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나의 위험한 아내' 김정은 "평범한 주부 얕보지 마라! 사이코처럼 보이게 노력"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0-12-04 14:00


사진=뿌리깊은나무들/매니지먼트 레드우즈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김정은(47)이 '나의 위험한 아내' 속에서 연기의 재미를 봤다고 말했다.

배우로 연기를 시작한지 벌써 25년이 지났다. 그동안 '파리의 연인'(2004), '루루공주'(2005), '연인'(2006), '울랄라 부부'(2012) 등 수많은 인생작을 남기며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지난 2017년 방송됐던 '듀얼' 이후 홍콩에서 거주했던 김정은은 최근 종영한 MBN '나의 위험한 아내'(황다은 극본, 이형민 김영환 연출)의 심재경으로 분해 오랜만에 브라운관 나들이에 나섰다.

'나의 위험한 아내'는 극한의 위험한 선택을 하며 가정 안에서 전쟁을 시작하는 부부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아내와 남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찾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김정은은 극중 주인공인 심재경으로 분해 남편 김윤철(최원영)에 대한 복수심을 품고 혈투까지 벌이는 등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을 펼쳤고, '그전에 본적 없던 김정은을 봤다'는 호평까지 거머쥐었다. 지난달 24일 종영한 '나의 위험한 아내'는 최고 시청률 3.4%(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를 넘겼다.

김정은은 서면을 통해 '나의 위험한 아내'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정은은 '나의 위험한 아내'를 마치며 "지난 3월 24일에 홍콩에서 서울로 도착하여 2주 자가 격리 후 제작진을 만났다. 그 후부터 열심히 준비해서 5월 중순부터 촬영을 시작하고 여름을 지나 초겨울까지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심재경이라는 인물로 살아와서 그런지, 솔직히 말하면 작품이 끝난 후에 찾아오는 허무감? 혼자만 느끼는 외로움? 배우로서 느끼는 우울감은 좀 있다. 물론 안 그런 척 하며 잘 지내고 있다"는 소감을 밝혔다.

오랜만의 복귀작이라 긴장도 했었다는 김정은은 "다행히 감독님, 작가님,같이 했던 배우들, 편집실까지 내게 다양한 도움으로 빨리 캐릭터에 적응할 수 있었고, 나중엔 내가 언제 쉬었었나 할 정도로 신나서 연기했던 것 같다. 여러 가지 악조건(코로나19와 긴 장마)을 견뎌가며 마음 졸여가며 촬영을 해서 그런지, 앞만 보고 달렸던 것 같다. 잘 견뎌준 모든 스태프들, 배우들께도 고마운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나의 위험한 아내'에 출연한 가장 큰 이유로 심재경의 캐릭터적 매력을 꼽았다. 그는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부분은 심재경이 결국 모든 사건을 주도면밀한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점이었다. 이런 여성 캐릭터를 정말 만나기 쉽지 않다"며 "또한 겉으로는 매우 평범하고 약해 보이는 현모양처의 캐릭터였기 때문에 그 반전과 희열이 큰 쾌감을 주었다. 처음엔 납치 자작극으로 나중엔 50억을 놓고 서로 싸우는 과정에서 현실을 약간 비껴간 판타지로서의 반전과 복수들이 늘 약자로만 그려지는, 같은 아내의 입장에서 통쾌하게 느껴졌었다. 현실에서의 우리 아내들이 얼마나 가정에서 남편과 아이를 위해 희생하며 사는가! 하지만 그 희생을 그만큼 높이 평가받고 있는지는 글쎄 잘 모르겠다. 물론 현실에 심재경 같은 인물이 존재할 수는 없겠지만, 만약 그런 인물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남편들! 평범한 주부를 얕보지 마라' 이런 부분들이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다.


사진=뿌리깊은나무들/매니지먼트 레드우즈 제공
심재경은 판타지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완벽한 내조에 재력도 갖췄고, 남편의 외도에 대한 복수까지도 완벽히 계획한 인물. 김정은은 심재경에 대해 "심재경은 가장 판타지적인 인물이었다. 재력에 남편 내조까지 완벽하게 해내면서도, 남편 외도에 대한 복수를 완벽하게 계획하고, 그 이후에도 모든 사건을 혼자 다 꾸미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50억으로 현혹 시켰다. 이런 아내가 현실에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현실적인 인물로 안착시키는 게 가장 신경이 쓰였다. 그래야 보시는 여성 시청자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테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 외도를 목격하는 되는 과정에서도 평범했던 주부가, 가만히 놔뒀으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흑화(?)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재경이는 워낙 감정을 숨기고 계속 연기하고 거짓말하고 아닌척하는 그런 신들이 많아서 가끔 윤철에게 자기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소리 지르고, 울고, 그렇게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씬들이 매우 소중하게 느껴졌었다. 또한 최고의 멋진 빌런이지만 여자로서 아내로서 사랑받고 싶어하는 느낌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고생도 많이 했다. 주짓수부터 필라테스에 요가, 체력적인 부분에서 김정은에게 수많은 위기가 찾아왔었다. 김정은은 "요가는 미리 조금 하고 있었는데 이번 드라마 덕분에 몇 개월 전부터 특별레슨을 받았고, 그 이후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다. 근력 운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우생순 '우리 생애의 특별한 순간' 촬영 때 핸드볼 국가대표를 연기하느라 몇 달동안 했던 근력운동에 너무 질려버려서, 필라테스나 요가 같은 운동을 선호한다. 가끔 눕게 되는 것도 좋고, 특히나 요가는 마지막에 '사바하사나'라는 거의 낮잠을 잠깐 잘 수도 있는 가만히 휴식하는 동작이 있어서 너무 사랑한다"고 했다.

이어 "주짓수를 할 때도 국가대표 주짓수 선수분께 직접 배웠는데, 평소와 주짓수를 할 때와 너무나 다른 사람 같아서 정말 놀랐다. 그래서 국가대표인가보다. 얼굴도 잘생기시고 평소에는 너무 순해 보였는데, 대련을 할 때는 살쾡이(?) 같이 느껴졌다. 어찌나 눈이 매섭고 몸이 단단한지, 살짝 스치기만해도 몸이 부서지는 것 같고 멍이 시퍼렇게 들었다. 그래서 '살살요! 살살 해요 선생님!이 라는 말만 계속 했던 기억밖에 없다"며 주짓수 훈련에 대한 추억을 공개했다.
사진=뿌리깊은나무들/매니지먼트 레드우즈 제공
'나의 위험한 아내'는 김정은에게 고도의 집중력을 많이 요구했다고. 그는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신이나 엄청나게 에너지 소모 있는 신들이 너무너무 많았다. 그래서 방법을 찾은 게 시간을 아끼려고 도시락을 싸서 갖고 다니며 차에서 10분 만에 먹고, 나머지 20분 대본보고, 10분은 신랑한테 전화하고, 20분씩은 꼭 누워서 졸려고 노력했다. 하루에 점심, 저녁 그 잠깐 동안에 혼자만의 시간들이 정말 꿀 같은 시간이었고, 에너지를 회복시키는 시간들이었다"고 밝혔다.

노력이 더해진 덕분일까. 김정은은 '나의 위험한 아내'로 '새 얼굴을 봤다'는 호평도 들었다. 김정은은 "다들 너무 잘어울렸다고 말씀해주시고, '너 실제로 그런 면이 좀 있지?'라며 의심까지 받는다. 특별한 노력을 한 건 없지만, 다들 걱정들을 많이 했었다. 어쨌든 여주인공 아닌가. 근데 너무 미친 여자 혹은 나쁜 여자처럼 보이면 어떻게 하나 라는 걱정이 있었다. 그리고 초반에 납치극을 연기하고, 남편과 경찰을 속이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납치극을 도와준 후배에게 죽으라고 하질 않나 각종 만행을 저지르는 여주인공에게 과연 시청자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4부에 독이 든 와인으로 남편을 협박하다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이마에 피가 흐르는 채로 와인을 마시며 신나하는 장면을 찍을 땐, 혹시 진짜 와인 마신 거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 신을 찍고 다음날 걱정하며 편집실에 달려갔는데, 편집기사님이 큰 도움을 주셨다. 그 옛날 내가 MBC 기수 였을 때 MBC에 계셨던 오래 뵀던 분인데, '오히려 여자 입장에서 불륜을 저지른 남편에게 복수하는 통쾌한 기분이 드니, 걱정하지말고 신에 충실하게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말을 해주셨다. 감독님들도 모니터 후 매력있다고 응원해주신 이후에는, 정말 신나서 한 것 같다. 피도 얼굴에 더 많이 발라달라고 하고, 검댕칠도 얼굴에 더하고, 심혜진 선배 앞에서 더 깐죽깐죽거리고, 더 사이코처럼 보이게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연기 칭찬에 대한 감사 인사도 전했다. 김정은은 "요즘은 댓글은 없어졌고 홈페이지도 없어서 소통할 창구가 없을 줄 알았는데, 방송을 할 때 실시간 채팅창? 그런 게 있더라. 난 본 적이 없는데, 주변 지인들 중 정말 많은 분들이 그걸 캡쳐해서 핸드폰으로 내게 보내주셨다. 좀 부끄러운데, 연기에 대한 너무나 과분한 칭찬에 몸둘 바를 몰라 했다. 정말 행복하고 기뻤다. 칭찬과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에게 혹시 보고 계신다면 참 감사드린다"는 말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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