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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폼)가 없냐"는 명대사를 남긴 강수연이 눈을 감았다.
KBS로 회사를 옮겼던 강수연은 1983년 드라마 '고교생의 일기'를 통해 청춘 스타로 발돋움했다. 임권택 감독과의 만남은 강수연을 한국 최초의 월드스타로 만들어준 계기가 됐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인 '씨받이'(1987)로 베네치아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아 한국 배우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이라는 역사를 쓰기도. 이는 전도연이 '밀양'을 통해 2007년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 전까지 20년간 깨지지 않았던 독보적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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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연기를 통해 빛을 발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강수연은 사실상 연기 중단 시기를 거쳤고, 영화계 발전을 위한 행보에 나섰다. 2015년~2017년 부산국제영화제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으며 영화제 부활에 힘썼고, 당시 강수연은 기자회견에서도 영화계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제가 망가지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는 강력한 발언으로 영화계 대장부다운 모습을 이어갔다.
이렇듯 강수연은 한국영화계에서 큰 기둥으로서 자리하며 후배들을 챙겨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배우들뿐만 아니라 스태프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하며 후배들을 향한 애정어린 조언까지 이어왔다는 것. 강수연은 과거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명언으로 영화계에 큰 감동을 줬고, 이를 지켜봤던 류승완 감독이 강수연의 이 말을 영화 '베테랑'(2015)의 명대사로도 활용하며 대중에게도 이 말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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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작품은 2013년 공개된 단편영화 '주리'다. 마지막 장편영화는 임권택 감독과 함께했던 영화 '달빛 길어 올리기'(2010)였다. 고인은 생전 "'집으로'의 할머니 같은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기력이 남아 있는 한 배우로서 삶을 이어가고 싶다고 하기도. 약 11년 만에 OTT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영화 '정이'의 공개를 앞두고 있었지만, 공개되는 모습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게 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강수연의 장례식은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장례위원회는 부산국제영화제로 인연을 맺었던 김동호 위원장을 포함해 김지미, 박정자, 박중훈, 손숙, 신영균, 안성기, 이우석, 임권택, 정지영, 정진우, 황기성으로 구성됐다. 고인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1일 엄수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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