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소소한 행복 찾길"..이세영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찾은 '믿보배' 길(종합)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2-01-05 09:48 | 최종수정 2022-01-05 11:35


사진=프레인TPC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이세영이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우뚝 섰다.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정해리 극본, 정지인 송연화 연출)은 지난해 MBC에서 가장 흥행했다는 평을 받은 작품. 5.7%로 시작했던 이 작품은 최종회 시청률 17.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역대급 기록을 세워냈고, 여기에 화제성 지표에서도 줄곧 1위 자리를 유지하는 등 드라마의 인기를 확고히 지켰다.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 기록을 담은 작품 속에서 이세영은 궁녀 성덕임으로 분해 정조 이산(이준호)과의 관계, 궁녀들과의 여성 서사를 현명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이세영은 4일 오후 스포츠조선과 온라인을 통해 만나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옷소매 붉은 끝동'의 여운을 이어갔다. 여름과 가을, 겨울에 세 계절에 걸쳐 '옷소매 붉은 끝동'을 촬영했고, 성덕임으로 분했던 이세영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을 많은 배우들 스태프들이 열정을 담아서 촬영했는데 마지막까지 큰 사랑과 관심을 주시고 유종의 미를 거둔 것 같아서 행복한 한해가 됐다. 그래서 너무 감사드린다"는 종영 소감을 남겼다.

과몰입 시청자들만큼 이세영 역시도 '옷소매 붉은 끝동'에 대한 여운이 이어지고 있다. 이세영은 "아직도 대사나 상황을 떠올리면 하염없이 눈물이 나오는데, 시간이 지나면 한동안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지만, 또 새로운 작품을 만나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면 자연스레 잊혀지지 않을까 싶다"며 "시간이 길건 짧건 벗어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그런데 특히나 고생도 많이 했고, 여름과 겨울을 혹독하게 지내면서 조금 더 끈끈해지고 사랑도 많이 받아서 그런 먹먹함이나 그런 안타까운 감정이 오래 갈 것 같다. 최종회 엔딩신이 잘 뽑혀서 더 그 여운이 오래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프레인TPC 제공
엔딩신의 여운은 시청자들에게도 이세영에게도 눈물 버튼이 됐다. '순간은 영원이 됐다'는 한 줄도 이세영에겐 출연의 이유였다. 이세영은 "시놉시스를 봤을 때 '왕은 궁녀를 사랑했는데, 궁녀는 왕을 사랑했을까'에서 시작된 작품이라는 내용을 봤을 때 이것은 정말 머리를 맞은 것처럼 멍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고 저조차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당시 궁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감내해야 하는 것이 무엇이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었을까. 의빈 성씨는 자기가 지키고 싶었던 삶을 조금씩이라도 선택하고 살고 싶었던 삶은 어땠을까. 그 이후에 출연을 결심하고 원작을 읽었을 때 순간은 곧 영원이 되었다는 엔딩 마무리 부분에서 이건 대본이 끝까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면서 너무 기대가 됐다. 결심 이후에 봤지만 너무너무 기뻤고 행복했다. 이대로 드라마가 진행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포스터 이후에는 확신했다. 저렇게 가겠구나"라고 했다.

매 장면이 명장면이었지만, 최종회는 특히 슬펐다. 이세영은 "마지막 엔딩신이 단연코 가장 슬펐던 것 같다. '사랑해라 나를 . 제발 나를 사랑해라' 라는 대사가 슬펐고 영희와 헤어질 때. 영희가 '자가 어서 가시옵소서. 돌아가 덕임아' 하는데 그게 되게 슬프더라 경희랑 복연이랑 만나서 '새치기하지 않기야!' 했는데 결국 어기가 됐고, 그런 대사들이 슬프고 그랬던 것 같다. 서상궁 마마님이랑 죽기 전에 '마마님은 굳건하신 분이에요. 그러니까 괜찮으실 거예요' 하고 '전하께서는 괜찮으실 것이옵니다' 이런 저런 얘기, '나를 조금도 연모하지 않았냐' 했을 때의 말들. 그런 말들이 기억에 남고, 그 장면들을 위해 초반부터 열심히 달려왔던 것 같다. 그 부분이 대본에 나와서 기뻤다"며 '옷소매'를 회상했다.


사진=프레인TPC 제공
소박한 목표를 가졌지만, 운명의 소용돌이에 몸을 맡겨야 했던 성덕임의 강단 있는 모습은 이세영의 옷을 입고 재탄생했다. 이세영은 "저는 원래 작품을 할 때 메시지에 중점을 두고 고군분투하고 나아가는 것에 집중하는데, '옷소매'는 조금 더 달랐다.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고 선택지가 많지 않은데 멋있고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작고 보잘 것 없는 인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중점을 뒀고, 그 속에서 보여준 그래도 순간순간 저하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다 바쳐서 저하께서 보위에 오르시는 그 날까지 목숨을 다 바쳐 지켜드리겠나이다' 하는 맹세, 그 목표가 생기가 소박하게 살고 싶어했던 아이지만, 강단있고, 무서우면서도 용기를 내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며 성덕임을 표현한 순간들을 떠올렸다.

이어 "다른 인물들, 제가 하고 싶어하는 인물들은 보통 평범한 삶을 살다가 어떤 지점에선 영웅이 되는 순간, 되게 강해지고 작은 사람이지만, 커보이는 순간들이 있는 것 같다. 어떤 목표가 생기면서. 오히려 덕임이의 경우에는 자기에게 주어진 어떤 보잘것없는 궁인으로 살아가지만, 조금씩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것 맞바꿔야 하는 부분들이 생기며 겪는 갈등. 그리고 가슴 아픈 부분에서 조금 더 작고 보잘 것 없는 인물로 그리고자 노력했다. 후반부와의 대비를 위해"라며 "후반부에는 7kg 정도를 찌워서 초반부와는 체중이 다르다. 그럼에도 모든 것을 잃어가고 팔다리가 잘리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지는. 대사에도 나오듯 내가 이곳에 옴으로써 잃게 되는 것은 무엇이며, 얻은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공허함, 쓸쓸함, 허전함, 처연함을 대사로 표현되지 않는 부분들을 눈빛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사진=프레인TPC 제공

지난해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할 정도로, 이준호와의 호흡은 더할 나위 없었다. 이세영은 이준호에 대해 "최고의 파트너"라며 "모든 배우들을 통틀어 저랑 가장 많은 장면을 가까이에서. 분량도 가장 많고. 그렇게 촬영해서 친하기도 가장 친하고 소통도 원활하고, 성격 자체가 다정하고 친절한 분이라 조금 더 연기적으로 소통할 때도 굉장히 원활했고, 이것저것 편히 논의하며 촬영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호흡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함께해서 행복했고, 원래부터 신뢰하는 배우였다"고 극찬했다.

두 사람은 특히 각종 멜로 신으로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기도. 이세영은 가장 설굥 장면을 묻는 질문에 "사실 트위터 블룸에서 욕조 상탈신(상의 탈의 신)을 답하기는 했는데, 실제로 심쿵한 장면은 없었다. 기대감을 높이기 위해 그 장면이 중요한 장면이었고, 정조 이산, 준호 씨의 매력에 퐁당 빠지겠다고 생각했다. 원작에서도 굉장히 섹시한 느낌이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조금 더 다정하고도 텐션이 높은, 섹시한 부분이 드러나기 때문에 이 부분을 굉장히 좋아해주시지 않았을까 하는 확신이 있었고, 그래서 그 장면에 대해 언급을 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좀 부끄러워서 많이 보지는 못했다. 아마 시청자들보다 더 못 봤을 것"이라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여기에 "19금"을 예고했던 합방 신에서는 어깨의 명(明)자에 입을 맞추는 신이 삭제됐음을 귀띔하며 "그게 자칫 과할 수 있어서 감독님이 뒷 부분에 아침에 얼굴을 덧 그리는데 키스를 한다는 것을 주셔서 텐션이 좋은 장면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30대에 접어들었고, '옷소매 붉은 끝동'이라는 여운이 깊은 작품을 하며 그의 일상에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이세영은 "저와 덕임이가 일치하는 부분이 가늘고 길게 살고 싶다는 게 일치한다. 조선시대 18세기 여성임에도 덕임이는 소소한 삶에서 선택을 하면서 살고 싶어하고, 자신의 일을 능동적으로 자부심을 갖고 하려고 하는데, 저 스스로는 배우로서 말고 인간 이세영은 선택을 하며 살고 있나. 매 순간에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잘 살아내고 있나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됐다. 좀 더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연말 연기대상에서는 아역 출신 여배우인 이세영과 박은빈, 김유정, 김소현 등이 모두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됐다. 늘 성인 연기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었던 이들의 수상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이세영은 "사실 심판의 시선은 영원히 있을 것 같다. 아역배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또 다른 심판의 시선은 영원히 끊임없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는 거기에 휘말리지 않고 휘둘리지 않으려 한다. 무언가를 저에게 있던 부정적 시선이 있다면, 그걸 염두에 두고 노력하지만 휘둘리지 않으려고 한다. 이것으로 변할지는 모르겠다. 믿보배가 됐다고 해주셔서 말씀만으로도 감사드리고, 배우로서 저의 목표는 시청자 분들께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것이 가장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성인이 되고부터 저의 목표이기도 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세영은 "아역 출신 여배우들이 최우수상을 차지한 것이 놀라기도 했고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다. 제가 어릴 때는 아역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려 섞인 시선도 있던 것 같은데, 제가 그것을 잘 지나왔는지는 모르겠고 저는 꾸준히 저의 일을, 저의 길을 가려고 한다"는 단단한 포부를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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