개월 전부터 마술 수업에 임했고,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의 도움도 받았다. 지창욱은 "이은결 님이 마술 장면에 대한 디자인을 해주셨고 도와주셨다. 저는 이것을 진짜로 만들어내기 위한, 상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한 '뻔뻔함'에 힘썼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창욱은 극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마술 장면을 직접 소화해냈다고. 실제로 소화할 수 있는 마술도 여럿인데다 지인들 앞에서 선보일 수 있을 정도의 실력도 갖췄다는 설명이다.

화려한 기교가 돋보인 '안나라수마나라'는 동명의 원작 웹툰을 갖는 작품.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하일권 작가의 작품을 실사화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원작을 100% 따라가느냐, 수정하느냐의 기로에 섰지만 '안나라수마나라'는 이를 현명하게 바꾸며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아냈다. 지창욱은 이에 대해 "웹툰의 실사화라 상당히 많은 부담을 느꼈고, 부담이 없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명작이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고 사랑을 받은 작품이었다.원작을 보면 아시겠지만, 화면으로 구현하기가쉽지 않았다. 리을이도 워낙에 너무 멋있지 않나. 부담이 있던 것은 사실이다. 인물과 똑같이 가는 것보다는 나에게 맞는 리을이를 표현하고 싶어서 재창조를 했다. 100% 만족은 없다고 본다. 호불호가 있지만, 저 나름대로의 리을이를 만들려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런 완성본을 보고 일부 시청자들은 지브리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속 하울과 닮았다는 반응을 전하기도. 지창욱은 이에 대해서도 민망하다는 듯 웃으며 "너무 부끄럽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저도 봤는데, 저와 비슷하다고 하면 제가 너무 부끄럽고 창피해서 인터뷰를 하면서 '하울' 얘기를 안 하려고 했다"며 "이건 제가 말하기 너무 민망하지만, 김성윤 감독님이 의도한 연출의 방향이 아니었을까 싶다. 감독님이 '하울' 얘기를 그렇게 많이 하셨다. 그래서 저는 속으로는 '아니 하울을 어떻게 연기해?'했었다. 감독님의 말대로 하울을 따라가고 싶진 않았지만, 캐릭터의 성향 자체는 비슷하다고 본다. 동화 속 천진난만함을 가진 어른, 그 안에서 다채로움이 있었기에 완성된 것이지 제가 범접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안나라수마나라'는 지창욱에게도 여러모로 도전이 됐다. 동심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자신의 감정을 아끼지 않고 표현하는 연기에도 도전했다. 또 뮤지컬 형식의 드라마이기에 부담도 많았겠지만, "피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지창욱은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었고, 성적에 대한 부담감과 결과물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 하지만 부담감을 갖고 촬영하기덴 제가 너무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서 잊으려 노력했다"며 "그래도 저는 도망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까지 제가 작품을 해오면서 좋았던 작품도, 성적이 안 좋았던 작품도 있었다. 그런 작품들도 제게 큰 기회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 실패의 경험 때문에 무서워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도망치지 말자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성공만 쫓기에는 '마흔의 나, 쉰의 나'가 힘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작품 선택을 할 때 실패의 부담감은 있겠지만, 그것 때문에 도망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현재는 '한류스타'로 강림하는 지창욱이지만, 어려웠고 고민했던 과거도 존재했다. 그렇기에 현재의 '안나라수마나라' 속 리을을, 그리고 아이와 일등을 이해할 수 있는 밑받침이 되기도. 지창욱은 "저 역시도 심리적으로 극복하기 힘든 순간들이 늘 있던 것 같다. 학창시절에는 학업 스트레스가 있고, 저 역시도 돈에 대해 늘 힘들어했다. 그래서 리을이를 봤을 때 남의 이야기 같지 않고, 제 이야기 같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저도 평범히 자랐지만, 어떻게 보면 힘들게 자랐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뒤 홀어머니 아래서 자랐는데 거기서부터 오는 상실감도 충분히 느꼈고, 현실이 쉽지 않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 빨리 느꼈다. 그래서 어렸을 적을 생각하면 항상 우울감이 있던 것 같다. 그걸 다행히 어머니의 사랑으로 극복하지 않았나 싶다"고 고백했다.

아직 철이 없고 천진난만하다고 생각하는 지창욱이지만, 늘 '어른'의 순간은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법. 지창욱은 "제가 항상 의지했던 어머니가 어느 순간에는 저를 의지하고 있더라. 나를 책임져야 할 부모가 이제는 내가 책임져야 할 부모님이 된 것이다. 그럴 때 이제 내가 가장이고, 이런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어른이 됐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안나라수마나라'는 시청자들에게 '어른'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 작품. 지창욱 역시 질문을 들어주고 기다려주는 '멋진 어른'이 되겠다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그렇기에 '안나라수마나라'는 깊은 의미로 남을 예정. 지창욱은 "제가 돌아봤을 때 즐거운 추억과 기억, 좋은 팀원들과 동료들, 선배님들을 만났다는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사실 새로운 도전이었고 시도였던 것 같다. 나를 깨기 위한 어떠한 또 하나의 시도였던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작품을 선택할 때 배우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나중에 어떤 배우가 돼야 할지 고민? 하는데, 매 작품을 제 몸에 지워지지 않도록 새겨넣는 느낌이라 고민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나중에 돌아봤을 때 저를 만들어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창욱은 '안나라수마나라'를 공개한 뒤 오늘 8월 KBS 를 통해 공개될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을 통해 돌아온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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