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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불한당'보다 나은 작품"…'킹메이커' 변성현 감독, 대선 앞둔 개봉→SNS 논란 반성까지(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2-01-26 12:45 | 최종수정 2022-01-26 14:18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주류가 아닌 비주류에 대한 애정, 그리고 설경구·이선균을 향한 믿음으로 완성한 변성현(42) 감독의 애증의 인생작이 설 연휴 관객의 마음을 뜨겁게 두드릴 준비에 나섰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네 번 낙선한 정치인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정치 영화 '킹메이커'(씨앗필름 제작). 5년 만에 신작 '킹메이커'로 컴백한 변성현 감독이 26일 오후 스포츠조선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킹메이커'를 연출한 계기부터 비하인드 에피소드까지 모두 밝혔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선거 참모였던 엄창록, 그리고 1960-70년대 드라마틱한 선거 과정을 모티브로 영화적 재미와 상상력에 기초해서 창작된 '킹메이커'.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뜻은 같으나 이를 이루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올해 설 연휴를 대표하는 한국 영화 기대작이자 오는 3월 열리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개봉하는 정치 드라마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무엇보다 '킹메이커'는 전작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17)을 통해 세련되고 스타일리시한 연출 스타일을 선보인 변성현 감독의 5년 만의 신작으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불한당' 당시 한국 영화 사상 전무후무한 팬덤을 형성,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며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변성현 감독은 이번 '킹메이커'를 통해 다시 한번 독보적인 스타일을 과시, 새로운 인생작을 경신하는데 성공했다. 그의 새로운 도전에 '불한당'으로 신뢰를 쌓은 배우 설경구도 힘을 더해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에 대한 신념이 다른 두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진 변성현 감독이 올해 설날 극장가 또한 새로운 '킹메이커'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변성현 감독에게 최애작인 '킹메이커'. '불한당' 촬영 전부터 이미 시나리오를 완성했다는 변성현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게 된 계기는 전작의 영향이 크다. 전작이 로맨틱 코미디였는데 이후 작품이 누아르 장르를 쉽게 못 들어가게 됐다. 그런 중간에 써본 시나리오가 '킹메이커'였다. 개인적으로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17) 보다 '킹메이커' 시나리오가 더 좋아 먼저 촬영하고 싶었다.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더라"고 밝혔다.

이어 킹이 아닌 킹메이커를 다룬 이유에 대해 "많은 글 쓰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 같다. 약간 변태적인 부분인 것 같기도 한데, 전면에 나서는 사람 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거나 이면에 있는 사람들을 표현하는걸 좋아한다. 다른 분들도 좋아하시지 않을까? 킹을 그리고 싶지 않은 이유는, 정치물이 자칫하면 히어로물처럼 보이기 쉽다고 생각한다. 히어로를 영웅화 시키는 스타일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답했다.

충무로 최고의 캐스팅을 완성한 것 역시 남다른 자신감이 있었다. 변성현 감독은 "사실 설경구 선배는 김운범 캐릭터를 부담스러워했다. 서창대 역할에 더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킹메이커' 속 김운범은 서창대에게 대상화가 된 인물이고 자칫하면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인물이었다. 내가 밋밋하게 만든 인물을 입체감 있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국내에서 몇 없다고 생각했다. 그 중 설경구라고 생각했고 강력히 고집해서 설득했다. 설경구는 믿음이 가는 배우다. 연출자로서 한국 배우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배우이고 어떤 역할을 맡겨도 믿음이 되는 배우다. 내가 굳이 캐릭터 설명을 안하도 걱정을 안 할 수 있는 배우이지 않을까 싶다. 또 '킹메이커'는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만났다. 이 배우들에게 내 영화가 해가 되지 않고 모든 하모니가 잘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싶었다"고 바람을 전했다.


'킹메이커'는 앞서 지난해 12월 연말 개봉을 준비했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개봉을 포기하고 어렵게 설 연휴 개봉을 확정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은 작품이다. 이에 변성현 감독은 "사실 '킹메이커'는 이번 설날 개봉 전 몇 번의 개봉 시기를 잡았다. 2년 전부터 개봉을 준비했던 것 같다. 코로나19 시국에 맞물려 계속 미루게 됐고 그 과정에서 OTT 공개 논의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극장에서 개봉하고 싶었다. 물론 OTT로 공개한다면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겠지만 작은 수의 관객이 보더라도 영화관에서 볼 수 있길 바랐다"고 말했다.


또한 오는 3월 열리는 대통령 선거에 맞춰 영화를 공개하게 된 것에 "대선을 앞두고 개봉할 줄 전혀 몰랐다. 전에 개봉을 준비할 때도 총선이 있었다. 그때도 그 시기를 피해 개봉하고 싶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 그저 나는 영화를 빨리 보여주고 싶었다. 이 영화가 대선에 영향을 끼칠지 잘 모르겠다.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만든 영화가 전혀 아니며 어떤 진영을 편들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그냥 상업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불한당원'이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전작 '불한당'은 마니아 관객층이 형성된 바, 이에 대한 부담감도 상당했다. 변성현 감독은 "개인적으로 전작 '불한당'을 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불한당'이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워낙 좋아해 주는 마니아가 많았다. 물론 그렇다고 계속해서 마니아를 충족시키는 영화를 하려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럼에도 나를 비롯해 스태프 모두 부담감이 있었다. 전작보다 나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겸허한 반성의 시간도 계속됐다. 2017년 '불한당' 개봉 당시 변성현 감독은 자신의 SNS에 비속어가 섞인 글과 대선 기간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게재해 논란을 빚었다. 그는 "그 당시 내 발언 때문에 '불한당'이 큰 피해를 입었고 지금도 많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킹메이커'는 신념을 나타내는 영화는 아니었다. 그저 영화를 보시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교조적으로 촬영한 영화는 아니다. 나의 정치적인 신념을 내세운 영화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전작에서의 논란에 대해 부담은 있지만 '킹메이커'는 크게 염두하고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킹메이커'는 설경구, 이선균, 유재명, 조우진, 박인환, 이해영, 김성오, 전배수, 서은수, 김종수, 윤경호, 그리고 배종옥이 출연했고 '나의 PS 파트너'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의 변성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늘(26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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