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IPO 최고 기대주 크래프톤, 글로벌 게임사로 안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20-09-21 06:00


'혁신과 창의로 답을 찾겠다.'

카카오게임즈의 IPO(기업공개)에 역대 최고액인 59조원에 가까운 돈이 몰려들면서, 다음 주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은 당연히 높아지고 있다. 굳이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장외 시장에서 최고의 '블루칩'은 단연 크래프톤이다.

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와 모바일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등 하나의 IP로 개발한 2개의 게임만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수익을 얻고 있는 크래프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게임산업이 더 주목을 받으면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이미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엄청난 성장을 이룬 것과 더불어 경쟁사를 압도하는 영업이익률을 올렸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닥쳐오는 위기는 상당한 변수다. 중국이 미국에 이어 인도와 갈등을 빚으며 후폭풍이 불고 있고, 성공한 IP가 하나라는 것도 불안요소다. 글로벌 메이저 게임사로 완전히 자리잡기 위해선 현재 개발중인 신작 '엘리온'의 성공과 더불어, '배틀그라운드' IP를 개발할 때 보여줬던 혁신을 다시 보여줘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글로벌 판매 7000만장을 돌파한 '배틀그라운드'

폭발적인 수익 상승

크래프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배틀그라운드'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인 2017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전 회사명인 블루홀의 자회사인 블루홀 지노게임즈(현 펍지주식회사)가 오픈마켓인 스팀에 첫 선을 보인 '배틀그라운드'는 베타 버전인 '얼리 억세스'로 출시됐음에도 불구, 가장 빠르게 1억달러 수익을 돌파하고 스팀 역사상 최다 동시접속자인 300만명 이상을 넘는 등 기네스북에 등재될 7개의 신기록을 썼을 정도로 글로벌 빅히트작이 됐다. 똑똑한 자회사 덕분에 적자에서 단숨에 글로벌 탑티어 게임사로 부상한 블루홀은 여기서 확보한 자금으로 각종 M&A(인수합병)을 통해 다수의 개발 스튜디오를 거느리고, 개발 연합체인 크래프톤으로 몸집을 불렸다.

당시 블루홀 장병규 의장이 문재인 정부의 초대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된 것도 '배틀그라운드'의 후광 효과라 할 수 있다. 채 몇만원도 되지 않았던 주가는 장외에서 80만원대 가까이 치솟았고, 국내 게임 회사에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하는 텐센트가 13.2%까지 지분을 확보, 장 의장(17.4%)에 이어 2대 주주로 떠오른 것도 이 때부터라 할 수 있다. 이후 '배틀그라운드'의 하락세로 주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텐센트와 공동으로 개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뒤를 받치면서 주가의 추가 하락은 막았다.

다만 가장 큰 한계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가장 인기를 모으고 있는 중국에서 2017년 사드 배치 이후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유통 허가권)가 나오지 않으면서 결제 시스템 없이 무료 게임으로만 서비스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중국 서비스를 중단한 이후 이용자 DB와 게임 콘텐츠를 그대로 계승한 '화평정영'이라는 게임이 텐센트에 의해 같은 날 출시됐고 큰 성공을 거뒀다. 크래프톤과 텐센트는 두 게임이 관계가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공교롭게 크래프톤의 수익은 이후 수직 상승했다. 올 상반기 모바일에서 710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는 전체 8872억원의 80%에 달했다. 크래프톤 연합체의 여타 모바일게임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화평정영'의 라이선스 수익 이외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시장에서는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두 회사의 '우회로'라고 보는 이유다.


크래프톤에서 개발중인 MMORPG '엘리온'
쇄도하는 관심


이는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고, 주가는 다시 상방으로 방향을 틀었다.

올 상반기 8872억원의 매출과 513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로 각각 2배와 5배에 이르는 급성장이다. 영업이익률도 무려 58%에 이른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빅3' 게임사들이 올 상반기 1조 2186억원에서 1조 6674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넥슨이 46.36%에 이르고 넷마블이 8.38%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단연 주목할만한 성과다. 전체 4개 게임사 가운데선 가장 매출이 적지만, 최고의 알짜 영업을 한 셈이다. 3월에 40만원도 되지 않았던 주가가 이번 달 들어 4배인 160만원 이상을 찍으며 역대 최고가를 달리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실적과 더불어 카카오게임즈 공모에 몰린 시장이 관심이 크래프톤으로 옮겨간 것도 한 몫 했다. 카카오게임즈 일반공모에서 최대액인 21억원을 증거금으로 냈음에도 불구, 고작 112주(268만 8000원)를 배정받은데 그친 큰 손 투자자들이 주식을 선점하기 위해 아예 장외 시장으로 온 탓도 있다. 아직 IPO에 대한 구체적인 스케줄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18일 장외 시장에서 거래된 163만 5000원의 주가를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13조 2100억원에 달할 정도다.

이날 현재 게임 대장주이자 코스피 전체 16위인 엔씨소프트가 18조 243억원, 전체 18위인 넷마블이 15조 9601억원임을 감안하면 단숨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넥슨은 이날 현재 시가총액이 2조 4277억엔(약 27조 673억원)이다. 만약 올해 2조원 매출을 돌파하고, 영업이익률도 이 정도를 유지한다면 시장에선 크래프톤의 가치를 30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단숨에 한국 게임사 1위를 차지할 수 있기에 크래프톤의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일 수 밖에 없다.


'배틀그라운드' 성공 신화를 쓴데 이어 지난 6월 크래프톤의 수장이 된 김창한 대표. 사진제공=크래프톤
혁신과 창의가 답이다

하지만 앞길에 '꽃길'만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

지분 관계로 결합된 텐센트와의 긴밀한 협력이 그동안 가장 큰 동력이었지만, 중국이 미국에 이어 인도와도 갈등을 빚으면서 '유탄'을 맞고 있다. 인도가 이달 초 게임을 포함한 중국 애플리케이션의 서비스를 막으면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사라졌다. 미국, 중국과 더불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이자 유저만 3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인도 시장이 막히면서 크래프톤은 텐센트 대신 IP 홀더이자 공동 개발사인 펍지주식회사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인도 서비스를 직접 담당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현지에선 중국 게임이라는 인식이 높아 과연 조만간에 재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텐센트가 지분을 보유한 자국 게임사들에 데이터 보안 정보를 요구하는 등 화웨이와 틱톡에 이어 압박을 가하기 시작, 자칫 텐센트가 투자한 크래프톤과 같은 회사에도 불똥이 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배틀그라운드' IP에 대한 의존성이 큰 것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올해 말 출시를 앞두고 있는 온라인 MMORPG '엘리온'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또 펍지주식회사가 네덜란드와 미국에서 각각 운영중인 개발 스튜디오 플레이어언노운 프로덕션, 스트라이킹 디스턴스에서 나올 신작들도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개발중이다. 자사의 IP를 활용한 드라마와 영화 등 콘텐츠를 제작하고 게임 제작을 위한 오리지널 IP를 발굴하기 위해 지난달 드라마 제작사 히든시퀀스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것도 과정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배틀그라운드' 빅히트 신화를 이끈 혁신과 창의성을 다시 조직에 불어넣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김창한 개발 디렉터가 중심이 되고 브랜든 그린을 비롯해 해외에 산재한 소수정예의 인력들이 온라인 상에서 긴밀히 협력,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개발한 작품이 '배틀그라운드'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김창한 펍지주식회사 대표가 지난 6월 크래프톤의 수장으로 임명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김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창의성 경영'을 통해 제2, 제3의 '배틀그라운드'를 개발, 글로벌이 인정하는 제작의 명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퀀텀점프'를 지향하고 있는 크래프톤의 행보는 여기에 달려있다 할 수 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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