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無言의 장벽 넘었다"…이정은X유아인, 대사 없이 펼쳐낸 최고의 연기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0-11-16 10:06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대사는 없었지만, 감동의 배가 됐다. 이정은과 유아인, 매번 감탄을 자아내는 두 배우가 '소리도 없이' 또 다시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자아냈다.

지난 해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에서 극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뛰어난 연기로 전 세계 관객과 평단의 극찬을 이끌었던 이정은이 12일 개봉한 영화 '내가 죽던 날'(박지완 감독)로 다시 한번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유서 한 장만 남긴채 사라진 소녀의 실종 사건에 얽힌 진실을 추적해가는 이야기를 그린 '내가 죽던 날'에서 이정은은 사건의 목격자 순천댁 역을 맡았다. 앞선 작품에서도 '배우 이정은'의 모습을 모두 지우고 캐릭터 그 자체가 되는 놀라운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던 그는 인생의 모진 풍파를 겪은 후 외딴 섬처럼 홀로 살아가고 있는 순척댁을 놀라운 싱크로율로 완벽하게 표현해 내며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몰입을 높인다.
순천댁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미스터리의 진실과 가장 큰 비밀을 안고 있는 인물임에도 사고로 목소리를 잃어 말로 내면을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인물. 이정은은 그런 순천댁의 깊은 감정을 오로지 표정과 눈빛만으로 표현해 내며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대사가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표정 변화와 몸짓 역시 크지 않은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순천댁의 미묘한 감정 변화까지 세심하게 녹여내는 이정은의 연기력은 그가 왜 이제야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됐을지 의아함을 자아낼 정도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겨우 짜내 내뱉던 몇 마디의 말은 짧은 대사 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의 마음에 깊은 파도를 울렁이게 만든다.

이정은은 쉽지 않았던 이번 작품의 연기도전에 대해 "그동안 나는 언어를 사용해 캐릭터를 보이게 하는 연기를 많이 해왔는데 어느 날 문득 대사를 하는 연기가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로서 언어가 없는 연기를 하면 어떨까?' 싶었는데 그 결과가 관객에게 어떻게 보여질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정은에 앞서 유아인도 지난 달 개봉해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영화 '소리도 없이'(홍의정 감독)에서 대사 한 마디 없이 모든 것을 표현해 내는 놀라운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또래의 스타급 젊은 배우들이 악역을 기피할 때 영화 '배테랑'에서 역대급 악역 조태오를 탄생시켰고, 영화 '사도'에서 대배우 송강호에 버금가는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며 매번 캐릭터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유아인은 이번 작품에서도 범죄 조직의 하청을 받아 근면성실하게 시체를 수습하고 살아가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했다.
개런티를 포기하다시피 한 저예산 영화의 출연만으로도 모두를 놀라게 했던 유아인은 이 작품에서 삭발에 15kg 증량이라는 외적인 변신을 감행했다. 하지만 진짜 놀라움을 자아낸건 그의 외적 변화가 아닌 연기에 있다. 성실한 듯 무심해 보이는 유아인의 표정은 일반인과 다른 사람을 살아가고 있는 태인이라는 인물에 끊임없이 궁금증을 느끼게 만든다. 유괴한 소녀 초희(문승아)를 향한 불안함과 연민을 섬세한 눈빛과 세밀한 몸짓으로 표현해 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범죄에 가담하며 살아가는 태인이라는 인물을 마냥 비난할 수도, 또 마냥 응원하게도 할 수 없게 만든다.

유아인은 개봉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대사가 없는 것만으로 새롭고 다르게 느껴진 작품"이라면서 "영화라는 게 소리와 빛으로 만드는 것인데 소리라는 콘셉트 자체로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고자 하는 홍의정 감독의 의지가 도발적인 선언처럼 느껴졌다. 실험적이고 두려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 몸을 싣어보자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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