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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전미도가 '서른, 아홉'을 통해 삶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전미도는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췌장암 환자이자 시한부로서의 삶을 그려낸 이야기를 덤덤히 풀어냈다. 최종회를 보고 눈물을 많이 쏟아냈다는 전미도는 연기하는 내내 감정 과잉의 상태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해왔다고. 신파로 빠지지 않기 위해서 눈물을 최대한 감췄다는 그는 감정을 터뜨리는 것보다도 어렵다는 절제의 연기를 보여줘 시선을 모았다. 전미도는 "쉬운 게 하나도 없구나 싶었다. 환자는 감정적 무게감을 계속 갖고 있어야 하다 보니 환자보다는 의사가 편하지 않겠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고는 했다"며 "극중 찬영이가 치료를 받지않기로 선택하고, 남은 시간들을 의미있게 쓰고자 선택했기에 고통스러운 면이라든지 그런 게 부각되진 않았지만, 췌장암이란 사실을 세 번 밝히는데 그럴 때마다 심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서른, 아홉' 속 정찬영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덤덤하게 밝히지만, 이를 듣는 상대들의 감정을 오롯이 받아내야 하는 캐릭터. 전미도는 "극중 설정된 찬영이의 성격상 슬픔을 토해내는 성격도 아니거니와 덤덤하게 표현한다고 돼있어서 단계별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첫 번째, 친구들과 만날 때는 어쩌면 본인도 아직은 받아들이기 힘들고 인정하기 힘든 상황인 것 같아서 남의 얘기하듯 했고, 진석을 만나서는 실감이 나는 것 같은 느낌으로 했다. 부모님께 얘기할 때는 무너지는 감정이었을 거다. 더 많이 표현되는 신들이었어서 참아내며 감정을 토해내는 것이 어렵고 힘들었다. 어떤 면에선 너무 담담했나 싶기도 하고, 배우로서 욕심을 내서 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당사자인 찬영이가 가장 많이 참아야 했던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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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아홉'은 시청자들에게도 삶과 죽음에 대한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해준 드라마가 됐다. 전미도는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느끼고, 현실에서 충분히 비슷한 일이 있다는 것도 느꼈다. 특히나 찬영이의 상황 때문에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됐다거나 위로를 받았다는 이야기들이 좋았다. 또 감사하게도 매회 보시고 메시지를 보내주는 분들도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건강검지을 받자고도 하고 시청자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내줬다"고 했다. 전미도의 생각도 바뀌었다. 그는 "이 작품 때문에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실제로 부고 리스트를 만들면 누구를 부를지 써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내가 이 사람은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를 알게 됐다. 제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다. 이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게 됐다. 예전에는 '나중에 시간 되면!'이라고 막연히 얘기했던 것들이 '당장 내일, 이번주 바로 돼?'라고 하면서 구체적으로 행동하게 됐다.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태도가 바뀌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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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매체로 활동반경을 넓혀온 전미도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도 치솟는 중이다. 전미도는 '슬의생' 전과 후의 자신에 대해 "삶을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고 관점이 바뀌기는 했다. 공연에서 하는 것들은 극적인 상황의 표현도 크고 무대 용어와 언어를 써서 에너지가 더 많이 담겨 있는데 매체는 조금 더 일상적인 것들이 많다 보니 삶을 디테일하게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각을 세세히 들여다보고 싶기도 하고,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마나서 얘기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 양쪽을 다 가려면 공부가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직도 적응해나가는 중이다"라고 했다.
40대를 맞이한 전미도의 인생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전미도는 "전과는 확실히 달라지기는 했다. 저는 철없고 부족하고 미련한 것은 마찬가지인데 그런 면들을 받아들이는 게 달라졌다. 이제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완벽해질 수 없다는 것도 아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부족한 면이 있고, 또 하나는 너무 잘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굥는 뭐든 잘하고 싶고 완벽하고 싶고, 힘이 많이 들어가 있었는데, 오히려 그 욕심이나 힘을 덜어낼 때 조금 더 유연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다"라고 말했다.
전미도는 앞으로도 변신을 거듭할 예정이다. 그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근본적으로 인물이 가진 것이 달라지지는 않을 수 있지만, 저에게 주어지는 기회 안에서 할 수 있는 한 다양하게 달라지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한 가지만 고집하고 싶지는 않다"고 당당히 밝혔다.
전미도는 '서른, 아홉' 종영 후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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