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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일라이와 지연수가 무릎 꿇고 애원하는 아들의 모습이 눈물을 보였다.
달달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지연수는 "여보라고 해줘서 고맙다"며 먼저 말을 꺼냈다. 이어 "난 단 한 번도 내가 널 무시한다고 느낄까 봐 '너'라고 한 적이 없다. 근데 이혼 확실히 되고 나서 처음으로 너한테 '너'라고 했는데 되게 쾌감이 있었다. '너'라고 하니까 내가 이긴 느낌이었다"며 "너의 반응을 보고 싶었다. 너도 '너'라고 하면 '누나라고 해'라고 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날 끝까지 대우해주는 게 솔직히 고마웠다"고 말했다.
일라이는 "내 전화번호 이름은 뭐로 바꿨냐"며 궁금해했고, 지연수는 "미국 전화"라고 답했다. 지연수의 솔직한 대답에 일라이는 "난 '민수 엄마'라고 했다"며 웃었고, 지연수는 "나름 신경 써줬네"라고 말했다.
숙소를 떠나기 전 일라이는 휴대전화에 모아 둔 민수의 사진으로 가득 찬 앨범을 들여다봤다. 일라이는 "이 프로그램을 하게 된 이유는 민수를 버리지 않았다는 걸 민수한테 알려주고 싶었다. 옆에 있지는 않지만 민수한테는 아직도 아빠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 결정하게 됐다. 민수를 옛날처럼 안아주고 싶었다. 얼굴을 민수 목 사이에 파묻고 그 향기를 맡고 싶었다"며 민수를 향한 절절한 부성애를 드러냈다.
헤어지기 전 일라이와 지연수는 마지막으로 식사를 함께하며 민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일라이는 "우리가 헤어진 지 2년 됐는데 2년은 긴 시간이 아니다. 근데 우리한테는 엄청 긴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난 겁이 났다. 민수 관련된 이야기를 하거나 요구를 하면 안 들어줄까 봐"라고 털어놨다. 그러자 지연수는 "그럴 수 있었겠다. 만약 민수가 미국에 있는 상황이었다면 나라도 그런 마음이 들었을 거 같다"며 이해했다. 또 일라이는 민수랑 가고 싶은 곳이 있냐는 지연수의 말에 "많다. 다 가고 싶다. 껌딱지처럼 딱 달라붙어서 안 떨어지고 싶다. 근데 이젠 시간을 골라서 만나야 하는 게 되게 슬픈 거 같다"고 말했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지연수는 자신의 생각이 났던 순간이 있었는지 궁금해했다. 이에 일라이는 함께 자주 먹었던 쌀국수를 먹을 때마다 생각이 나고, 집에 있을 때도 생각이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 생각이 안 날 수가 없다. 그리고 내 팔에 네 얼굴(타투)이 있지 않냐. 사람들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내 아들 엄마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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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는 집으로 오라는 지연수의 메시지를 받고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민수는 2년 만에 본 아빠를 처음에는 못 알아보고 멈칫했지만, 이내 마스크를 벗고 "아빠야"라고 말하는 일라이를 보자마자 바로 품에 안겼다. 일라이는 "미칠 거 같다"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고, 민수는 "오랜만에 봐서 울어?"라며 해맑게 웃었다. 아빠를 오랜만에 만난 게 마냥 기쁜 민수는 계속 아빠 품에 안겼고, 일라이는 "아빠는 이 순간을 계속 기다렸다"며 행복해했다. 이에 민수는 "난 그동안 아빠가 엄마랑 날 미워하면서 미국 할머니, 할아버지랑 행복하게 사는 줄 알았어"라고 털어놨다. 그러자 일라이는 "아니다. 아빠는 항상 민수 생각하고 있다. 민수랑 엄마가 밉지 않다"며 민수의 오해를 풀려고 애썼다.
민수는 밥을 먹을 때도 혹시라도 아빠가 빨리 갈까 봐 허겁지겁 먹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연수가 "아빠 실컷 놀고 갈 거니까 걱정 말고 천천히 먹어"라고 했지만, 민수는 "엄마가 실컷 놀고 간다고 해놓고 빨리 가면 어떡해. 빨리 먹어야 돼"라고 말해 보는 이들의 마음마저 아프게 했다. 민수는 계속 "아빠가 여기서 살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일라이와 지연수는 대답할 수 없었다. 2년 사이에 훌쩍 자란 민수를 보던 일라이는 "오랜만에 봤는데 옛날 모습과 너무 달라졌다. 많이 컸다. 아빠 없이 그 세월을 지낸 게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일라이는 오랜만에 민수의 샤워를 직접 해주겠다고 했다. 민수는 샤워하는 내내 "아빠 정말 오랜만이다"라며 "매일 아빠가 목욕해 주고 잠도 셋이서 자자"라며 매일 아빠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일라이는 대답하지 못했고, 민수는 "가지 마세요. 그냥 우리 집에서 살면 안 돼요?"라며 간절한 바람을 드러냈다. 일라이는 "아빠랑 엄마는 이제 같이 안 살아. 그래도 민수 위해서 엄마, 아빠는 사이좋게 같이 지낼 거다"라고 설득했다. 그 순간 민수는 "근데 혹시 아빠 미국에서 결혼했어요? 아빠가 진짜 우리 엄마 쫓아낸 거 아니죠?"라고 질문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에 일라이는 "결혼 안 했다. 민수랑 엄마가 잘살 수 있게 아빠가 열심히 하겠다"며 "그렇게 느끼고 그런 모습 보여줘서 미안하다"며 울컥했다. 아빠의 대답에 안심한 민수는 "저도 아빠 의심해서 미안해요. 아빠 사랑해요"라고 말했고, 일라이도 "사랑한다. 아빠는 언제나 민수 아빠다"라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자 민수는 "아빠가 자고 가면 좋겠다. 나는 아빠랑 자고 싶다"며 고집을 피웠다. 일라이와 지연수는 최대한 민수를 설득해보려고 했지만, 민수는 무릎까지 꿇고 "우리 집에서 같이 살아요. 제발"이라며 애원해 안쓰러움을 안겼다. 지연수는 "민수가 잘못한 게 아니니까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면서 "민수 마음 엄마, 아빠가 너무 잘 아는데 미안하다. 민수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못해서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supremez@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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