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도망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노정의, '그 해 우리는' 한계 극복(종합)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2-01-25 17:32 | 최종수정 2022-01-27 07:23


배우 노정의가 20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1.20/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노정의(21)가 '그 해 우리는'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SBS 월화드라마 '그 해 우리는'(이나은 극본, 김윤진 이단 연출)은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로 끝났어야 할 인연이 10년이 흘러 카메라 앞에 강제 소환 되어 펼쳐지는 청춘 다큐를 가장한 아찔한 로맨스 드라마. 최웅(최우식)과 국연수(김다미)의 재회 러브스토리 속 엔제이(노정의)의 역할 또한 주목을 받았다. 노정의는 '지금이 딱 최정상인 아이돌' 엔제이를 연기하며 톱 아이돌의 내면과 외면을 표현해냈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외로움이 기본이 된 내면 연기부터 최웅을 향한 짝사랑까지 성숙하게 표현해냈다는 평이다.

노정의는 최근 스포츠조선을 만나 "작가님의 글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다"며 합류 이유를 밝혔다. 드라마를 촬영하면서도 "우리만 재미있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을 때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본방송에서도 대본의 재미가 그대로 표현돼서 행복했다는 마음도 드러냈다. 노정의는 "우리 눈에만 즐거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들 너무 좋아해주시더라. 너무 감사했다"며 종영 소감을 밝혔다.

노정의는 극중 톱 아이돌 엔제이를 표현하기 위해 외적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이어갔다. 백금발에 가까운 탈색모를 포함해 메이크업까지 화려함으로 중무장했다. 노정의는 "감독님이 먼저 헤어스타일을 제안해주셨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도 괜찮을 것 같다고 판단이 됐다. 노란색은 저와는 정말 안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왕 변신을 하는 김에 할 수 있는 데까지 머리 색을 빼서 하얀색에 가까운 노란색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화려한 스타일링에 걱정이 많았다. 의상과 메이크업, 헤어를 이렇게 화려하게 해본 적이 없었고, 전체 탈색도 처음 해봐서 '이게 과연 어울릴까. 이상해보이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다"고 했다.

이어 노정의는 "사실 하고 나서도 낯설어서 저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변에서는 괜찮은 것 같고, 잘 어울린다고 해주시더라. 그리고 '청룡영화상' 때 다들 너무 예쁘다고 해주셔서 그때 '조금 잘 어울리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제 주변 분들이라 좋게 봐주시나보다 했는데, 시청자 분들 입장에서도 봤을 때 예쁘다고 해주시니 감사했다"고 밝혔다.

외면은 물론, 내면까지도 엔제이화 했다는 노정의다. 노정의는 "많이들 엔제이를 아이유 님이라고 말씀을 해주시더라. 최정상 솔로 아이돌이라고 한다면, 대부분 아이유 님을 많이 생각해주시는 것 같다. 아이유 님을 비롯한 다른 아이돌 분들도 참고를 했고,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내적으로 고민하는 부분들도 참고했다.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어려움은 없었지만, 외적으로 풍기는 톱클래스 아이돌들의 아우라는 제가 연기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더라. 그래서 그런 것들을 영상으로 보면서 '내가 저런사람이다. 내가 톱클래스다!'라고 최면을 걸면서 하려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 노정의가 20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1.20/
2011년, 초등학생 때부터 배우로 활동했던 노정의는 엔제이에 대한 공감도 많았다고. 노정의는 "어릴 때부터 배우를 했기에 배경이 비슷했다. 저도 '진짜 친구'가 많지는 않았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를 만든지 1~2년 정도밖에 안 된 것 같다. 학교를 다닐 때는 더더군다나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저를 마냥 친구로만은 안 볼 수 있고, 또 사회생활을 하는 친구들은 약속을 잡아도 저에게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거리를 두고 지냈다. 그렇게 지내는 것도 편했다. 상대에게도 너무 실례를 범하지 않을 수 있고, 저도 그게 마음이 편하고, 상대를 불편하지 않게 마음으로는 선을 긋고 있던 것이다. 그들이 제가 없으면 안되는 그런 사이가 아니라, 제가 없어도 '우리끼리 즐겁게 놀자'가 될 수 있는 그런 사이. 물론 서운할 때도 있었지만, '서운해하면 안돼'라고 제 자신에게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짝사랑'이라는 감정도 공감을 많이 불러왔다. 극중 최웅을 짝사랑하는 엔제이로 분했던 노정의는 "저는 짝사랑을 많이 하는 편이다. 팬으로서도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 그래도 상대가 조금이라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으면 저는 좀 말을 안 하는데, 그런 짝사랑 감정 자체가 혼자 설레고 혼자 상처받고, 다시 혼자 부딪혀보고 그러지 않나. 그런 감정들을 이해할 수 있어서 엔제이를 연기할 때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저는 제가 좋아해야만 만남을 할 수 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만큼 배울 점이 많다. 좋은 사람은 만났다가 잃어버리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존경하고 너무 좋은 사람이라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짝사랑의 감정을 이야기했다.


최웅을 짝사랑하는 연기 역시 재미를 줬다. 노정의는 "웅이는 정말 좋은 사람이고, 배울 점도 많고, 재미있고, 배려가 깊은 사람이라 엔제이가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제 실제 이상형도 그냥 선하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웅이를 짝사랑하는 연기는 재미있었다. 벽에 대고 연애하는 느낌"이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배우 노정의가 20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1.20/
의외로 김지웅(김성철)과의 케미를 사랑해준 시청자들도 있었다. 노정의는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많더라. 둘은 사적인 감정이 하나도 없는데, 그렇게 보셔서 그게 좀 신기했다. 저는 나름대로 지웅이와 웅이를 대할 때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다. 웅이는 좋아하기에 웃고 있다면, 지웅이는 웅이에 대해 캐내기 위해 있는 거고, 또 지웅이의 혼자 있는 모습이 나와 같고 하니, 그래서 옆에 있는 정도였는데 다른 분들은 '둑이 그런거야?'하더라. 역시 사람마다 보는 게 다르다"며 웃었다.

'그 해 우리는'은 노정의에게 숙제도 성취감도 준 작품이 됐다. 그는 "내적으로는 이 작품을 하면서 연기적인 고민들을 많이 했다. 제 마인드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하면서 어려움도 생갭다 많았고, 제가 처음 해보는 연기 분야다 보니 실제로 제가 밝아도 TV를 통해 보이는 밝고 사랑스러움이 보이는 게 쉽지 않더라. 그래서 만들어나가기 어려웠고, 그래서 많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 작품을 하면서 '나는 밝은 게 안 되나'라고 생각을 하다가 선배님들이나 언니, 오빠들에게 고민을 털어놨고, 감독님께도 털어놓으면서 엔제이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서 '혼자가 아니라, 이렇게 다같이 해보면 되는구나. 언젠가는 답이 있고, 그것에 맞춰서 하게 되는구나'를 깨달았다. 그래서 다음에 어떤 어려운 캐릭터가 와도 또 다시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배우 노정의가 20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1.20/
매작품 한 번씩 무너짐을 겪는다는 노정의는 엔제이를 표현하면서는 더 큰 고민들에 휩싸이기도 했다고. 그는 "엔제이가 이상해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비호감이 되는 것 아닐까' 걱정도 많이 했었다. 감독님이 후에 그걸 풀어줄 회차가 나올 것이라고 하셨고, 작가님의 힘이기에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하셔서 초반엔 마음껏, 얄미워 보여도 되니 생각없이 밝게 보이면 좋겠다고 하셨고, 저도 '알겠다'고 하고 연기했다. 초반엔 사실 제가 연기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저 자신에게 서운하고 속상했던 때다. 그래서 (김)종도 삼촌에게 가서 '제가 너무 재능이 없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니 '네가 정말 재능이 없었으면 내가 너를 10년이나 함께하고 있을 이유가 없지 않겠냐'고 하셨고, 그때 다시 힘을 내고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계를 깬 노정의는 '그 해 우리는'으로 자신감이 다시 붙었다. 그는 "사랑스러운 것을 조금 알아주시고 저의 노력을 조금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절반은 성공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앞으로는 더 사랑스럽고, 그런 것들을 할 수 있을 때 더 잘하는 것이 저의 몫인 것 같다. 어쨌든 시작의 문은 열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귀여운 것도 해보고 싶다. '오 나의 귀신님'에서 박보영 배우님이 하신 정말 러블리하고 사랑스러운 로맨스도 해보고 싶고, 그냥 지금 연수와 웅이 같은 현실적인 연애 드라마도 해보고 싶다. 또 액션물 장르물도 해보고 싶은데, 뭐든 다 해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해 기대를 높였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2022 임인년 신년운세 보러가기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