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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카이로스' 이세영 "쇼트커트·노메이크업..애리로 보이고 싶었죠"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0-12-24 09:01


사진=프레인TPC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이세영(29)이 '카이로스'로 연기의 새 장을 열었다.

1997년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를 시작으로 무려 네 살에 연기를 시작한 이세영은 인생의 대부분을 연기와 함께하며 성장했다. 아역배우로 만개했고, KBS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통해 막내 커플로 사랑받으며 성인 배우로서 성장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tvN '왕이 된 남자'로 여진구와 절절한 로맨스를, SBS '의사요한'을 통해 지성과 호흡을 맞추며 성장했다. 올해의 성장세는 더 확실했다. tvN '메모리스트'를 통해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 데 이어 22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카이로스'(이수현 극본, 박승우 성치욱 연출)로 지상파 드라마를 이끌어나간 것.

'카이로스'는 유괴된 어린 딸을 찾아야 하는 미래의 남자 서진과 잃어버린 엄마를 구해야 하는 과거의 여자 애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시간을 가로질러 고군분투하는 타임 크로싱 스릴러 드라마. 이세영은 그 속에서 미래의 남자 김서진(신성록)과 연결돼 엄마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과거의 여자 한애리를 연기하며 처절한 연기를 소화해 호평받았다. 특히 드라마도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 속 유종의 미를 거두기도.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이세영의 열연과 연출, 극본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이세영은 드라마 종영 후인 23일 스포츠조선과 서면을 통해 '카이로스'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세영은 '카이로스'를 선택했던 이유를 돌아보며 "대본이 굉장히 흡인력이 있었다. 전체적인 이야기도 매력적이었고 한애리라는 캐릭터도 여러 면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요소들이 있었다. 대본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이 가한 상태에서 감독님을 만났는데 감독님과 대화하며 이 이야기가 어떻게 구현될지에 대한 기대감과 좋은 작품을 이끌어주시겠다는 신뢰,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세영은 '카이로스'를 준비하며 신경 쓴 부분에 대해 "일단 스토리가 중점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서사가 촘촘하게 끌고 나가는 극이니까 인물이 돋보이기 보다는 극 안에서 자연스럽게 호흡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거기에 이세영이란 배우에 많이 익숙해졌을 시청자 분들께 애리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약간의 바람이 더해졌다. 많은 분들이 말씀해주시는 헤어컷도 그중 하나였다. 작은 부분이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 장면에서는 등산화를 신는 등 생활감 느껴지는 디테일들에 많이 신경을 썼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옮기고 하다 보면 발을 다칠 수 있어서 실제로 등산화를 신어야겠더라. 스태프들의 반대가 심했는데 '진짜 애리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마음으로 다가갔다"고 했다.


사진=프레인TPC 제공

사진=프레인TPC 제공
짧은 커트 머리는 이세영이 데뷔 후 처음으로 선보인 변신이었다. 그만큼 한애리를 표현하기 위해 집중했던 것. "쇼트 커트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잘 어울린다', '긴 머리가 더 예쁘다' 등 다양했다. 근데 제가 너무 편하다. 진작 자를걸 싶고, 더 자르고 싶고 그렇다"며 웃은 이세영은 "외적인 부분은 기본적으로 '애리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배우 이세영이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다는 바람보다는 한애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고민했다. 애리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공시생이다. 머리 말리는 시간마저 아까울 거 같다고 생각했다. 저의 변신이 단순히 이세영의 변신이라기보다는 애리가 갖고 있는 어떤 특성으로 표현되기를 바랐다. 애리 그 자체로 보여지길 바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회차 화장을 거의 하지 않은 상태로 등장한 것도 이세영의 생각이었다. 그는 "메이크업도 마찬가지다. 애리라면 화장할 시간이 절 대 없다. 화장한 티가 나면 보시는 분들의 집중에 방해될 거라고 생각했다. 메이크업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었지만, 그게 화면에 보이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항상 모니터링했다"고 말했다.

'카이로스'는 이세영의 열연과 더불어 매회 계속되는 반전으로 시청자들의 허를 찔렀다. 이세영은 "대본을 보고 가장 놀랐던 부분은 시청자들과 비슷할 거 같다. 도균(안보현)과 현채(남규리)의 오랜 관계를 알았을 때"라며 "긍정적인 의미로 '이게 뭐야!'했던 거 같다. 그 전까지 서진과 애리의 서사로 끌고 가는 타임 크로싱이었다면 도균과 현채의 이야기가 드러나면서 비로소 등장하는 모든 인물에게 동기가 부여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훨씬 흥미로운 이야기가 된 거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엄마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던 6회의 장면. 이세영은 "전반적으로 6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6회에서 미래의 서진이 미래에는 애리의 엄마가 죽는다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선뜻 애리에게 엄마가 죽는다고 말을 못한다. 그러다가 과거의 애리가 여러 정황들로 미래에 엄마가 사망한다는 걸 눈치채게 된다. 그리고 서진을 다그친다. '엄마가 죽은 거냐'고 '이택규가 죽인 사람 우리 엄마 맞냐'고. 그런데 그 장면에서 서진이 엄마를 구하려면 어디로 가라고 알려준다. 애리는 그 슬픈 와중에 엄마를 살리려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걸 또 울면서 받아 적는다. 그리고 10시 34분이 돼서 통화가 끊기고 애리가 울부짖는데 이때 애리의 감정이 '엄마를 찾아야겠다'에서 '엄마를 살려야겠다'로 바뀐다. 애리가 한뼘 더 성장하는 큰 계기가 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6회 엔딩에서 미래의 서진이 애리 엄마를 죽인 범인으로 몰리고, 경찰에 쫓기다가 결국 잡힌다. 하지만 과거의 애리가 서진이 알려준 장소로 가서 엄마를 극적으로 찾게 되면서 미래가 모두 바뀐다. 서진도 누명에서 벗어나고 서진을 잡으려고 몰려든 경찰들도 다 잿더미로 사라지고. 두 사람의 공조가 서로를 돕고 있다는 걸 잘 보여준 회차라고 생각해서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카이로스'는 이세영에게 '한애리'를 남기고 종영했다. 이세영은 먼저 시청을 함께했던 시청자들에게 "조금 복잡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저희 드라마를 사랑해주시고 끝까지 지켜봐주신 시청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미흡하지만 저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또 '카이로스'를 되돌아보며 "'한애리'라는 씩씩하고 용감한 친구를 남겨줬다. 현재를 조금 더 소중하고 절박하게 살아갈 이유에 대해 되새길 수 있던 작품이다. 그리고 함께 작업한 감독님, 동료들과의 추억과 경험도 남았다"고 밝혔다.

이세영은 '카이로스'를 마친 이후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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