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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극장 종말의 시대"…100만 돌파 '해적2'에도 韓영화계 울상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2-02-07 11:04 | 최종수정 2022-02-08 07:41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OTT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K-드라마'가 그야말로 '대박'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기생충'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K-영화'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우려 했던 극장 종말의 시대가 턱밑까지 따라와 영화계의 숨통을 쥐고 있는 것.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전 세계가 열광하는 키워드는 'K-드라마'다. 2021년 9월 공개돼 53일간 전 세계 OTT 시리즈 1위를 장악한 '오징어 게임'(황동혁 극본·연출)이 드라마 시장의 판도를 뒤집었고 이후 그 배턴을 이어 그해 11월에는 '지옥'(연상호·최규석 갱, 연상호 연출)이 11일간 1위를, 그리고 올해 1월 28일 공개돼 단번에 1위로 등극, 9일 연속 1위를 지키며 쾌조의 출발에 성공한 '지금 우리 학교는'(천성일 극본, 이재규·김남수 연출)까지 공개되는 족족 흥행 꽃길을 걷고 있다.

비단 세계적인 OTT 플랫폼의 거대 자본으로 만든 작품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인기리에 종영한 MBC '옷소매 붉은 끝동'(정해리 극본, 정지인·송연화 연출),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이나은 극본, 김윤진·이단 연출) 등도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렇듯 승승장구하고 있는 'K-드라마'와 달리 'K-무비'의 상황은 정반대다. 관객의 외면 속 시한부 위기를 걷고 있는 'K-무비'로 영화계, 그리고 극장계의 시름이 늘어가고 있는 것. 2019년 '기생충'(봉준호 감독)으로 칸국제영화제는 물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꿰찬 'K-무비' 기세가 무색할 정도로 단번에 꺾였다.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올해엔 오미크론 변이 확산까지 더해지며 극장을 찾는 관객의 발길이 뚝 끊겼고 엎친 데 덮친 격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정책으로 심야 상영까지 제제되면서 상영 시간이 대폭 축소, 관객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돼버렸다. 관객을 모을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부재도 극장 쇄락의 길에 날개를 달았다. 예년 같으면 개봉 엄두도 못 낼 창고 대방출 영화들만 줄기차게 개봉하며 관객의 외면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물론 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여름 용기 있게 개봉해 361만명을 끌어모으며 한국 영화의 저력을 보인 '모가디슈'(류승완 감독)가 있었지만 이후 추석, 크리스마스 등 성수기 시즌 대작들이 몸을 사리며 개봉을 포기, '모가디슈'의 흥행 탄력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런 영향은 새해 첫 성수기 시즌인 설날 연휴도 고스란히 영향을 받았다. 올해 설날 기대작으로 등판해 가까스로 첫 100만 돌파에 성공한 '해적: 도깨비 깃발'(이하 '해적2', 김정훈 감독)이 있지만 사실상 100만 기록은 설날 대작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아쉬운 뒷맛을 남긴다. 250억원으로 제작된 '해적2'의 손익분기점은 450만. 이제 막 100만 터치다운에 성공한 '해적2'의 갈 길이 구만리다. '해적2'와 같은 날 개봉한 또 다른 설날 기대작인 '킹메이커'(변성현 감독)도 설 연휴 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킹메이커'의 경우 지난해 12월 개봉을 코앞에 두고 포기, 올해 설날 개봉으로 변경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팬데믹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누적 관객수 61만명에 그치는 등 결과적으로 개봉 연기가 악수가 돼버렸다.

설날 이후 극장가 상황도 심각하다. 이른바 '쌍천만 흥행 감독'이라 불리며 믿고 보는 웰메이드 흥행작을 연달아 터트린 윤제균 감독, 최동훈 감독, 김용화 감독의 신작도 개봉 갈피를 못 잡고 있고 '대배우' 송강호, 이병헌 등이 가세한 기대작 '비상선언'(한재림 감독)도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2020 칸영화제 오피셜과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초청되면서 화제를 모은 임상수 감독의 신작 '행복의 나라로'도 2년째 표류 중이며 올해 칸영화제 출품작으로 꼽히는 박찬욱 감독과 김태용 감독의 신작도 칸의 초청을 받더라도 개봉에 있어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어 영화계 근심이 크다.


한 영화 관계자는 스포츠조선을 통해 "관객의 수준이 수많은 웰메이드 콘텐츠를 통해 이미 최고의 경지에 오른 상황인데 정작 한국 영화계는 수동적으로 개봉 눈치만 보고 있어 걱정이다. 양보다 질적인 작품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하지만 모두가 손익분기점에 대한 걱정으로 섣불리 나서질 못하고 있다. 계속된 창고 대방출식 개봉으로 관객은 한국 영화에 대한 신뢰를 더 잃어가고 있다. 실험과도 같았던 '해적2'와 '킹메이커'가 설날 극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해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신작들은 더욱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몇몇 유명 감독들의 신작들이 극장 개봉이 아닌 OTT 플랫폼 공개를 염두하고 있는 데 이게 바로 극장 종말의 시대가 아니고 무엇이겠나. 올해도 극장 농사가 흉작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토로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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