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임신前 찍고 출산後 개봉, 시간 잘 썼죠"…'죽인밤' 서영희, 배우와 워킹맘 사이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0-09-24 14:11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카리스마는 유지한 채, 웃기기까지 한다. 배우 서영희(41)의 변신을 보는 재미가 있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이다.

여고 동창생들이 살기 위해 죽지 않는 존재 언브레이커블을 죽이기 위한 전대미문의 대결을 그리는 코믹 스릴러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신정원 감독, ㈜브라더픽쳐스·TCO㈜더콘텐츠온 제작). 극중 세라 역을 맡은 서영희가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1999년 연극 '모스키토'로 데뷔해 연극 무대에서 연기력을 다진 후 '질투는 나의 힘'(2003)으로 영화계에 입성, 다양한 영화에서 개성있는 역할로 눈도장을 찍어온 배우 서영희. 2010년 칸 국제영화제 초청작인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국내외 각종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났던 그가 올 추석을 겨냥할 코미디로 다시 한번 관객을 만난다.

극중 서영희가 연기하는 세라는 3번의 이혼 경력을 가진 정육점 주인. 여고 동창생들 사이에서는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는 세라에 대한 살벌한 소문만이 무성한 가운데, 세라는 오직 소희(이정현)하고만 연락을 하고 지낸다. 그러던 중 남편이 미지의 존재 언브레이커블(김성오)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소희를 도와 언브레이커블을 처지하기 위해 나선다.

이날 서영희는 "내가 좀 더 잘 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영화가 정말 재미있더라. 요새 되게 피곤한 상황인데 우리 영화가 피곤한 상황을 씻겨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독특한 장르의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시나리오가 처음에는 생소했다는 서영희는 "요즘 시대에는 이런 이야기가 익숙한가 보다 싶었다. 내가 옛날 사람인가 싶었다. 저에게 SF는 큰 할리우드 영화만 생각했는데, 이런 작은 영화가 있는지 몰랐다. 요새 젊은 친구들에게는 이런 게 익숙한 것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속 이야기가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새 현실도 이상한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니까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이 덜더라"며 웃었다.

생소한 시나리오였음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결정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냐고 묻자 그는 "제가 가장 나중에 캐스팅 됐는데, 이미 이정현, 이미도, 양동근, 김성오 배우까지 너무 종합선물세트 같은 배우들이 캐스팅 돼 있는게 반가웠다. 내가 외계인이라는 설정이 이해가 되지 않아도 배우들이 이해시켜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세 여성 배우가 극을 이끌어가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서영희는 함께 극을 이끈 이정현, 이미도와 호흡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내며 "또래 여성배우들과 연기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번 영화가 저에게 좋은 친구를 선물해 준 것 같다. '스승의 은혜' '궁녀'에서도 또래 배우들과 함께 하긴 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이렇게 또래 친구들과 함께 해서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미도 씨와는 정말 친해졌다. 아무래도 둘다 애기 엄마다 보니까 육아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졌다. 원래부터 알았던 친구처럼 급속도로 친구가 됐다. 둘째에 대한 고민이 있던데 저는 적극 추천했다"고 덧붙였다.
현장 분위기에 대해서는 "촬영장에서는 여유가 있지는 않았다. 졸다가 찍다가 졸다가 찍다가 그랬다. 오히려 현장에서는 수다스럽게 찍을 여유는 없었다"라며 "영화 속에는 많이 잘렸는데 저희가 뛰는 장면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앉아서 여유롭게 수다 떨 여유는 없었다. 카니발에서 이동하는 신에서는 수다를 좀 떨어서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신정원 감독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감독님께서 진짜 말이 없으시다. 감독님도 말이 많아야 배우들이 수다가 많은데 배우들이 조용히 고민을 하시는 타입이라서 우리가 더 수다가 적었던 것 같다"며 "그러다가 조용히 한 마디씩 던지면 그게 엄청 크다. 말이 없으셔서 더 무서워저 더 잘하게 된 것도 있다"고 웃었다.

그간 강렬한 캐릭터나 장르 영화에서 강인한 인상을 심어졌던 서영희는 "사실 저의 영화는 취향은 전혀 다르다. 저의 취향은 행복한 영화, 사랑스러운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하지만 모두가 자기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없진 않나. 그리고 사실 연기할 때는 뭔가 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장르적 영화를 좋아한다"며 "극한 상황에 놓인 역할들이 그래도 보면 뿌듯한 것 같다. 그래도 연기를 안한 것 같으면서 감정이 깊은 역할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어두운 역할로 인해 주변에서 자신을 어두운 사람으로 보는 사람도 많았다는 그는 "요즘에는 인스타 같은 걸로 사생활이 보여지는데 '추격자' 때만 해도 그런게 없으니까 '쟤는 친구나 만나고 다닐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잘 구별을 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영희는 이번 영화에서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 무게감 있는 연기를 선보이면서 "장르다 코미디인데 제 캐릭터가 깎아 먹을까봐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코미디에 해가 될까봐 걱정이 많았다. 그래도 다른 친구들이 코미디 요소를 잘 해주신 것 같다"고 안도했다.

가장 웃긴 캐릭터인 양동근 때문에 촬영장에서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는 그는 "그런데 양동근 씨는 아직도 자기가 왜 웃긴지 이해를 못한다. 그렇기에 그 장면이 더 진심으로 전달이 된 것 같다"며 "사실 저는 웃음을 잘 못참는다. 영화를 보는데 웃음을 못참는 제 표정이 보이더라"고 말했다.

최근 둘째 출산 후 복귀한 서영희는 "시간을 잘 활용을 해서 쓴 느낌이다"며 웃었다. "영화가 끝나자마 임신을 해서 후반 작업 중에 출산을 하고 산후조리 후에 개봉을 해서, 시간을 잘 쓴거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 셋이 이끄는 영화의 주연 배우로서 스크린에 복귀하는 것을 기뻐하며 "옛날보다는 여성 중심의 영화가 훨씬 많아져서 정말 기분이 좋다. 저도 거기에 껴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코로나로 인해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서영희는 근황에 대해서도 전했다. "겨울 코로나 때는 아이가 뱃속에 있는 상태라서 전혀 상관이 없었는데, 이번에 2.5단계 되면서 갓난쟁이 애기와 큰 애기를 둘 다 보기가 힘들더라. 아빠와 엄마가 나눠서 함께 보려고 노력했다. 차라리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못할때가 낫더라"며 웃었다. 이어 "오히려 임신 할 때는 코로나로 인해서 병원이 셧다운 될까봐 엄청 걱정이 됐다. 코로나 상황에서 임신하고 출산한다는게 굉장히 걱정이 크고 두려웠다. 정말 코로나 시대에 출산을 한 엄마들과 일과 육아를 하는 워킹맘들을 모두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봉 날짜를 과정도 싶지 않았던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서영희는 "코로나 복병이 걸리면서 개봉 날짜가 잡혀졌다가 미뤄졌다고 해서 더 오래 개봉을 기다린 기분이다"며 "그래도 요새는 집에서도 보시기도 하고 장기적으로 보면 길게 갈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쉽긴 하다 극장에 마음대로 오실 수 있는 상황도 아니지만, 힘들게 극장에 오셔서 우리 영화를 보시면 기분 전환이라도 되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시실리 2km', '차우', '점쟁이들'로 독보적인 장르와 스타일을 개척한 신정원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이정현, 김성오, 서영희, 양동근, 이미도 등이 출연한다. 오는 29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TCO(주)콘텐츠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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