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게임산업의 판도를 뒤흔든 화두는 단연 블록체인, NFT(대체 불가능 토큰), PTE(플레이를 하며 돈도 버는 게임), 메타버스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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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에 확실히 올라타다
위메이드의 지난해 첫날 주가는 3만 8150원이었지만, 12월 30일 종가는 17만 7900원을 기록하며 832.6%(9월 1대1 무상증자 반영)나 폭등했다. 1조도 되지 않던 시가총액도 6조원에 근접하며 시총만으로 국내 6대 게임사가 됐다. 위메이드는 올해 최대 100개 게임을 위믹스 생태계에 편입시키겠다고 나선 가운데, 자회사를 통한 자체 개발 혹은 퍼블리싱을 통해 다양한 PTE 게임을 선보이는 동시에 NFT 거래소도 여는 등 '선도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추세에 더 큰 수혜를 입은 곳은 컴투스홀딩스(전 게임빌)이다. 컴투스홀딩스의 주가는 연초 3만 7650원에서 23만 7500원까지 530.8%나 급등했다. 국내 3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원에 지속적인 투자로 2대 주주까지 올랐고, 자회사 컴투스를 통해 위지윅스튜디오, 데브시스터즈 등 다양한 분야의 IP를 확보해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생태계를 미리 준비해온 것이 최고의 선택지가 됐다. 게임빌에서 사업 지주사인 컴투스홀딩스로 이름을 바꾸면서 자회사인 컴투스뿐 아니라 그룹 전체의 역량을 한데 모으는 한편 C2X(가칭)라는 PTE 게임 플랫폼과 더불어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의 현재 개발 상황과 출시 예정까지 공개하면서 상당히 구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올해 가장 기대를 모으는 회사임은 분명하다.
주가가 2배 가깝게 성장하며 국내 5대 게임사가 된 카카오게임즈는 모기업 카카오와의 시너지 효과와 더불어 새로운 방향성으로 'Beyond game'(게임을 넘어), 'Beyond Korea'(한국을 넘어)를 제시한 상황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되는 스포츠, 메타버스, NFT 등 세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인 가운데, 프렌즈게임즈와 '보라' 코인의 발행사 웨이투빗의 합병을 통해 구축하고 있는 PTE 게임의 글로벌 진출도 올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회사를 통해 블록체인 플랫폼 '네오핀'을 구축하고 기존 IP를 활용한 PTE 게임 '크립토 골프 임팩트'와 '브레이브 나인' 등 선보일 네오위즈홀딩스는 지난해 초 1만 6400원에서 9만 6300원으로 주가가 487.2% 오르며 엄청난 수혜를 받았다.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게임성과 재미에 기반한 글로벌 매출, 플랫폼 생태계에 함께 할 게임들의 시너지 효과가 올해의 주가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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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IP는 중요하다
지난해 국내 게임사 중 주가가 두번째로 많이 뛴 곳은 데브시스터즈이다. 연초 1만 4900원에 불과했던 주가는 지난해 주식시장 마감일에 10만 5200원을 기록, 606%의 로켓 상승률을 올렸다. 하지만 데브시스터즈는 블록체인 트렌드의 수혜가 아니라 '쿠키런: 킹덤'이라는 히트작의 국내외 성공에 철저히 기인했다. 데브시스터즈는 2014년 코스닥 상장 이후 장수 IP인 '쿠키런'을 활용해 다양한 게임을 선보였지만 지속적인 적자로 인해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지만, '킹덤'의 성공으로 단숨에 시가총액 1조가 넘는 중견 게임사로 부활했다. 2대 주주가 컴투스인데다, '킹덤'을 향후 PTE 게임으로도 개발할 예정이라 블록체인 생태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게임 회사의 본질인 게임의 재미와 훌륭한 IP만으로도 얼마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일명 '3N'사는 이들의 기세에 밀려 주가가 오히려 떨어졌다. 2021년 1월 4일과 12월 30일 종가 기준으로 넥슨은 30.1%, 엔씨소프트는 34.3%, 넷마블은 4.6% 각각 하락했다. 블록체인 생태계 구상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있지만 2조~3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매출을 올리는 상황에서 확률형 아이템 문제로 인한 유저들의 거부감 등으로 심각한 내홍을 겪은 것이 더 큰 타격이 됐다. 현재로선 신작 출시와 기존 게임의 지속적인 서비스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올해 넥슨과 넷마블은 메타버스 플랫폼, 엔씨소프트는 PTE 게임 출시 등을 예고한 가운데, 향후 국내 시장이 열리고 글로벌에서도 어느 정도의 수익성이 담보될 경우 바로 뛰어들 수 있도록 연구개발은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펄어비스는 신작 '도깨비'에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을 접목할 것이란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지만, '붉은사막', '플랜 8' 등 하이엔드급 IP의 연달은 출시 기대감이 함께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PTE 게임 퍼블리싱으로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에 전념하거나 혹은 메타버스 플랫폼 회사로의 전면적인 전환, 게임사 본연의 히트 IP 출시 집중 등 회사별로 다양한 전략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성과물이 나올 향후 1~2년이 대세 트렌드와 판도를 결정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2021년 주요 게임사 주가 및 수익률
게임사=1월 4일 종가=12월 30일 종가=수익률
위메이드=3만 8150원=17만 7900원=+832.6%(무상증자 반영)
데브시스터즈=1만 4900원=10만 5200원=+606%
컴투스홀딩스=3만 7650원=23만 7500원=+530.8%
네오위즈홀딩스=1만 6400원=9만 6300원=+487.2%
펄어비스=25만 2000원=13만 8300원=+174.4%(액면분할 반영)
카카오게임즈=4만 6000원=9만 1000원=+97.8%
넷마블=13만 1000원=12만 5000원=-4.6%
넥슨=3180엔=2224엔=-30.1%
엔씨소프트=97만 8000원=64만 3000원=-34.3%
*넥슨은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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