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지루함 던진 발칙한 도발"…유아인, '소리도 없이' 쏟아낸 새 얼굴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0-10-13 17:30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호불호가 없으면 새로운 것도 없죠. 지루하던 찰나 만난 '소리도 없이'는 내 모든 걸 쏟아내고 싶었던 도발적인 작품이었어요."

범죄 영화 '소리도 없이'(홍의정 감독, 루이스픽쳐스·BROEDMACHINE 제작)에서 범죄 조직의 소리 없는 청소부 태인을 연기한 배우 유아인(34). 그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소리도 없이'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소리도 없이'는 범죄 조직을 돕는 일이 일상이 되어 버린 채, 묵묵히 자기 일을 해 가며 살아가는 두 남자가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모든 것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극악무도한 사건을 일상적인 톤으로 담아내고 또 기존 선악의 잣대와 신념을 비틀고 꼬집으며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기존의 범죄물의 틀을 깬 새로운 스토리와 전개, 명배우들의 열연으로 폭발적인 호평을 얻으며 10월 기대작으로 급부상한 것.

여기에 '소리도 없이'는 유아인, 유재명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과 환상의 케미스트리로 명작을 완성했다. 특히 장르와 시대를 불문하고 인상 깊은 연기와 대체 불가 존재감으로 독보적인 캐릭터 계보를 써 내려가고 있는 유아인은 '소리도 없이'에서 말 없이 묵묵히 범죄 조직의 뒤처리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태인으로 변신, 데뷔 이래 최초 대사 없는 연기에 도전했다. 삭발 투혼은 물론, 15kg의 체중 증량까지 외적인 변화를 꾀한 것은 물론 유괴한 소녀 초희(문승아)를 향한 불안함과 연민을 섬세한 눈빛과 세밀한 몸짓으로 표현, 흡입력 있는 캐릭터를 완성하며 새로운 '인생 캐릭터' 탄생을 예고했다.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소리도 없이'에 대해 유아인은 "호불호가 없으면 새로운 것이라고 말하기도 힘든 것 같다. 새로운 도전, 새로운 시선, 새로운 터치, 새로운 감각 등이 우리에게 느껴진다면 그만큼 호불호를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소리도 없이'는 생갭다 크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새로움에 목말라 할 것 같고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을, 항상 있는 것들을 새롭게 터치한다는 점에서 많이들 반가워해 줄 것 같다. 또 기특해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홍의정 감독의 시작이 되는 작품이고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앞으로 그가 나아갈 방향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응원을 해줘야 앞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 보는 분들의 시간이니까 이왕이면 보는 분들이 더 좋은 느낌을 가져가길 바란다"며 "무언가 굉장히 많은 세상이지만 새로움을 만나기 힘든 세상이다. 새롭고 신선한 자극이 긍정적으로 느껴지고 통용되는데 과연 이게 맞나 싶기도 하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발칙한 도발이 가득했던 '소리도 없이' 시나리오에 유아인은 "홍의정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나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있다면 그의 이야기를 지켜내고 싶었다. 관객에게 더 잘 전달하는 것이, 그 자체가 전과 달리 생각하는 책임감인 것 같다. 과거에는 내 배역만 지키는 게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전반에 걸친 과정이, 다른 책임이 생겨나는 것 같다. 그 책임을 감당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그럴 만한 작품이 생겨 할 수 있었다. 잘해보려고 노력했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대사가 없는 캐릭터를 시도한 것에 "시나리오에 내 대사는 텅 비어있었다. 감정이나 지문이 표시된 것도 있었지만 '상황 속에 내가 있긴 한 건가?' 싶을 정도로 비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도 홍의정 감독은 묘한 디렉션을 줬다. 레퍼런스 영상으로 고릴라 영상을 줬는데 그런 부분이 단서가 되어 준 부분이 있다. 동물적이고 순수한 것들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유아인은 "'새로운 게, 다른 게 좋아'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럼에도 대사가 없는 것만으로 새롭고 다르게 느껴진 작품인 것 같다. 영화라는 게 소리와 빛으로 만드는 것인데 소리라는 콘셉트 자체로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고자 하는 이 감독의 의지 자체가 영화 안팎으로 작용하면서 굉장히 도발적인 선언처럼 느껴졌다. 이런 소재를 만드는 게 쉬운 개념은 아니다. 제목만 봤을 때 '감히 이런 이야기를?' 생각한 것 같다. 실험적이고 두려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 몸을 실어 보자 싶었다. 지루하던 찰나 만난 작품이다"고 덧붙였다.

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유아인임에도 지루함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후문. 이런 지루함의 반복 속 '소리도 없이'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유아인은 "영화는 공동작업일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보이지 않은 이끌어가는 위계질서가 있고 이끌려 가는 특유의 질서가 있다. 그 안에서 도발적인 시도나 도발적인 자세를 가진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다. 사람들이 현실에 잘 길들어 있다고 해야 할까? 내 모든 걸 다 쏟아낼 수 있는, 집어넣을 수 있는 느낌을 느끼고 싶은데 그런 제안을 만나기 쉽지 않았다. 그런 고민 속에서 홍의정 감독의 등장 자체가 약간 과잉 해석을 해서라도 '이건 무언가 있을 것 같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던 것 같다. 기대를 주입하면서 홍의정 감독이 새로운 시도의 일을 해내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나 역시도 홍의정 감독의 작품 안에서 쏟아내고 싶고 표출해보고 싶었다. 그래야 함께하는 공동작업의 결실이 내가 기대할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저 좋은 감독, 좋은 현장 만나서 안주하면 안 될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서로 함께했던 작업이다.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현실적으로는 대한민국은 함께 평등하게 무엇을 한다는 게 어려운 사회이지 않나? 저마다 다른 위치에서 다른 것을 감당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하나를 빚어냈다. 그런 부분에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현장에서 계속 너무 좋다고 말할 정도였다. 홍의정 감독을 조련했다는 우스갯말도 있는데 서로 충분히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요구할 것 다 하고 어떤 갈등도 빚지 않고 처음과 끝을 함께했다. 이런 작업 현장의 의미를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소박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15kg 체중을 증량하며 이미지 변화를 꾀한 것도 유아인은 "극단적으로 체형의 외모를 보여준 것이 작품을 하면서는 처음인 것 같다. 이 작품을 통해 극단적인 변화가 나 자신에도 필요했다. 영화는 결과적으로 시각적인 놀이이지 않나? 홍의정 감독도 내 변화에 대한 기대나 반가움을 내비쳤다"며 "유아인은 대중에게 늘 새로운 인물이 아니지 않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살 찌우는 게 엄청 힘들었다. 홍의정 감독은 좀 더 몸을 키우길 바랐다. 촬영을 하면 자연스럽게 다이어트가 되는 몸이라 영화 속 모습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쉴 때는 4~5끼씩 먹으면서 찌울 수 있었는데 촬영은 그게 안 되니까 유지하기 힘들었다"고 고충을 밝혔다.

또한 "영화 속에서 내 배가 볼록 나올 때는 좋더라. 볼록한 배가 보일 때는 그것만으로도 느낌이 있더라. 알 수 없는 이상한 충격이 느껴졌다. 다만 그동안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고 많은 분이 생갭다 유아인의 변신을 당연하게 생각하더라. 별다른 게 없다는 느낌을 받는 분도 있더라"며 "좀 더 한국 표준 사람을 잘 보여줄 기회가 없었나 싶기도 하다. 다음 방식을 상상하게 됐다. 독특한 상황 설정을 벗어나서 진짜 평범함을 그려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바람을 전했다.

반면 '소리도 없이' 촬영 이후 감량에 대해서는 "찌우는 노력을 안 하면 감량은 자연스럽게 된다. 신기할 정도로 살찌울 때는 식탐이 생기는데 또 안 먹으니까 빠지더라. 원래 먹는 것 자체를 즐겨하지 않는다. 증량할 때는 치킨, 아이스크림 먹고 많이 찌웠다. 군것질을 좋아해서 그런 걸로 살을 찌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머쓱해 했다.

'소리도 없이'는 유괴된 아이를 의도치 않게 맡게 된 두 남자가 그 아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유아인, 유재명, 문승아가 출연하고 홍의정 감독의 첫 상업 영화 연출작이다. 오는 15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UAA,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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