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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삶을 더 적극적으로!"..전미도, '서른, 아홉'으로 변한 것(종합)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2-04-06 06:38 | 최종수정 2022-04-07 07:20


사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전미도가 '서른, 아홉'을 통해 삶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유영아 극본, 김상호 연출)은 마흔을 코 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현실 휴먼 로맨스 드라마. 8.1%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

전미도는 극중 배우를 꿈꿨던 연기 선생님 정찬영으로 분해 췌장암 말기의 시한부 삶을 색다르게 풀어가며 안방에 먹먹함을 안겼다. 특히 전미도는 손예진(차미조 역), 김지현(장주희 역)과 함께 세 여자의 우정을 밀도 있게 그려냈고, 이무생(김진석 역)과의 러브라인에도 설득력을 부여하는 연기를 보여줬다.

전미도는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췌장암 환자이자 시한부로서의 삶을 그려낸 이야기를 덤덤히 풀어냈다. 최종회를 보고 눈물을 많이 쏟아냈다는 전미도는 연기하는 내내 감정 과잉의 상태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해왔다고. 신파로 빠지지 않기 위해서 눈물을 최대한 감췄다는 그는 감정을 터뜨리는 것보다도 어렵다는 절제의 연기를 보여줘 시선을 모았다. 전미도는 "쉬운 게 하나도 없구나 싶었다. 환자는 감정적 무게감을 계속 갖고 있어야 하다 보니 환자보다는 의사가 편하지 않겠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고는 했다"며 "극중 찬영이가 치료를 받지않기로 선택하고, 남은 시간들을 의미있게 쓰고자 선택했기에 고통스러운 면이라든지 그런 게 부각되진 않았지만, 췌장암이란 사실을 세 번 밝히는데 그럴 때마다 심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서른, 아홉' 속 정찬영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덤덤하게 밝히지만, 이를 듣는 상대들의 감정을 오롯이 받아내야 하는 캐릭터. 전미도는 "극중 설정된 찬영이의 성격상 슬픔을 토해내는 성격도 아니거니와 덤덤하게 표현한다고 돼있어서 단계별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첫 번째, 친구들과 만날 때는 어쩌면 본인도 아직은 받아들이기 힘들고 인정하기 힘든 상황인 것 같아서 남의 얘기하듯 했고, 진석을 만나서는 실감이 나는 것 같은 느낌으로 했다. 부모님께 얘기할 때는 무너지는 감정이었을 거다. 더 많이 표현되는 신들이었어서 참아내며 감정을 토해내는 것이 어렵고 힘들었다. 어떤 면에선 너무 담담했나 싶기도 하고, 배우로서 욕심을 내서 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당사자인 찬영이가 가장 많이 참아야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사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를 받아주는 배우들의 역할도 중요했다. 전미도의 감정을 그 앞에서 받아내준 배우들의 연기가 그에게 힘이 됐던 것. 현장에서 '손프로'라 불리는 손예진의 연기는 두 말 할 것 없었고, 이무생은 실제를 방불케하는 울음을 터뜨려 보는 이들을 오열하게 만들었다. 전미도는 "그 신은 그렇게까지 계획하지 않았는데, 어느 정도까지 갈지 즉흥적으로 해보자고 해서 나온 신이었다. 그래서 참는 게 진짜 힘들었다. 찬영이가 같이 (울음이)터지면 안 될 것 같아서 계속 그 감정이 올라와도 참아내야 하는 순간들이 여러 번이었다. 제가 울면 신파일 것 같더라. 그래서 계속해서 참았다"며 "나중에 주희에게 하는 신은 가장 위기의 순간이었다. 주희에게 '내가 너보다 미조를 더 걱정해서 서운해?'라고 둘이 대사를 한 두 마디씩 주고받는데 너무 눈물이 났고, 지현 씨라서 더 관계가 있어서일지 모르지만,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른, 아홉'은 시청자들에게도 삶과 죽음에 대한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해준 드라마가 됐다. 전미도는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느끼고, 현실에서 충분히 비슷한 일이 있다는 것도 느꼈다. 특히나 찬영이의 상황 때문에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됐다거나 위로를 받았다는 이야기들이 좋았다. 또 감사하게도 매회 보시고 메시지를 보내주는 분들도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건강검지을 받자고도 하고 시청자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내줬다"고 했다. 전미도의 생각도 바뀌었다. 그는 "이 작품 때문에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실제로 부고 리스트를 만들면 누구를 부를지 써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내가 이 사람은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를 알게 됐다. 제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다. 이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게 됐다. 예전에는 '나중에 시간 되면!'이라고 막연히 얘기했던 것들이 '당장 내일, 이번주 바로 돼?'라고 하면서 구체적으로 행동하게 됐다.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태도가 바뀌었다"고 밝혔다.


사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이후 곧바로 '사람의 냄새가 나는 작품'을 선택한 전미도는 최근 여성 서사 속에 들어와있다는 것이 반갑다고. 그는 "20대도 아니고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대에 이런 여성서사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20대, 30대, 40대, 혹은 그 이후에라도 여배우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온다는 것은 감사한 일인 것 같다. 다양하게, 친구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재가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며 "저는 따뜻한 인물이 좋은 것 같다. 뭔가 위로를 받을 수 있고, 한 마디에 내 기분을 다 알아줄 것 같은 인물들이 좋다. 기회가 된다면 더 하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무대에서 매체로 활동반경을 넓혀온 전미도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도 치솟는 중이다. 전미도는 '슬의생' 전과 후의 자신에 대해 "삶을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고 관점이 바뀌기는 했다. 공연에서 하는 것들은 극적인 상황의 표현도 크고 무대 용어와 언어를 써서 에너지가 더 많이 담겨 있는데 매체는 조금 더 일상적인 것들이 많다 보니 삶을 디테일하게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각을 세세히 들여다보고 싶기도 하고,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마나서 얘기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 양쪽을 다 가려면 공부가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직도 적응해나가는 중이다"라고 했다.

40대를 맞이한 전미도의 인생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전미도는 "전과는 확실히 달라지기는 했다. 저는 철없고 부족하고 미련한 것은 마찬가지인데 그런 면들을 받아들이는 게 달라졌다. 이제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완벽해질 수 없다는 것도 아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부족한 면이 있고, 또 하나는 너무 잘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šœ는 뭐든 잘하고 싶고 완벽하고 싶고, 힘이 많이 들어가 있었는데, 오히려 그 욕심이나 힘을 덜어낼 때 조금 더 유연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다"라고 말했다.

전미도는 앞으로도 변신을 거듭할 예정이다. 그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근본적으로 인물이 가진 것이 달라지지는 않을 수 있지만, 저에게 주어지는 기회 안에서 할 수 있는 한 다양하게 달라지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한 가지만 고집하고 싶지는 않다"고 당당히 밝혔다.

전미도는 '서른, 아홉' 종영 후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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