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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소리도 없이'는 유아인, 유재명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과 환상의 케미스트리로 명작을 완성했다. 특히 유재명은 범죄를 돕는 일이 일상이 되어 버린 채 누구보다 성실하고 근면 성실하게 사건의 뒤처리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신앙심 깊은 독특한 캐릭터에 도전해 재미를 더했다. 허름한 옷차림, 친숙한 말투, 다리를 절어가면서 소심한 범죄 조직의 청소부로 변신한 유재명은 진지한 상황에 예상치 못한 코미디를 던지며 허를 찌른다. 유아인과 찰떡 브로맨스까지 더한 유재명은 제 옷을 입은 듯 놀라운 캐릭터 소화력을 과시, '명품 배우'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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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보통 클리셰(진부하거나 틀에 박힌 설정)라고 하지 않나? 장르성이 강한 영화들의 클리셰가 있다. 우리 영화도 이런 장르 특성상의 클리셰로 시작을 하지만 다양한 색채, 시각들이 공존하면서 촘촘한 지문들 사이에서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며 "첫 역시 완벽한 엔딩이었다. 나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작품이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매 작품 행복했지만 '소리도 없이'는 촬영 당시 정말 행복했던 작품이었다"라는 유재명. 그는 "세상에는 다양한 영화가 존재하고 연극도 마찬가지다. 영화가 나아가는 지점은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마냥 무겁지 않다는 것이다. 박장대소가 아닌 냉소다. 약간 가을 날씨 같은 느낌이다. 영화를 보고 나니 너무 따뜻한 색감인데 피가 나고 또 아이의 미소 이면에 어른을 능가하는 처세술이 있다. 이상한 일들의 연속이다. 어떤 분은 이 작품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너무나 재미있게 볼 수도 있고 기분 나쁘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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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을 유괴하는 설정에 대해 "영화는 판타지다. 우리는 판타지를 통해서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고 현실을 인식하기도 하다. 요즘 뉴스에서 어린이집에 달린 CCTV에 관련된 사건을 보면 너무 무섭다. 무서움을 다룬 영화일수록 현실의 한 모습을 극화시킨 게 아닐까 싶다. 우리 영화가 그런 영화 사이에서 색깔을 띠는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너무 무서운 설정인데 그게 또 매력인 것 같고 판타지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것 같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우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해피엔딩을 바랄 것 같다. 해피엔딩으로 끝나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재미있게 볼 것 같지만 배우의 입장에서는 좀 다른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8월 득남해 한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유재명은 "부끄러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작품을 선택할 때 그런(아이에 대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스스로 배우의 일을 예술가라고 생각하고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서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불편한 소재일 수 있으나 이런 불편한 소재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대중에게 잘 전달되는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작품을 선택할 때 가족과 별개로 생각하려고 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이어 "집에서는 평범하다. 함께 육아하려고 하고 일을 하고 늦게 들어올 때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는 그런 남편이다. 실제로 나는 아이의 삶은 아이의 것이고 내 삶은 내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이가 스스로 알아서 선택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또 나 역시 그런 부모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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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가 없었던 유아인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상대 배우가 대사가 없어서 연기하기 쉽지 않았다. 리액션이 없으니까 템포와 완급을 맞추기가 정말 어렵더라. 그런데 유아인과는 잘 맞았다. 어떤 대사보다 합이 잘 맞았다"며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라기보다는 안도감이 있었다. 다들 그렇지 않겠지만 매 작품 들어갈 때마다 떨린다. 불안하기도 하고 작품을 끝내면 '겨우 한 작품 끝냈구나' 싶다. 영화가 개봉하면 너무 떨린다. 개봉 이후에는 안도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나는 노련한 배우가 아니다. 열심히 노력하려고 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연습을 많이 하는 배우다. 예전에 한 선배도 내게 그런 말을 했다. 카메라 앞에서 긴장을 안 하는 배우는 없다. 단지 노련하다는 것은 카메라 앞에서 생기는 긴장을 최대한 빨리 풀고 숨기는 것이라는 지점이다. 나 역시 그렇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유아인을 비롯해 전작에서 함께한 박서준도 그렇고 지금 하는 작품에서 요즘 배우들이 정말 감각적으로 잘하더라. 열심히 분석하고 자기 관리도 잘한다. 이들과 같이 작업하는 것이 좋다. 그런 젊은 배우들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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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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