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구미호뎐' 황희 "연기로 10년..'버티기'에 운이 좋았죠"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0-12-04 07:00


배우 황희 인터뷰
논현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11.23/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황희(33)가 배우로서 10년을 돌아봤다.

tvN 수목드라마 '구미호뎐'(한우리 극본, 강신효 연출)이 3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구미호뎐'은 도시에 정착한 구미호와 그를 쫓는 프로듀서의 판타지 액션 로맨스. 구미호 이연(이동욱)과 프로듀서 남지아(조보아)의 전생과 현생을 잇는 사랑이 시청자들을 예측 불가한 재미로 끌어들였고, 이랑(김범)의 열연도 시선을 모았다. 뿐만 아니라 이연의 충신으로 등장한 구신주(황희)와 기유리(김용지)의 로맨스도 시청자들 사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구미호뎐'은 황희가 배우 생활을 하며 만난 네 번째 드라마다. 2017년 출연했던 첫 드라마 tvN '내일 그대와'를 시작으로 tvN '아스달 연대기', SBS '의사요한'에 이르기까지 유명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며 성장했다. 또 '구미호뎐'에서도 이동욱과 군신의 케미를 보여줬다. 주군 이연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든든한 충신이면서도 연인인 유리에게는 누구보다 다정한 구신주의 모습을 표현한 황희는 한결같은 직진남 면모로 후반부를 책임졌고, 휴식처 같은 역할로 사랑받았다.

황희는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구미호뎐'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연극에 뛰어들었던 황희는 올해로 어느새 10년차를 맞이했다고. 황희는 "18세 때 영화 '박하사탕'을 봤다. 이미 나온 영화였고 저희 집에 있는 TV로 봤는데 영화인지 다큐멘터리인지 모를 정도로 실제 같았다. 그때의 충격은 장난이 아니었다. 설경구 선배님은 지금 기억으로는 화면을 뚫고 나올 거 같았다. 연기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인터넷으로 '레슨합니다'라는 글을 찾아서 잠실에 가서 상담을 받고, 또 신촌에 가서 상담을 받고 그렇게 연기를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연기를 하려면 연영과에 가야 한다'고 해서 연영과에 갔던 거다"고 말했다.

이어 황희는 10년의 기록을 돌아보며 "제가 아직 맣이 한 게 없어서 누구는 늦었다고 하고, 누구는 네가 하는 거 고생도 아니다. 빨리 가는 거다라고 하는데, 저는 제가 가진 능력에 비해 조금 더 운이 좋았기 때문에 쉬지 않고 작품을 해나갈 수 있는 거 같다. 그래서 거만 떨지 않고 더 많이 잘 쌓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내가 잘나서 된 게 아니라는 생각을 절대 잊지 말아야 '다음'과 '넥스트'가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연기할 때 재미있는 것 그 자체, 어릴 때부터 계속 갖고 있던 무대 위에서 연기할 때의 설렘, 지금은 감독님이 '카메라 롤'하면 집에서 준비한 것들을 내비치는 두근거림. 그런 연기의 즐거움이 지금도 여전히 똑같고 목마르다. 나아갈 길이 아직 멀었지만, 이런 좋은 기운들을 가져가면 좋은 배우가 될 거 같다"고 했다.


배우 황희 인터뷰
논현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11.23/
10년을 차근차근 걸어온 황희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고. 그는 "엊그제 책장을 정리하다 제가 저에게 쓴 편지를 봤다. 책장에서 편지를 보면서 지금보다 힘들었던 어린 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냥 잘 해왔다는 것보다 안 그만두고 있었던 것을 고맙다고 하고 싶다. '지금보다 힘들었을 너에게 참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또 일기장에 '보이지 않는 터널을 뚫고 나오니 얼마나 아름답고 달콤하냐'는 얘기도 써있고, 그때처럼 '나락으로 떨어지더라도 넌 어떻게든 버틸 것'이라는 글도 있는데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배우 황희 인터뷰
논현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11.23/
이어 황희는 "연기적으로 뭔가 잘 안풀리고 의심하게 되고 실패를 반복하며 살았는데 그런 시간이 길어지니 부모님 얼굴도 생각나고, 큰소리 쳤던 어릴 때 친구들도 직장에 다니며 월급을 받는데 어떤 것들이 좀 부담이 될 굥가 있다. 사실 제가 연기를 한다고 있지만, 길에 떨어진 돌맹이랑 다를 게 뭔가 싶은 생각도 하고 그랬다"며 "그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이 있는 거다. 쉽게 얻어지는 것은 결국 들키게 돼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배우에 대입하면 시청자 분들이 더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 아직 멀었지만, 계속 단단해지면 좋겠다. 분명 또 파도는 칠거고 잘 버티면 좋겠다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배우 활동을 이어올 수 있던 것은 황희 자신에 대한 믿음 덕이라고. 황희는 "'이 악물고 버텨야지'하는 것도 아니었다. 암흑의 시기에 직업도 없고 할 게 없었다. 눈을 뜨면 무슨 생각을 했냐면 '나 오늘 뭐하지'하는 생각이 먼저 든 거다. 그래서 할 게 없어도 계획을 잘 세워야지 하면서 하는 것들이 자기중심잡기 운동 이런 거였는데, 버틸 수 있던 원동력은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믿음이었다. 제 연기가 엉망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고, 연습실에서 오랜 시간 투자했고 땀을 흘렸던 기억이 있었고, 사실 내가 아직 기회가 없고 필모가 없을 뿐이지 한 두 작품씩 마치고 나면 신뢰는 쌓일 거고 쓰임새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배우로서의 목표도 확고했다. 황희는 "궁극적으로는 제가 배우로 살기로 마음을 먹었고, 연기를 해야 배우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은 시간들을 거치며 '지금 내가 길에 있는 돌과 뭐가 다를까'를 느끼며 '내가 만약 지금보다 나아진다면 작품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필모처럼. 네이버에 필모를 쳐도 끝없는 페이지가 나오더라. '이게 배우지'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많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고 사명감을 갖고, 책임감을 갖고 꾸준히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많은 작품을 한다고 했을 때 안 좋은 얘기보다 '저 사람 연기 좋았다'는 얘기를 듣는 작품이 반 이상이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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