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악의 꽃' 서현우 "데뷔 10년 만의 중간결산..방향성 고민 많아졌다"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0-09-24 09:00


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서현우(38)가 '악의 꽃' 이후 방향성의 혼란과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현우는 연극과 뮤지컬, 그리고 영화와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종횡무진 활약하는 배우다. 영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2011)를 시작으로 매체연기에 도전, 매 작품마다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주며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 각인됐다. 특히 '끝까지 간다'(2013), '그놈이다'(2015)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단독 주연으로 출연했던 단편영화 '백천'(2017)에서도 주목받으며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최근 개봉했던 '배심원들'(2019)과 '나를 찾아줘'(2019)에서도 활약을 보여줬고, '해치지않아'와 '남산의 부장들'(2020)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줬다. 특히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전두혁 역을 맡았다.

23일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유정희 극본, 김철규 연출)은 서현우가 데뷔 후 약 10년 만에 처음으로 만난 주연작. '악의 꽃'은 사랑마저 연기한 남자와 그의 실체를 의심하기 시작한 아내. 외면하고 싶은 진실 앞에 마주 선 두 사람의 고밀도 감성 추적극을 담은 드라마로, 첫 회부터 마지막회에 이르기까지 '웰메이드 감성 추적극'으로 호평받으며 종영했다. 서현우는 '악의 꽃'에서 '한주간'의 기자이자 백희성으로 살아온 도현수(이준기)의 동창으로, 초반엔 대립하지만 후반엔 공조하는 '브로맨스케미'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마음에 쏙 들었다.

서현우는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악의 꽃'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악의 꽃'은 서현우가 지금까지 보여준 작품 중 가장 주목도가 높은 작품.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주연으로 합류했기에 기대감도 높았다. 서현우는 "사회에 나와서 상업 연기를 한지 10년이 됐다. 사실 독립 영화도 많이 하고, 드라마의 짧은 역할로도 출연을 했고, 상업영화도 많이 했는데 '악이 꽃'이 이 과정의 중간 결산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마치 이 김무진이라는 캐릭터가 하나의 성향보다는 변화무쌍한 역할이더라. 만나는 사람들에 따라 태도도 바꾸고 다양한 면을 보여주는 역할이었는데 제가 연기를 하면서 구축한 질감이나 노하우가 김무진에 많이 투여가 됐다.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데뷔 10년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제가 연기를 해온 모습도 체크를 해본 시간이어서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서현우는 그동안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기로 시선을 잡았다. 영화 '그놈이다'를 위해서는 약 20kg을 찌웠고, '배심원들'에서는 손가락이 없는 역할을 위해 특수분장도 불사했다. 또 '악의 꽃'을 위해서는 총 23kg의 체중을 감량하며 피나는 노력을 보여줬다. 서현우는 "배우라는 기준이나 가치관을 많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저 스스로가 편한 방식으로 연기하는 것을 못 견디는 거 같다. 몇 년 이상 일을 하면 편한 방식을 알지 않나. 제가 그런 걸 경계하는 편이고, 제가 하려는 최대한의 변신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제가 평범한 외모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외모가 너무 특징이 있거나 선이 굵으면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뚜렷한 뭔가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지만,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체중에 따라서, 분장의 스타일에 따라서 많이 바뀌는 타입인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서현우라는 사람에 대해서 다행스럽고 감사한 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어떨 때는 많이 못알아보셔서 단점인가 싶기도 하지만, 장점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제공
10년의 시간을 지나는 동안 서현우는 수많은 여러움을 이겨내왔다고. 서현우는 "힘든 시기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어떨 때는 심각하게 힘들 때도 있었다. 경제적인 힘든 순간도 있었고 정신적으로도 힘든 순간이 있었다. 언제까지 오디션을 볼지도 모르겠고, 채워지지 않는 연기적인 갈망이나 욕구가 있었는데 그걸 무대에서 많이 풀었다. 카메라에서 풀어지지 않는 분량 욕심이나 드라마틱한 순간들을 무대에서 푼 거다. '무대는 마더랜드' 아니냐. 관객들을 만나며 실제로 기운을 많이 얻었고 그 힘을 가지고 카메라 앞에 가서 연기를 하면서 버텨나갔던 거 같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공연계가 많이 힘든데 개인적으로도 마음이 너무 아프고,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 무대공연 예술은 영상이랑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세계라서 저 역시도 1~2년 안에 산 두 작품식은 하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져서 개인적으로 속상했다"고 말했다.

'악의 꽃'은 수많은 노력의 결과물이자 보상품이다. 서현우는 지금의 자신을 만든 작품으로 영화 '그놈이다'와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꼽았다. 그는 "영화 '그놈이다'가 있다. 저를 어떻게 보면 체중적으로, 외형적으로 최대 시도를 하게 만든 작품이다. 20kg이 넘는 증량을 하게 했고, 결과적으로 살도 찌우고 외모적으로 굉장한 시도를 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나의 아저씨'는 앙상블에 대한 이해를 준 작품이다. '신스틸'이 아니라 신을 채우려는 것을 알게 해준 작품이었다. 드라마를 통해서 정말 시청자뿐만 아니라 하는 사람도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었다. 영화와 드라마를 그렇게 두 작품을 뽑을 수 있지 않나 싶다"며 "최근에 '배심원들'도 분장으로 최대의 극적인 경험을 했던 거다. 양 엄지손가락밖에 없는 극적인 상황 아니냐. 그런 작품들이 스펙트럼을 열어준 것 같다. 그 정도의 극적 순간까지 가보고 나서 다른 작품들은 여유 있게 접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어 "그러다 10년차에 악의 꽃이 나온 거다. 김무진이란 역할도 '비열함' 비겁함으로 한 두 가지로 규정되는 역할이었다면 이 정도로 희열을 얻지 못했을 거다. 찌질하고 비열하고 순박하다가도 다양한 면모가 있어서 연기할 굥 즐거웠던 것 같다. 10년의 중간결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지금은 서현우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다. '중간 결산'을 잘 마친 만큼 향후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서현우는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중요한 시기를 맞이한 것 같다. 어떤 작품의 어떤 방식으로 서현우란 배우의 연기를 보여줄지 고민이 많다. 이번 작품을 보면 진지하기도 했고 유머도 있지 않았나. 멜로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는데 로맨틱 코미디가 됐든 현실적인 로코가 됐든 사랑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반면에 도현수에게 많이 맞아봤던 만큼, 성격이든 액션이든 센 캐릭터를 다시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아직은 방향성에 대한 혼란이 있고 어떻게 꾸려나갈지 고민이 있다"고 밝혔다.

서현우는 '악의 꽃'을 마친 후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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