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앙상블 좋아"…이제훈, '도굴'에 내 건 진심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0-10-29 13:51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함께하는 배우들의 앙상블이 좋았던 '도굴', 반농담식으로 '존스 박사가 조우진이 아니면 나도 안 해'라고 말하기도 했을 정도죠."

범죄 오락 영화 '도굴'(박정배 감독, 싸이런픽쳐스 제작)에서 남다른 촉과 직감을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를 연기한 이제훈. 그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도굴'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도굴'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 묻힌 조선 최고의 보물을 찾아 나서는 신선한 스토리와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다루지 않았던 도굴이라는 특별한 소재가 만난 작품이다. 지상과 지하를 아우르는 다양한 로케이션과 다채로운 유물을 보는 맛을 더한 '도굴'은 지금껏 본 적 없는 범죄 오락 영화로 유쾌함과 통쾌함으로 11월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특히 '도굴'은 영화 '건축학개론'(12, 이용주 감독) '아이 캔 스피크'(17, 김현석 감독), tvN 드라마 '시그널'(김은희 극본, 김원석 연출) 등 스크린과 안방을 넘나들며 탄탄하고 폭넓은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제훈의 새로운 변신으로 눈길을 끈다. 타고난 기질의 도굴꾼 강동구를 표현하기 위해 외향적인 스타일부터 도굴 과정의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은 이제훈은 강동구 특유의 잔망스러움과 함께 부드럽고 리드미컬한 색깔을 더하며 캐릭터의 매력을 200% 끌어올렸다.


올해 4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사냥의 시간'(윤성현 감독) 이후 '도굴'로 오랜만에 극장 개봉을 하게 된 이제훈은 "정말 극장 개봉이 오랜만인 것 같다. 올해 초 '사냥의 시간'이라는 영화로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가 코로나19로 개봉도 밀리고 OTT 플랫폼으로 넘어가게 됐다. '사냥의 시간'이 극장에서 시사회를 할 수 없었는데 '도굴'을 통해 관객을 만날 생각을 하니까 가슴이 두근거린다. 관객이 극장에 와서 우리 영화를 보고 힐링했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OTT 플랫폼의 진출에 대해 "아무래도 영화를 보고 감상하게 되는 환경이 확장됐다는 느낌에서 개인적으로는 고무적이었다. 이제는 OTT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안방, 휴대전화를 볼 수 있으니까. 환경적으로 어디서든 볼 수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며 "내가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극장이라는 공간이 있었다. 극장에서 영화를 봤을 때 좀 더 오래 기억이 남더라. 그리고 다가오는 재미, 감동이 더 컸던 것 같다. 물론 요즘은 극장을 찾는 분이 주춤하고 있고 관객의 발걸음이 쉽지 않겠지만 재미를 찾는데 극장만 한 것이 없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극장은 없어지면 안 될 것 같다. 확실히 TV와 다른 느낌이 있다. 극장이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특색이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OTT 플랫폼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도 체감하고 있는 이제훈은 "넷플릭스라는 전 세계 망을 두고 있는 서비스에서 '사냥의 시간'이 상영됐는데, 전 세계 사람이 같은 시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지점이 놀라웠다. 보통 국내 관객 먼저 만나게 되는데 넷플릭스 통해 '사냥의 시간'을 공개하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팬이 영화를 보고 리뷰를 써주더라. 그 파급력이 정말 강하다는 걸 느꼈다. 나라는 사람을 소개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득이 많이 됐다. 윤성현 감독도 바로 차기작을 해외 에이전시와 계약하게 됐다. 당장은 국내 작품이 아닌 해외 작품에서 차기작을 선보이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도굴'을 통해 기존과 다른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것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제훈은 "'도굴' 같은 캐릭터를 맡은 것은 처음이었다. 들뜨면서 말도 많고 깐죽거리는 캐릭터다. 설계자이자 사기꾼이다. 능글맞고 천연덕스러운 모습들이 나와 간극이 있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었다. 그런데 시나리오에 있는 이야기가 너무 신나고 재미있어서 그 흐름만 따라가도 샘솟는 느낌이 있었다"며 "'도굴'은 즐거움과 동시에 함께하는 배우들이 앙상블이 좋았다. 함께한 배우들이 나를 잘 받아주고 믿어줬다. 내가 가는 방향에 있어서 함께 하고자 했던 에너지를 느껴 더 신나게 했다. 이번 작품은 너무 감사하게도 좋은 선·후배를 만난 것 같다. 생각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장에 갔다"고 웃었다.


극 중 한국의 '인디아나 존스'이자 고분 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로 활약한 조우진과 호흡 역시 애정을 꾹꾹 담았다. 그는 "이 시나리오를 봤을 때 구조가 탄탄하다고 느껴졌는데 이와 더불어 캐릭터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존스 박사 역에 조우진 형님이 물망에 올랐다고 해서 좋았다. 너무 같이 하고 싶은 의지가 많았다. 반농담식으로 '존스 박사가 조우진이 아니면 나도 안 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역시나 영화를 통해 만났을 때 조우진 선배는 그냥 예전에 알고 지낸 사람처럼 굉장히 편했다. 조우진 선배를 만나서 느꼈던 부분이 컸다"고 애정을 전했다.

실제로 '도굴' 이후 성향이 바뀌었다는 이제훈은 "나라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가까운 친구를 만날 때 보통은 이야기를 경청하는 타입인 것 같다. 이야기에 반응하고 맞장구를 치는 타입이다. 먼저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이후에 이야기를 하는 타입인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엄청 떠들고 다니고 표현하고 다녀서 그런지 사람들을 만나서도 내가 무언가를 주도하려는 제스쳐가 나오더라. 그게 흥미로웠다. '나에게 이런 면모가 있구나' 싶었다. 나쁘지 않게 받아주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현장에 대한 경험도 좀 쌓이고 이제 적은 나이도 아니다 보니 내가 오히려 먼저 말을 걸면 좀 더 가깝고 친근하게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다. 나를 더 열고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선배들이 만났을 때 말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선배들 만나도 내 이야기를 한다. 그런 변화가 생긴 것 같다. 그 변화가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연기를 하면서 경험을 한다는 게 굉장히 강한 것 같다. 실제로 나의 일상은 다양하지 않다. 취미, 특기도 없다. 집에서 영화 보는 게 제일 좋고 활발하게 나의 일상을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 영화를 하고 연기를 하면서 그런 변화된 경험을 많이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땅속에서 액션을 소화한 고충도 전했다. 이제훈은 "내가 연기한 캐릭터는 흙 맛만 봐도 도굴 위치를 아는 능력자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도 강동구가 흙을 맛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우리 소품 팀이 미리 캐치하고 내가 연기할 때 불편할까 봐 '꿀꿀바'의 겉면 알갱이를 다 발라서 흙처럼 만들어 줬다. 그때 정말 감동했다. 배우가 연기하는 데 있어서 많은 스태프가 이렇게 세심하게 챙겨준다는 게 너무 고마웠다. 흙을 먹으면서 흙 맛을 본 게 아니라 달콤한 초콜릿을 느끼면서 연기했다. 너무 감사하고 편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스태프를 자랑하고 싶기도 했다. 우리 스태프가 세심하게 한땀 한땀 만들었다. '도굴'은 선릉을 비롯해 모든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허접하고 가짜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그런 느낌이 없이 집중해서 잘 볼 수 있었던 게 바로 미술적인 환경이 조화롭게 이뤄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자신했다.

'도굴'은 타고난 천재 도굴꾼이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며 짜릿한 판을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제훈, 조우진, 신혜선, 임원희 등이 출연하고 박정배 감독의 첫 상업 영화 연출작이다. 오는 11월 4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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