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게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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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메타버스
우선 MS는 블리자드 인수 소식을 전하면서 모바일, PC, 콘솔은 물론 클라우드 전반에 걸친 게임사업의 성장 가속화는 물론 메타버스를 향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오버워치', '스타크래프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과거는 물론 현재 글로벌 게임 시장을 아우르고 있는 RPG(역할수행게임)와 MMORPG, RTS(실시간 전략게임), FPS(슈팅게임) 장르의 초대형 IP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자회사인 킹 스튜디오의 '캔디 크러시' 시리즈를 통해 캐주얼게임 장르까지 장악하고 있는 등 텐센트, 소니, EA 등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개발사 겸 퍼블리셔이다.
미국 나스닥에서 65.39달러에 머물고 있던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주가는 인수 소식 후 최대 86.55달러로 32% 넘게 급등한 것은 당연했다. MS는 인수 전 가격의 1주당 30달러 가까이 더 지불하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확실하게 인정했다. 인수가 확정되면 MS가 개발하고 서비스 중인 X박스 콘솔기기뿐 아니라 X박스 게임패스 등을 통해 블리자드의 게임이 더 활발하게 서비스되는 것은 물론 '오버워치 리그' 등 e스포츠 사업 역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매달 블리자드의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190여개국의 4억명이고, X박스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매달 1억명 정도인데 중복된 인원을 감안하더라도 전 플랫폼에 걸친 시너지 효과는 엄청나기에 게임 산업계의 판도까지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경쟁 빅테크 기업들이 메타버스로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MS도 블리자드의 IP를 활용해 더욱 빠른 속도로 사업 전개를 해나갈 것은 분명하다.
카카오의 경우 기존에 내정된 대표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되고, 골목상권 침해 등 카카오 사업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위기를 타개할 구원투수로 남궁 대표를 내세운 것은 분명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으로선 삼성SDS에 이어 한게임까지 함께 하면서 자신의 수족과 같은 남궁 대표에게 위기 타개책을 주문했다.
이미 남궁 대표가 지난해 말까지 카카오게임즈 수장을 할 때 'Beyond game'(게임을 넘어)을 회사의 미래 핵심 목표로 잡고 메타버스와 NFT(대체 불가 토큰) 등의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미래이니셔티브센터를 맡겼는데, 이젠 전체 그룹 차원의 추진 과제가 된 셈이다. 남궁 대표는 "사회가 카카오에 기대하는 역할에 부응하고 신뢰 회복을 하기 위해 큰 책임감으로 나서겠다"며 "메타버스 등 미래 기술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 글로벌로 카카오의 무대를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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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게임일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언택트 세계, 이로 인해 현실을 가상공간에서 대체할 메타버스가 더욱 빨리 그리고 대중적으로 주목을 받게 됐지만 이미 게임 세상 내에선 구현이 되고 있던 콘텐츠이다. 게임 유저들에겐 굳이 새로운 것이 아니란 얘기다. 바꿔 말하면 게임사들, 특히 RPG를 만들어 왔던 개발사들이 가장 잘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RPG는 유저가 자신의 분신 역할을 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게임 내에서 성장시키며 때론 협력하고 때론 싸우면서 생활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온라인을 통해 글로벌 단위로 접속한 유저들은 굳이 캐릭터의 성장에 집착하지 않고, 게임에 구축된 각종 생활 콘텐츠를 활용해 온오프라인의 지인들과 상호 교류를 하며 현실 세계에선 하기 힘든 것을 마음껏 즐기는 '세컨드 라이프'를 누리기도 한다.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지난해 11월 회사 기고를 통해 "메타버스는 아직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다소 과장된 유행"이라면서도 "가상 세계란 것은 본질적으로 게임이다. 수많은 소비자들이 공간에 머물게 하기 위해선 실제로 재밌어야 하고 지속성이 있어야 더욱 진짜처럼 느껴지게 된다. 어떤 방식으로 접속하는지 보다는 이 세계 내에 존재하는 창의적 콘텐츠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유저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거나 혹은 장시간 머물만큼의 핵심 가치와 재미를 제공하고, 합당한 혜택을 나눠주는 것이 게임의 성공 공식이듯 메타버스라는 플랫폼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IP와 기술 그리고 마인드를 모두 보유한 넷마블, 컴투스 그룹, 넥슨, 위메이드 등 게임사들이 가상 세계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은 지극히 당연한 흐름인 것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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