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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人]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故강수연, 월드스타→영화계 대장부의 길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2-05-08 10:18 | 최종수정 2022-05-08 10:28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폼)가 없냐"는 명대사를 남긴 강수연이 눈을 감았다.

배우 강수연은 5일 뇌출혈로 쓰러져 치료를 받던 중 7일 오후 3시쯤 별세했다. 향년 55세.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연상호 감독)를 통해 연기 복귀를 앞두고 있던 고인의 갑작스러운 소식에 영화계도 애통함을 감추지 못하는 중. 연상호 감독도 촬영 내내 밝은 모습을 보여줬던 강수연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애도의 마음을 보냈다.

강수연은 한국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그의 삶이 곧 한국 영화였다.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세 살의 나이에 요즘 말로 '길거리 캐스팅'을 당하며 연예계에 발을 들였던 강수연은 아역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동양방송(TBC) 전속 아역배우로서 브라운관에 나섰던 강수연은 드라마 '똘똘이의 모험'(1971), '오성과 한음'(1979), '풍운'(1982)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확실하게 알렸다.

KBS로 회사를 옮겼던 강수연은 1983년 드라마 '고교생의 일기'를 통해 청춘 스타로 발돋움했다. 임권택 감독과의 만남은 강수연을 한국 최초의 월드스타로 만들어준 계기가 됐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인 '씨받이'(1987)로 베네치아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아 한국 배우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이라는 역사를 쓰기도. 이는 전도연이 '밀양'을 통해 2007년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 전까지 20년간 깨지지 않았던 독보적 기록이었다.


사진='아제 아제 바라아제' 스틸컷

사진=영화 '씨받이' 스틸컷
강수연은 이처럼 파격적인 연기를 계속해서 이어가며 여성 배우로서 한계를 파괴해가는 업적을 세워왔다. 명문가의 '씨받이'가 되는 인물을 연기한 것에 이어 1989년 임권택 감독과의 두 번째 작품인 '아제 아제 바라아제'를 통해서는 비구니 역할을 맡으며 '삭발 투혼'까지 불사했다. 이 작품을 통해 강수연은 모스크바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손에 쥐었다.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떨친 강수연의 수상들이 현재 있는 K-콘텐츠에 대한 국제적 관심의 토대가 된 것.


사진=드라마 '여인천하' 속 한 장면, SBS 제공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무대에서도 강수연의 활약은 대단했다. 여전히 회자되는 최고의 히트작 SBS '여인천하'(2001)의 정난정은 '착한 여주인공'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던 강수연의 업적. 강수연은 악녀 정난정을 연기하며 시청률 30%대의 초 흥행작을 완성해냈다. 당시 강수연은 당대 최고의 출연료(회당 500만원)를 받으며 방송에 복귀했었고, 그의 복귀로 인해 드라마 내 배우들의 연기 열전까지 이어지며 시청률 고공행진의 원인이 됐다. 강수연은 이 작품을 통해 연기 경력 최초로 SBS 연기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이후 연기를 통해 빛을 발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강수연은 사실상 연기 중단 시기를 거쳤고, 영화계 발전을 위한 행보에 나섰다. 2015년~2017년 부산국제영화제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으며 영화제 부활에 힘썼고, 당시 강수연은 기자회견에서도 영화계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제가 망가지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는 강력한 발언으로 영화계 대장부다운 모습을 이어갔다.

이렇듯 강수연은 한국영화계에서 큰 기둥으로서 자리하며 후배들을 챙겨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배우들뿐만 아니라 스태프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하며 후배들을 향한 애정어린 조언까지 이어왔다는 것. 강수연은 과거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명언으로 영화계에 큰 감동을 줬고, 이를 지켜봤던 류승완 감독이 강수연의 이 말을 영화 '베테랑'(2015)의 명대사로도 활용하며 대중에게도 이 말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 영화의 큰 별 故 강수연의 빈소가 8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지난 5일 배우 강수연은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서울 강남 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됐다. 고인은 1987년 영화 '씨받이'로 제44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1989년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며 발인은 11일이다.
사진제공=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가장 최근 작품은 2013년 공개된 단편영화 '주리'다. 마지막 장편영화는 임권택 감독과 함께했던 영화 '달빛 길어 올리기'(2010)였다. 고인은 생전 "'집으로'의 할머니 같은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기력이 남아 있는 한 배우로서 삶을 이어가고 싶다고 하기도. 약 11년 만에 OTT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영화 '정이'의 공개를 앞두고 있었지만, 공개되는 모습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게 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강수연의 장례식은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장례위원회는 부산국제영화제로 인연을 맺었던 김동호 위원장을 포함해 김지미, 박정자, 박중훈, 손숙, 신영균, 안성기, 이우석, 임권택, 정지영, 정진우, 황기성으로 구성됐다. 고인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1일 엄수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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