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②] 이준기 "문채원과 멜로 욕심, '악의 꽃'으로 풀었죠"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0-09-29 07:00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이준기(39)가 문채원과의 '멜로 연기'에 대한 욕심을 다시 드러냈다.

2001년 의류브랜드 지면 광고 모델로 먼저 연예계로 입성한 이준기의 첫 번째 인생작은 이견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왕의 남자'(2005)다.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여장 광대 공길로 캐스팅된 이준기는 동시기에 방송됐던 드라마인 '마이걸'로도 연타석 홈런을 치며 '여자보다 예쁜 남자'로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후로도 '톱스타'의 길을 걸은 이준기는 2007년 영화 '화려한 휴가'로 주목을 받고, 또 느와르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명작을 남기며 시청자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이후로도 '일지매'(2008), '아랑사또전'(2012), '투윅스'(2013), '조선총잡이'(2014), '밤을 걷는 선비'(2015), '달의연인-보보경심 려'(2016), '크리미널 마인드'(2017), '무법변호사'(2018)를 선보였다.

23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유정희 극본, 김철규 연출)은 '왕의 남자'와 '개와 늑대의 시간'을 잇는 이준기의 또 다른 인생작. '악의 꽃'은 사랑마저 연기한 남자와 그의 실체를 의심하기 시작한 아내. 외면하고 싶은 진실 앞에 마주 선 두 사람의 고밀도 감성 추적극을 담은 드라마인 '악의 꽃'에서 이준기는 백희성의 삶을 살아온 남자 도현수를 연기하며 물을 만난 감성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악의 꽃'은 마지막까지 완벽한 마무리로 '용두용미 드라마'라는 칭찬을 받았고, 초반 3% 시청률로 출발한 이후 최종회 5.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로 수직상승을 이루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준기는 28일 스포츠조선과 서면을 통해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준기와 문채원은 2017년 방송됐던 tvN '크리미널 마인드' 이후 약 3년 만에 재회했다. 당시 '크리미널 마인드'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에 이들의 재회는 다소 부담감을 안기기도 했을 것. 이준기는 문채원과의 재회를 생각하며 "처음 '악의 꽃' 대본을 읽었을 때 든 생각은 '이 작품은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는 거였다. 딸을 사랑하는 아빠이자 자신의 아내만을 바라보는 남편, 그리고 그 모든 이면에 숨어 있는 슬프고 잔혹한 과거를 가진 한 남자를 지금의 배우 이준기가 담아내기에 과연 합당한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졌다.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내가 과연 대중을 설득할 수 있을까', '자칫 배우 이준기의 색깔이 강하게 묻어나와 전체적인 밸런스를 붕괴시키지는 않을까'와 같은 너무나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2주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 계속해서 대본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봤다. 그러다가 문득 '이 모든 것이 지금 나에게 다가온 운명과도 같은 작업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을 배우 인생에 있어 전환점으로 만들어 보고픈 욕심이 생겼던 것 같다. 문채원 씨와도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가 이 작품을 잘 만들어간다면, 서스펜스 멜로라는 새로운 장르를 우리만의 독특하고 유니크한 감정선으로 그려낼 수 있겠다'와 같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작품 출연 결정을 더욱 확고히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준기는 문채원과의 멜로 호흡을 아쉬워하는 시청자들의 바람을 익히 알고 있다고. 그는 "문채원 씨가 가진 멜로의 힘은 남다르다. 정말 사랑스럽다가도 애틋하고, 또 슬프도록 처연할 때가 있다. 그러다 보니 함께 그려나갈 연기 합이 기대가 되어 이전부터도 채원 씨와 멜로를 해보고 싶다는 연기적인 욕심이 있었다. 감사히 이번 작품을 통해 함께 멜로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다만 연애할 때와 같은 소소하고도 행복한 일상들을 더 찍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너무 절절한 멜로의 비중이 컸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함께 만들어 나간 멜로 호흡은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는 연기합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또 이준기는 문채원에 대해 "문채원 배우 같은 경우에는 '악의 꽃'이란 작품을 고민하기 전에도 몇 번 만나 각자 고민 중인 작품 이야기라든지 인생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악의 꽃'을 결정하기에 앞서 고민이 많았을 때도 채원 씨가 '오빠가 충분히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캐릭터다'라는 얘기를 해줘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의 배우 문채원은 섬세하고 집중력이 상당히 높다. 그리고 본인이 그 감정을 해석할 수 있을 때까지 고민하는 배우다. 그래서 서로 연기 합을 맞춰갈 때 제가 감성적인 부분에서 더 자극받고 도움받기도 했다. 차지원이 있었기에 도현수의 감정들도 더 절실하게 느껴질 수 있었던 거다. 극의 몰입도를 잘 만들어내는 배우이기 때문에 아마 이번 작품에서 차지원의 감정을 표현하느라 정말 힘들었을 거다. 정말 고생도 많았고, 다음에 꼭 맛있는 것 사줘서 기력을 회복시켜줘야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서현우에 대해서는 "워낙 연기를 열정적으로 한다는 소문을 듣고 있었다. 시작 전부터 주위 분들이 저더러 긴장해야 할 거라고 해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첫 만남을 기다렸던 게 기억 난다. 그런데 실제로 만나 보니 너무 착한 데다가, 성실하고 무엇보다 배우로서 소신이 있는 친구더라. 게다가 현장을 즐기는 부분도 저랑 비슷해서 촬영할 때 많은 의견을 함께 나누며 장면을 다채롭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특히 극 초반에 도현수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해준 친구라 너무 고마웠고 다른 작품에서도 자주 만나자고 할 정도로 좋은 동료가 됐다. 그리고 배우들 중에 저와 주량도 맞아서 더 좋아하는 배우다"고 말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누나인 도해수로 등장한 장희진도 이준기에게는 고마운 사람. 이준기는 "두 번째 작품을 함께하는데, 참 한결같이 밝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배우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심도 매우 깊다. 배우로서 그려내는 감정의 깊이도 좋고 집중력도 상당한 배우라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에 캐?蔓 되어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됐네'라며 크게 안심했다. 현장에서는 저와 장난도 잘 치고 재미있게 놀다가도 연기를 할 때는 순식간에 집중하며 새로운 감정 디테일들을 보여준다. 그럴 때마다 장희진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공력에 감탄하며 '장프로'라고 불렀다. 좋은 동생이자 동료로서 현장을 한층 즐겁게 만들어준 친구다"고 했다.

연기적으로 가장 많이 부딪힌 이는 바로 김지훈이다. '진짜 백희성'과 '가짜 백희성'인 도현수로 분해 대립을 펼쳤던 것. 이준기는 "형을 안지는 7~8년 정도 됐다. 하지만 연기를 함꼐 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저역시도 기대를 많이 했었다. 예전에 다른 작품에서도 한 번 만날 뻔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결국 함께하게 되면서 서로 신기해했다. '우리가 만나려는 운명인가 보다'하고. 이번 작품에서는 지훈이 형이 많이 힘들었을 거다. 중후반부터 극적 긴장감을 올리는 빌런이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촬영을 기다려야 했다. 정체가 공개된 이후에는 '역시나 칼을 갈고 있었구나' 느꼈다. 정말 좋은 자극이 많이 된 것 같다. 워낙 성격도 좋고 즐겁게 촬영에 임하는 스타일이라 함께 연기할 때 정말 즐거웠다. 심지어 신을 분석하고 고민하는 작업 스타일도 잘 맞아서 전화로 아이디어 공유만 거의 한 시간을 하다 목이 쉰 적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정말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앞으로 좋은 작품에서 빛나길 바란다"고 칭찬했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김철규 감독과 유정희 작가 역시 '악의 꽃'을 만들어낸 주역. 김철규 감독에 대해 이준기는 "감독님은 이번 작품에서 가장 감사한 분이다. 저를 전적으로 믿고 백희성의 인생을 살아가는 도현수라는 인물을 글가는 긴 여정에 항상 이정표를 제시해주셨다. 촬영에 오기 앞서 수많은 고민으로 만들어진 콘티를 갖고 오시기 때문에 연기를 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 조금의 의심도 없이 감독님께 의지하고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젠틀하시고 따뜻한 성품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이처럼 성실하고 훌륭한 스태프 분들이 함께하시지 않았나 생각한다. 작품을 무탈하게 완주할 수 있던 데에는 감독님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몇 작품이고 제안만 해주신다면 계속해서 감독님과 같이 작품 하고 싶다"는 믿음을 드러냈다.

또 유정희 작가에 대해 이준기는 "드라마 촬영 준비 기간부터 함께 만나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정말 열정적으로 매 신들이 가지고 있는 복선이라든지 감정선들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주셨기에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참 많은 도움이 됐다. 작가님에게서는 작품에 대한 엄청난 애정이 느껴져서 저 역시도 정말 좋은 연기로 보답하고 싶었다. 전적으로 저를 믿어주시고 도현수라는 인물을 살아 볼 수 있게 해주신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마지막 촬영 날 '도현수를 그렇게 완벽하게 그려줘서 고마워'라고 하셨는데, 저는 '아뇨. 제가 도현수로 살게 해주셔서 감사해요'라고 말씀드렸었다. 그때 참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밝혔다.

'용두용미' 드라마로 불렸기 때문일까. 드라마 종영 후 배우들끼리도 작품에 대한 여운을 길게 간직하게 됐다고. 이준기는 "드라마를 보고는 '참 어렵다'는 얘기를 나눴었다. 사실 쉽게 그리고자 했다면 각자가 가진 노하우들로 어떻게든 메울 수 있었겠지만, '악의 꽃'은 그렇게 허술한 작품이 아니었다. 그래서 작품 들어가기에 앞서 배우들끼리 만나 각자가 생각하는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작품에 대한 감상을 계속 공유했다. 그리고 촬영이 시작되고 나서 가장 많이 나눈 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찍으면 찍을수록 계속해서 새로운 감정들이 생겨나고 그 의미를 어떻게 전달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든다'는 거였다. 정말 모든 배우들이 각자의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있어 많은 고민이 있었던 작품이다. 작품이 끝난 지금도 우리 단톡방에서는 '우리 이 어려운 작품을 잘 해낸 거 맞지?', '정말 다행이다'라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고 했다.

이준기는 '악의 꽃'을 마친 뒤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