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춘기록' 이창훈 "'박보검 괴롭힌다' 살해 협박받을 정도..연기할 맛 났죠"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0-10-30 08:58


사진=tvN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이창훈(39)은 '청춘기록'으로 연기의 맛을 제대로 봤다.

이창훈은 2005년 연극 '굿바이쏭'으로 데뷔한 이후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약하며 관객들과 호흡해왔다. '그냥 청춘', '형제의 밤', '14인의 체홉', '비BEA', '프로즌', '옥상 밭 고추는 왜' 등 수많은 작품으로 무대에 올라 내공을 쌓았고, 2014년 영화 '마담 뺑덕'을 통해 학규(정우성)의 동료 교수 동우 역을 연기하며 스크린에서도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또 영화 '1987'에서는 표검사 역을 연기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안판석 PD의 선택으로 브라운관에 입성한 그는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고, 이후 '봄밤'에서도 정해인의 친구이자 공시생인 박영재 역을 맡아 시청자들을 만난 바 있다.

올해는 두 작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만났다. tvN '블랙독'에서 '진짜 선생님' 같던 배명수 선생님으로, 그리고 tvN 월화드라마 '청춘기록'(하명희 극본, 안길호 연출)의 '진짜 매니지먼트 이사' 같은 이태수로 분하며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다. '청춘기록'은 현실의 벽에 절망하지 않고 스스로 꿈과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들의 성장 기록을 담은 드라마로 최고 시청률 8.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종영을 맞았다.

이창훈은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미스틱스토리 사옥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종영 인터뷰를 진행하며 '청춘기록'에 대한 기억을 꺼냈다. 그동안 '블랙독' 속 '배명수 쌤'으로 익숙했던 이창훈은 영화 '양자물리학' 이후 오랜만에 악역의 카드를 꺼냈다. 그는 "'양자물리학' 속 역할에 비해 더 대놓고 비열하고, 수단고 방법을 가리지 않는 데다가 어쨌든 박보검을 괴롭히는 역할이다 보니 부담감이 있어 처음에는 고민을 했었다. 지난해 9월, 가을쯤 제안이 들어왔었는데 한 달 넘게 고민했었다"고 말했다.

이창훈은 긴 시간 '청춘기록' 속 이태수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다고. 그는 "이 역할이 저 같은 타입에게 들어올 역할이 아니었다. 그걸 '내 스타일'로 원하실텐데, 1, 2부만 봤을 때 그걸 내 스타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이 있었고, 내 스타일로 만들었다고 했을 때, 이 대사들의 톤앤매너가 조화가 될지, 이상하게 안 좋은 방향으로 튀지는 않을지 걱정도 있었다. 고민을 많이 했던 차였는데 안길호 PD님이 의지를 갖고 기다려주셨고, 감독님이 이렇게 원하시는데 이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 맞나 고민을 하다가 막상 '하겠다'고 결정한 이후에는 촬영을 하면서 제 마음이 180도 바뀌었다. 늘 익사이팅했고 재미있었고, 연기를 하러 갈 때마다 놀러가는 느낌이었다. 뭔가 능동적으로 놀고, 배우들과 손발이 잘 맞으니 감독님도 존중해주시고 지지해주시니 즐겁게 하면서 초반에 고민을 했던 것들이 송구스럽기도 했다. 너무 고마워지니 미안해졌었다"고 밝혔다.


사진=tvN 제공
실제 이태수는 하나 하나 이창훈의 손으로 만들어낸 캐릭터였다. 이창훈은 "작가님이 디테일하게 써주셨고, 업계의 대사들도 리얼하게 써주셨다. 그러다 보니 제가 생각했던 말투와 대사가 섞여 그 대 사들이 숨을 쉬는 느낌이 났다. 이 사람(이태수)은 고아적인 사람이고, 뭔가를 가르치는 사람이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다. 한 대사인 '혜준이는 슈퍼스타예요'도 강조를 주면서 신경을 썼다. 이 사람은 사고 체게가 모든 것을 외우고 있고, 자기 안에 논리 장착이 많이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연예인들은 이런 거야'라고 할 때 빨리 말하는 것도 그런 모습들이 보인 걷. 제가 하면서도 잘했다는 생각은 안 했지만,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연기하기가 재미있다'는 느낌이었다. 대사들이 맛있는 음식처럼 차려져 있고, 거기 가서 먹는 느낌이 있었다. 작가님에게도 감사했다. 악역을 맡아도 언제 또 이런 디테일한 못된 놈을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다 보니 매일 연기하러 갈 때 설레고, 기대되고, 일하기가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박보검과의 호흡도 그의 현실감에 도움을 줬다. 그는 "촬영할 ㄸ는 카메라가 안 돌아가면 다정하고 좋은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보검이는 잘 챙겨주는 배우다 보니 이미 아는 거다. 제가 좀 더 보검이에게 세게 해야 사혜준이란 인물이 이 안에서 성장하고 그 역할이 산다는 것이 분명해고, 그걸 인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창훈이 연기한 이태수는 현실에 있을 법한 빌런으로, 시청자들의 '욕받이'가 됐다. 이창훈은 "욕을 배부르게 먹었다"며 "요즘엔 댓글을 못 남기니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보내주지 않나. 자신의 사진도 있는 계정으로 굉장히 심한 욕설과 함께 살해 협박도 받았다. 실제로 '죽이겠다'를 시작으로 '인생을 마감해주겠다'라든가, 육두문자들도 봤다. 그걸 보니 사람이 벌벌 떨리더라. 그렇게 DM을 보낼 정도면 정말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무서웠다. 그래서 캡처를 모아서 신고를 하자는 마음이 있었는데 중후반으로 가면서 이태수의 허당기나 약간의 질척거림을 보여주면서 극 초반보다는 덜 미움을 받는 상황이 됐고 어느 순간 그 캡처를 삭제해버렸다. 관계자들이야 제 연기를 좋아해주시지만, '악역을 한다는 것은 이런 거구나' 싶은 당혹스러움도 있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것도 드라마에 집중해주셨던 거구나 싶었다. 또 대다수의 분들은 좋게 연기로 봐주셨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욕을 먹고 살해 협박까지 당하기도 했지만, 드라마 관계자들과 후배들에게는 좋은 반응을 얻은 것도 사실. 이창훈은 "이렇게 반응이 큰 작품을 했던 것이 좋기도 했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받은 피드백의 양이 가장 많았다. 역할도 사실 빌런이다 보니 극 안에서 눈에 띌 수밖에 없고, 나온 장면들이 임팩트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거 같다. 욕도 많이 먹었지만, 최근에는 신인 후배들이 '신인인데, 가슴이 뭔가 뜨거워지고 현장에서 뵙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아 그래도 내가 청춘기록으로 고통만 준 건 아니었구나, 후배들에겐 이런 것도 있구나' 싶었고 그 마음들을 제가 알기 때문에 답장도 해줬다"고 말했다.

작품과의 케미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기준 기획상 10부에서 사라지는 인물인 이태수였지만, 최종회까지 등장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이창훈은 "초반에 이걸 하기로 했을 땐 10부 정도에서 끝난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대본이 나올수록 뭔가 중요한 일을 점점 하는 거다. 그래서 '나는 이걸 하다가 빠진다' 정도가 아니라, 온전히 작품 안에 핵심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아서 마음을 다잡은 것도 있다. 그런데 대사가 나올 때마다 늘 좋았다. 작가님이 활어처럼 '팔딱팔딱' 뛰게 써주시니 이런 저런 생각을 지나서 '빨리 외워서 연기하고 싶다', '어떻게 요리하지'하는 것도 너무 즐거웠다"고 밝혔다.

긴 시간 무대에서만 연기했던 이창훈은 이제 매체 연기 2년차를 맞이한 바. 늘 '도전하는' 마음으로 연기에 임하는 중이라는 설명. 청춘시절 매일매일 치열하게 연기하고, 무대에 섰던 이창훈이지만, 연기 초반에는 "넌 안 된다. 5년 이상 버티면 손가락에 장을 지진다. 너는 연기를 관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는 주변 선배들의 이야기도 들었던 그. 이창훈은 "저에게 가능성이 없어 보일 수 있었겠지만, 어떤 분들은 희망과 용기를 주신 분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미 한 5년, 10년을 연기하고 나니 그 시기는 이미 뚫고 지나갔더라. 아무래도 저에게는 이태수 같은 장벽은 없었지만, TV에서 보이지 않는 배우들에 대한 시선들이 어떻게 보면 장벽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매체로 넘어온 뒤에도 처음엔 '내가 TV에 나오다니'라는 생각을 했지만, 한 1년을 지나게 되니 부대끼며 힘든 것도 있었다. 이제는 그런 것들도 다 건강하게 받아들여졌다. 연기가 나의 업이고, 이제는 직업의식은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제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했다.

이창훈은 앞으로도 좋은 어른이자 배우로, 모든 연기에 임할 예정이다. 그는 "인생의 선배들이 섹시하게 느껴지는 순간은, '생각의 수정이 되는 사람들'임을 알 때 같다. 유연함을 떠나서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 나이가 들수록, 내가 틀렸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든데, 어느 순간 그런 것을 받아들이는 선배들을 보면 굉장히 멋있더라. 그리고 어른이 되면 사실 다 꼰대가 안 되기 쉽지 않지 않나. 자연스럽게 사고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고, 환경과 상황과 사람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고 있다. 멋있는 어른 상으로 남고 싶은 바람"이라고 전해 앞으로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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