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이슈] '그래미 후보' 꿈 이룬 방탄소년단, 수상+단독무대 가능성은?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20-11-25 14:14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어워즈의 꿈을 이뤘다.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가 25일(한국시각)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노미네이트와 수상이 꿈"이라던 소망을 이루게 됐다.

클래식이나 국악 부문에서 그래미 어워즈와 연을 맺은 적은 있지만, K팝 아이돌 그룹이 해당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된 것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1993년 소프라노 조수미가 지회자 게오르그 솔티와 녹음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그림자 없는 여인'이 그래미 어워즈 클래식 오페라 부문 최고 음반상을, 음반 엔지니어 황병준 사운드미러 코리아 대표가 2012년 클래식 부문 '최고 기술상'과 2016년 '최우수 합창 퍼포먼스' 부문 수상에 성공한 적이 있었다.

2012년 국악 음반 제작사 악당이반이 만든 '정기악회 풍류 가곡'이 '최우수 월드 뮤직'과 '최우수 서라운드 음향' 부문 후보에 올랐고, 남상욱 마스터링 전문 엔지니어가 2012년 '최고 기술상' 후보에 오른 적 있다. 방탄소년단도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앨범 디자인에 참여한 파트너사 허스키폭스가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아트디렉터로 노미네이트 된 적은 있다. 하지만 이는 앨범 재킷 디자인 제작사에 수여하는 기술부문 상으로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성과와는 관련이 없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올해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 1위를 점령한 방탄소년단이 메인 부문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는 건 그래미 어워즈 특유의 배타주의가 아직 팽배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USA 투데이는 "현재 방탄소년단보다 더 큰 성과를 이룬 그룹은 없는 데도 한개 부문 후보에만 오른 것에 당연히 의문이 생긴다. 그래미는 미국 주류 음악에서 K팝의 엄청난 존재감을 인정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할리우드 리포트는 "'핫100' 1위를 달성한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은 다소 놀랍다"고, LA타임스는 "주요 그래미 후보를 강탈당한 건가. 방탄소년단은 '올해의 레코드'나 '올해의 노래' 후보로 지명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 해도 백인우월주의와 비영어권 가수 및 음악 홀대 성향을 보여온 '화이트 그래미'의 벽을 넘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깊다. 그래미 어워즈가 홀대했던 K팝 가수가, 그것도 아이돌 음악으로 철옹성을 깼다는 것 자체가 전세계 대중음악사를 뒤흔들만한 성과다.

또 방탄소년단이 후보에 오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은 2012년부터 신설된 그래미 팝 장르 세부 시상 분야 중 하나이지만, 듀오 그룹 컬래버레이션 형태로 팝 보컬이나 연주 퍼포먼스에서 뛰어난 예술적 성취를 거둔 뮤지션에게 상을 주다 보니 시상식의 중요 부문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권 가수가 이 부문 후보로 낙점된 적은 없었다. '그들만의 리그'조차 방탄소년단을 주류로 인정했다는 의미다.


이제 남은 것은 방탄소년단의 수상과 단독무대다.

방탄소년단의 수상에 대해서는 여러 전망이 나온다.

사실 기록만 놓고 본다면 수상 가능성은 높다. '다이너마이트'는 빌보드 '핫100'에서 통산 3주가 1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발매 3개월 가량이 된 지금까지도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빌보드가 이날 발표한 최신차트(11월 28일자)에서도 '다이너마이트'는 전주 17위에서 14위로 역주행하며 막강한 인기를 과시했다.


후보 면면을 살펴봐도 그렇다. 방탄소년단 '다이너마이트'와 함께 후보에 지명된 작품은 제이발빈 두아리파 배드 버니&테이니의 '언 디아', 저스틴 비버와 퀘이보의 '인텐션스',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 테일러 스위프트와 본 이베어의 '엑사알'이다. 다른 후보군은 모두 컬래버레이션 형태의 작업을 한데 비해 방탄소년단만 유일한 단독팀이다. 음악적 성과와 인기도의 질이 다르다는 뜻이다.

다만 그래미 특유의 극보수주의가 유일한 걸림돌로 남아있다. 지난 그래미 어워즈에서 흑인래퍼 차일디시 감비노가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등 4관왕에 오른 기염을 토한 적은 있지만, 여전히 그래미는 소수인종과 여성 아티스트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종차별 문제로 프랭크 오션, 드레이크, 카니예 웨스트, 저스틴 비버 등의 아티스트가 보이콧을 선언한 뒤 후보 선정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고는 하지만 실제 수상결과에서 이렇다할 변화를 찾아보긴 어려웠다.

심지어 방탄소년단조차 7개 부문 후보를 신청했지만 단 1개 부문 노미네이트만 허용했을 정도이니 방탄소년단의 수상은 그들의 음악적 성취도나 인기가 아니라 그래미 자체가 케케묵은 고질병을 고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봐야한다.


다만 단독무대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방탄소년단은 이미 지난해 시상자로 선정돼 레드카펫을 밟았고, 올해도 릴 나스 엑스와 함께 합동 공연을 펼친 바 있다. 계단식 성장을 이뤄오며 3년째 그래미와 연을 쌓고 있는 만큼, 그래미도 방탄소년단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는 없을거란 전망이다.

방탄소년단은 "힘든 시기에 우리의 음악을 듣고 공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무엇보다 '그래미 후보 아티스트'라는 기적을 만들어 주신 건 아미 여러분이다. 늘 감사드리고 사랑한다. 노력의 결실을 맺은 것 같아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 신기하고 감격스럽다"라며 "노미네이트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아미 여러분께 감사하다. 팬분들이 좋아해 주실 거라고 생각하니 더 기쁘다. 후보에 오르니 수상 욕심도 생기고 기대된다"라고 후보 입성을 넘어 수상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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