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독박육아→복귀..연기가 재밌어요"..박하선, '산후조리원'으로 찾은 연기 맛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0-12-04 10:29


사진=키이스트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박하선(34)이 연기의 재미를 제대로 봤다. 인생캐이자 인생작을 만났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부터 '투윅스', '혼술남녀',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등으로 활약했던 16년차 배우 박하선이 제대로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지난달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산후조리원'(김지수 극본, 박수원 연출)은 박하선의 조은정으로 완성된 드라마. 회사에서는 최연소 임원, 병원에서는 최고령 산모 현진이 재난 같은 출산과 조난급 산후조리원 적응기를 거치며 조리원 동기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격정 출산 느와르 '산후조리원'에서 박하선은 산후조리원의 여왕벌. 전업주부. 프로 전업맘 사랑이 엄마 조은정 역을 맡아 시청자들을 완전히 들었다 놨다. 초보 엄마인 오현진(엄지원)과 대비되는 매력을 보여줬다.

'산후조리원'은 매회 진행되는 파격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아냈다. 엄지원과 박하선, 장혜진, 최리 등의 연기력이 남다른 현실감으로 시청자들을 몰입시켰고, 매회 등장하는 B급 스타일의 연출력이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선사하며 호평받았다. 여기에 '산후조리원'은 "좋은 엄마는 완벽한 엄마가 아니다. 아이와 함께 행복한 엄마"라는 의미 있는 대사를 남기며 종영, 완벽한 마무리를 선보였다. 최종회는 전국 기준 평균 4.2%, 최고 5.6%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

박하선은 서면을 통해 스포츠조선과 '산후조리원' 종영 인터뷰를 나눴다. 박하선은 '산후조리원'을 마치며 "인생 캐릭터를 만나 정말 행복한 한 달이었고, 조은정을 떠나보내기가 무척 아쉽다. 좋은 평을 많이 받은 작품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대본, 연출, 배우, 제작진 모두 완벽한 작품에 함께 해서 영광이었다. 너무 아쉬워서 시즌 2를 꼭 했으면 좋겠다. 함께 열광적으로 호흡하고 지지해준 시청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남겼다.


사진=키이스트 제공
특히 박하선은 첫 미팅에서부터 '재지 말고 하자'고 할 정도로 '산후조리원'의 대본을 마음에 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진 바. 작품의 가장 큰 매력에 대해 박하선은 "'산후조리원'을 선택한 이유는 대본의 힘이 가장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작품을 놓치면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역대급'으로 재밌던 대본이었다. 그리고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조은정이라는 캐릭터를 본 순간 '이건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태껏 해 보지 않았던 캐릭터여서 겁도 났었지만, 하고 난 후에는 '정말 하길 잘했다. 안 했으면 어쩔 뻔 했나' 싶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고 했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덕분일까. 박하선은 개인 소장 물품들은 물론, 새로 구매한 스카프들까지 아낌없이 '산후조리원'에 쏟아부었다. 그는 "조리원 복장 안에서 최대한 캐릭터 콘셉트를 보여주기 위해 명품 스카프, 개인 소장 헤어밴드, 제가 썼던 아대, 수면양말, 내복 등을 사비로 구입해 활용했다. 그리고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느낌의 캐릭터여서 '나는 여왕벌이다', '나는 최고다'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했다.

이어 " "보통 스카프 가격대가 다 다르긴 한데, 제가 샀던 명품 스카프의 경우 한 장 당 30-40만원대 정도였다. 비싼 건 더 비싸긴 한데, 다행히 극 중 은정이가 쁘띠 스카프를 해야 해서 가장 저렴한 라인으로 샀다. 평소에 그런 스카프를 하지 않았던 터라, 제가 사비로 몇 장 사기도 했지만 주변 분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해서 티저 촬영까지 포함해 10여장의 다양한 스카프 패션을 보여줄 수 있었다"며 직접 준비하고 만들어낸 조은정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찐은정' 같다는 반응도 얻었다. 박하선은 '하이퍼리얼리즘'이라는 '산후조리원' 속 상황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박하선은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며 "극 초반 현진이의 출산 씬이나 수유씬 등 공감이 많이 갔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기대하고 고대하고 많이 상상해도 막상 눈앞에 있는 작은 생명체를 보면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표현하기가 어렵다. 진짜 내가 낳은 아이인가 싶어 낯설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막상 양수에 붙어있는 아이를 처음봤을 때는 예쁘다는 말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 모든 게 다 처음이었으니까. 그래서 저도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는데, 대본에도 그렇게 쓰여있어서 너무 공감이 많이 갔다. 아이는 키우면서 점점 예뻐 보이고 모성애가 생기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15개월 수유에 완모, 혼합도 경험했고 여기에 육아 서적도 10권 이상 읽었다는 박하선은 '산후조리원' 내 육아 선생님이었다. 실제 육아 만렙에 조리원 내 '핵인싸'라는 말도 들었다는 박하선은 2년간 육아에 전념하며 진짜 은정이처럼 살아왔다고 했다. 게다가 조은정은 보이는 것까지 완벽히 유지해야 했던 '찐 완벽맘'이었다. 그 속에 고충에도 박하선은 격한 공감을 표했다. 박하선은 "저도 출산 후 회복기간 2년여간 일을 하지 못했다. 남편이 워낙 바쁘기도 했고, 저 또한 독박육아도 해본 적 있는데 그때의 저의 모습이 그대로 나왔던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기도 하고, 그런 인간적인 면들이 캐릭터에 녹아져 있어서 치열하게 고민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제 모습이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박하선은 '산후조리원' 속에서 무수히 많은 액션과 춤, 그리고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비의 '깡' 패러디부터 동방신기 '미로틱'은 물론, 무협영화에 나올 법한 장면들을 패러디하며 시청자들을 완전히 올린 것. 박하선은 "'하이킥! 짧은다리의 역습'이 제 코믹연기의 끝일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통해서 '설국열차' 여왕 분장에 무협 액션 연기에 정말 다양한 연기를 해 보면서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고, 이 시대의 사극은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장르였는데 꿈을 이뤘다. (웃음) 무협도 칼싸움은 안 해봤는데 해볼 수 있어서 너무 재미있었고, 쌍권총(공포탄)을 쏘는 장면에서도 희열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천녀유혼' 팬이라 왕조현 배우을 너무 좋아하는데 닮았다는 반응을 들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패러디 중에서도 바주카포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더위와 싸워가며 제일 고생하기도 했고, 마지막에 쏘는 액션은 저의 애드립이기도 했다. 촬영하면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바르뎀과, '홀리데이'의 최민수 선배님이 생각났고, '조커'도 생각나면서 나도 모르게 그들을 떠올리며 연기하게 되더라. 현장에서 제 표정연기를 보고 감독님이 너무 웃겨서 '컷'도 제대로 못 외쳤다. 평소에는 잘 웃지 않으시는 분이라 더 신나게 찍었다"고 말하며 흐뭇해했다.

원없이 '재미'를 본 작품이었다. 박하선은 출산과 육아를 거친 뒤 3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하며 일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고 있다고. 박하선은 "20대 때는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고, 늘 부족하다고 느꼈었다. 지금은 출산과 육아를 겪으면서 자신의 단점을 다 사랑하고 인정하려 하고 있다.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이후부터 작품을 통해 제 얘기를 하는 게 두렵지 않더라. 예전에는 진짜 나를 숨기고자 했다면, 이제는 저에겐 여러 모습들이 있는데 거칠 것 없이 다 보여줘야겠다라는 배우로서의 사명감 같은 게 생겼다. 나를 보여줘도 사랑 받을 수 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고, 두려움이 많이 극복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배우 활동 중 가장 왕성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바. 박하선은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된 것 같다. 작년에는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막막했었는데, 올해는 좋은 작품을 만나 멋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행복했고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벌써 16년 차인 게 너무 신기한데, 전 이제 시작인 것 같고, 이제 막 연기의 재미를 찾은 신인배우 같은 마음가짐이다. 계속 쉬지 않고 다양한 연기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고, 대중에게 모든 걸 소화할 수 있는 배우, '박하선이 연기하는 건 다 재미있더라'라는 평을 들을 수 있는 믿고 보는 배우, 다음이 기대되는 배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또 "하고 싶은 역할은 너무 많다. 저는 이성적인 면이 있어서 장르물에 잘 맞다고 생각하고 또 좋아한다. '쓰리데이즈'에서 액션을 해보긴 했지만 액션을 더 해보고 싶고, 사극, 시대물도 도전해 보고 싶다. 국내 첫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이라는 역사적 인물도 한번 연기해 보고 싶다. 역사상 최초로 이혼에 대한 자기 생각을 쓴 여류 화가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캐릭터다. 의사도 해본 적이 없어서 한번 연기해 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여기에 "광고로도 많이 찾아 뵙고 싶다. 최근 광고 러브콜도 많이 들어오는데, 육아와 관련된 광고들 다 좋다. 유모차든, 분유든, 섬유탈취제든 육아템은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 (웃음)"는 야무진 욕심도 밝혀 시선을 모았다.

'산후조리원'을 마친 박하선은 카카오TV '며느라기'로 시청자들을 만나며 '국민 며느리'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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