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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 탁구여제 현정화가 32년만에 초등학교 때 절친을 찾고 눈물을 보였다. 몸과 마음이 오랫동안 아팠던 친구 또한 현정화 덕분에 12년만에 바깥 외출에 나서 감동을 안겼다.
현정화의 등장에 현주협은 "현 씨 가문에 영광"이라며 "대한민국에 현 씨는 연주 현 씨 딱 하나다"라고 말했다. 현정화는 "제가 더 윗 대 일 것"이라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실제로 26대손 현정화는 29대손 현주엽 보다 항렬이 높다.
현정화는 "초등학교 3학년때 탁구를 시작했는데 같이 하던 친구다. 제가 6학년때 전학가면서 그때부터 못만났다. 수정초등학교 탁구부 박소현을 찾고 있다"고 의뢰했다.
현정화가 수많은 경기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1988 서울 올림픽 여자 탁구 복식 1위 금메달과 1991년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한 지바 세계선수권 대회. 'TV는 사랑을 싣고' 제작진에 첫 마디로 "단일팀으로 금메달을 땄던 북한 이분희 선수를 찾아달라고 농담했다"고 말했다.
현정화는 15살 나이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가족들을 위해 평생 헌신한 엄마를 생각하며 운동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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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제가 탁구를 시작하고 아버지가 과거에 탁구선수를 했다는 걸 알게됐다. 아버지가 결핵을 앓으셨는데 재발하셨다. 나중에 암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집이 너무 못살아서 치료를 잘 받지 못하고 제가 15살에 돌아가셨다. 제가 탁구선수로 꽃 피우는 걸 아버지는 못보셨다"고 말했다. 현정화는 "저희 집이 가난해서 중학교때까지 전화가 없었다. 아버지 돌아가시니까 엄마가 고모에게 알리라고 하셨는데 그때 시장길을 달려가면서 막 울었던 기억이 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제가 메달 따는 날은 경기 전날 꿈에 아버지가 꼭 나타나신다. 살아서 다시 돌아온 듯 생생하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신다. 꿈에서 아버지를 보면 기분이 정말 좋다"고 여전히 그립고 좋은 일에 미리 나타나시는 아버지에 대해 떠올렸다.
현정화는 "아버지 유언이 '원수를 갚아달라'는 거였는데 탁구로 성공하라는 말이었다. 또 운동하면서 엄마 고생을 덜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했기에 더 강하게 했던 것 같다"며 아버지의 DNA와 어머니의 헌신으로 지금의 현정화가 됐음을 자신했다.
다니던 초등학교와 초등학교 근처에 있던 집을 찾은 현정화는 "생갭다 그대로 있다"며 놀라워했다. 특히 40년 전에 떠난 집이 여전히 그 모습을 갖고 있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 "한쪽 방에는 아버지가 아파서 늘 누워계셨고, 또 다른 방에는 우리 세 자녀와 엄마가 생활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친구 박소현을 찾아볼 시간. 박소현은 무슨 일인지 친구들과 연락을 다 끊은 상태. 초등학교 탁구부 친구를 수소문해 그의 남편의 친구의 친구와 결혼한 사실을 알아냈고, 남편쪽 연락처를 수소문했다.
제작진과 통화한 친구는 "저도 보고 싶고 그립긴 해요. 근데 친구도 많을텐데 내가 생각난나고 하니까 고맙고 지금 여건이 그래서 조금 안타깝네요. 남편 친구와 전화 통화하고 잠을 며칠 못잤어요"라고 거듭 거절했다. 현정화는 "본인의 사정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못나오는 상황이면 내가 쫓어가서라도 만나고 싶다"며 최종 장소에서 친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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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첫 아이 출산후 체질이 바뀌면서 가위를 눌렸다. 하루하루 제 몸을 버티기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인들에게 상처를 받으면서 주변에 담을 쌓게 됐다. 이렇게 외출한 건 12년만이다. 제 아이가 그동안 엄마 잘 버텨왔다고 정화이모가 선물 주는것 같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현정화는 "제가 좀 화가나려고 한다. 20여년을 그렇게 놔둔게 너무 미안하다. 사람이 옆에 있으면 금방 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정화의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억하고 있는 친구는 "40년만에 본 정화에게 정화 아빠 모습이 보였다. 그때 탁구부에서 제가 집중적으로 연습해야할 부분, 게임에 진 부분을 분석해서 따로 코치해주셨다"고 말해 현정화도 몰랐던 아버지의 에피소드로 그녀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ly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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