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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예능과 현실 사이→경계가 무너졌다…다큐같은 예능, 혼돈에 빠진 시청자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20-12-11 09:19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2012년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상 결혼'을 들고 나왔을 때만해도 센세이션이었다.

연예인들끼리의 '가짜'결혼이라는 소재만으로도 충격을 줬다. 그리고 리얼 관찰 예능이 예능의 대세가 된 2015년 SBS '불타는 청춘'이 론칭됐고 김국진 강수지 커플이 실제 결혼에 골인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때까지만해도 극히 예외적인 상황으로 인식됐다.

예능과 실제가 본격적으로 혼동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시작한 TV CHOSUN '우리가 잊고 지냈던: 연애의 맛'(이하 연애의 맛)부터였다. '연애의 맛'은 여타 연애프로그램처럼 '가짜 연애'가 아니라 시작부터 '진짜 연애'를 표방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쉽게 믿지 않았다. 배우 이필모와 서수연이 연애를 시작할 때만해도 '방송용'일 것이라는 예상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이들은 실제 결혼까지 골인했고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됐다.

그리고 2020년말, 이제 가상 연애는 예능에서 발 붙일 곳이 없어졌다. 실제 연애 혹은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연애 예능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됐다.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와 NQQ에서 제작하는 '스트레인저'는 예전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일반인 연애 예능 '짝'의 복사판이다.

9일 종영한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3-뜻밖의 커플'(이하 '우다사3')은 '줄타기' 연애 예능의 진수를 선보였다. '우다사3'는 시작부터 김용건과 황신혜, 탁재훈과 오현경, 현우와 지주연을 가상 커플로 엮었다. 모두가 다 아는 스타들이 '가상 연애'의 틀 안에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회까지 시청자들은 '이제 뭐지?' '실제 연애인가'라는 의문을 들게 했다.

황신혜는 마지막 데이트에서 "이 프로그램이 참 묘하다, 감정이 더 커질 수가 있구나"라고 털어놨다. 오현경은 "일이 끝나면 (탁재훈)오빠가 커피와 케이크 기프티콘을 보내준다"며 사적으로도 연락한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지주연과 현우 커플은 더 리얼했다. 현우를 끌어안은 지주연은 "네가 나는 진심으로 많이…"라며 말을 잊지 못했고 현우는 '이마 키스'까지 했다. 누가봐도 '썸'을 넘어선 연인의 모습이었다.



이런 시기를 잘 활용하는 스타도 등장했다. 딘딘과 걸그룹 레인보우 조현영은 이 틈을 타 딘딘의 유튜브 채널 딘가딘가에서 8부작 '딘딘♥조현영 우리 결혼했어요'를 론칭했다. 16년지기 절친이라는 이들은 "중3 시절에 한 2주 사귀었다"고 당당히 고백한 바 있다. 때문에 이들의 프로그램은 보는 이들에게 가상과 실제를 혼동하게 만들고 있다.

TV CHOSUN '우리 이혼했어요'는 예능이지만 사뭇 진지하다. 이혼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마냥 웃으면서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웃음기가 빠진 이영하와 선우은숙의 진지한 대화는 오히려 다큐에 가깝다. 유깻잎이 딸 솔잎이와 헤어지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이 프로그램이 가상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이혼한 이들의 모습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웃음이 없는 예능이지만 평균 시청률은 9%(닐슨 코리아 집계, 전국 유료가구 기준)가 넘는다.

예능에서 이제 가상과 현실의 경계는 무너져버렸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라면 시청자들을 공감하지 않는다. 그 중에서 또 새롭고 독특한 소재를 찾아야하는 예능 제작진의 고민은 더 커져만 가는 시기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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