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모험이자 여행"…한지민, 리메이크 '조제'에 눌러 담은 성장통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0-12-03 16:55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저에게 '조제'는 또 하나의 모험이자 여행 같은 작품이죠. '내가 조제의 세계를 다 알고 연기했을까?'라는 물음표를 던졌듯 여전히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로맨스 영화 '조제'(김종관 감독, 볼미디어 제작)에서 자신만의 세계에 사는 여자 조제를 연기한 배우 한지민(38). 그가 3일 오후 진행된 국내 매체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조제'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조제'는 소설가 다나베 세이코의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자 2004년 개봉해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한 영화다. 대학 졸업을 앞둔 영석(남주혁)이 우연히 자신을 조제(한지민)라는 이름으로 불러 달라는 한 사람을 만나며 시작되는 '조제'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설레면서도 망설여지고, 함께 있어 행복하다가도 낯선 변화 앞에 불안하기도 한 두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겪었던 가장 아름다운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하는 멜로 영화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특히 '조제'는 주인공 조제를 연기한 한지민의 하드캐리한 열연에 돋보인 작품이다. 매 작품 캐릭터와 혼연일체 한 연기로 사랑받은 한지민은 '조제'에서 조제로 완벽히 변신, 사랑을 겪으며 매 순간 변하는 조제의 내면을 섬세한 눈빛과 특유의 깊은 감성으로 인물을 표현해 완성도를 높였다. 하반신 장애를 가진 캐릭터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감성으로 새롭게 캐릭터를 빚어낸 그는 상처받은 조제의 마음과 절절한 눈물 연기를 더 하며 '멜로 퀸'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또한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남주혁과 재회, '눈이 부시게' 이상의 로맨스 연기로 케미를 발산했다.


한국의 정서로 리메이크된 '조제'에 한지민은 "원작의 팬으로서 원작에 대한 좋은 느낌이 남아있고 최대한 그런 부분을 잘 살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아무래도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작품을 하기로 하고 그 뒤에는 부담감보다는 시나리오에 표현된 조제를 나만의 색을 입혀서 만들고 싶다는 부분에 더 집중했다"며 "조제는 신체적인 장애가 있지만 그런 부분은 동선이나 움직임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했다. 조제라는 세계를 표현하는데 쉽지는 않았다. 보통 캐릭터는 특징적인 색깔이 명확하지만 조제는 독특하지만 워낙 감정선이나 표현을 밖으로 드러내는 편이 아니라 조제의 언어와 조제의 색을 집중해서 김종관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기했다"고 답했다.

원작과 차별된 한국판 '조제'의 매력도 확고했다. 한지민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원작과 차이를 느꼈다. 원작은 사랑하는 과정과 이별하는 과정이 섬세하게 담겼다면 우리 작품은 이별에 대한 초점을 보시는 분들에게 더 열린 결말로 바꾼 부분이 보인다. 이별에 대한 과정보다는 사랑하는 이야기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이별을 하면서 어느 한 부분에 이유를 만들기보다는 이 둘을 감싸고 있는 세상, 사람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차이점인 것 같다. 실제로 이별에 있어서 한 가지 이유만으로 정의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나와 지향하는 부분이 비슷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조제라는 캐릭터는 원작에는 좀 더 발랄하고 유머 감각이 있는 것 같다. 내가 그린 조제는 과거의 상처, 트라우마가 있는 캐릭터다. 좀 더 차분하고 쓸쓸한 부분이 강했다. 겉으로는 연약해 보이지만 영석의 사랑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가 단단함이 생기고 조금씩 삶에 대한 성장하는 부분에 포커스를 맞췄다"며 "하지만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기 너무 힘들었다. 감정적으로 딥하다. 혼자 느끼는 이 감정 자체를 분출하고 감정의 방점을 찍는 신이 많지 않아서 어디까지 표현해야 할지 물음표가 많았던 캐릭터였다. 매 장면마다 김종관 감독과 대화가 많이 필요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조제의 소리와 언어를 얼마큼 감정에 담아내야 할지 고민됐고 그 결정에 따라 결 자체가 달라질 수 있었다. 그 지점이 가장 힘들고 어려웠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보통 한 가지만은 아니지 않나? 그 안에 화남과 분노도 있을 수 있다. 사랑에 설렘도 있지만 불안감도 있다. 여러 가지 감정을 눈빛이나 담담한 언어로 표현해야 해서 한가지 감정만으로 표현해서는 안 됐다. 그래서 늘 불안했다. 그럼에도 김종관 감독은 신마다 확신이 있었고 그래서 믿고 따라갈 수 있었다. '조제'는 공간이 주는 기운, 소리가 주는 쓸쓸함, 차가움, 때로는 따뜻함을 다 채워준 것 같다. 그런 지점에 있어서 믿고 따라가게 해준 것 같다"고 신뢰를 전했다.


한지민은 "나에게 '조제'는 또 하나의 모험이자 여행 같았다. 연기를 하면서도 고민을 정말 많이 했던 작품이었다. 배우로서 만들어가는 과정도 재미있었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도 '내가 조제의 세계를 다 알고 연기했을까?'라는 물음표를 던졌듯이 여전히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조제에 대한 궁금증과 어려움이 남아있는 게 있다"고 덧붙였다.


'조제' 속 주인공처럼 실제 사랑과 이별의 경험이 있다는 한지민은 "김종관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이별 앞에서 내 감정에 솔직했나?'를 생각하게 됐다. 돌이켜보면 나는 머릿속으로 이별을 정리하고 싶고 이별에 적응하고 싶어 주입식으로 생각한 부분도 있더라"고 답했다.

그는 "인연이란 게 있어서 만났지만 그 또한 서로의 인연이 끝날 수밖에 없는 관계였기 때문에 이별로 흘러갔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물론 나도 사랑을 해보고 이별을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조제' 덕분에 돌이켜보고 생각을 해보게 됐다. 이별에 있어서 '왜?'라는 정답을 찾지 못하겠더라. 대부분의 인연은 운명이 흘러가는 대로 생각을 하게 됐다"고 웃었다.


남주혁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 "'눈이 부시게'라는 작품이 진한 여운이 남아서 그렇지 사실 남주혁과 당시 작품에서 많은 신을 연기한 것은 아니었다. 워낙 '눈이 부시게' 작품을 좋아하고 남주혁과 호흡이 좋아서 또다시 만난다고 했을 때 전작의 아쉬움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눈이 부시게'와 '조제'는 캐릭터 자체가 워낙 달랐다. 우리가 보여줄 다른 색깔을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개인적으로 나는 '눈이 부시게'와 '조제' 사이에 MBC 드라마 '봄밤'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캐릭터에 빠져나와서 '조제'를 준비하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이번에 남주혁과 호흡을 맞추면서 '눈이 부시게'와 반대로 남주혁이 상당히 의지가 많이 됐다"고 애정을 전했다.


다나베 세이코 작가의 소설이자 이누도 잇신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조제'는 처음 만난 그날부터 잊을 수 없는 이름의 여자와 남자가 함께한 가장 빛나는 순간을 그린 작품이다. 한지민, 남주혁이 출연하고 '메모리즈' '더 테이블' '최악의 하루'의 김종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0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틱톡-청룡영화상 투표 바로가기

2021 신축년(辛丑年) 신년 운세 보러가기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