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젤리클 고양이들에게서 희망과 용기를 찾다, 뮤지컬 '캣츠'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20-09-13 12:47


◇40주년 기념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캣츠'. 사진제공=클립서비스

"A new day will begin!(새로운 날 올거야)"

뮤지컬 '캣츠(Cats)'의 명곡 '메모리(Memory)'의 이 구절이 가슴에 확 와닿는 요즘이다. 화려한 시절을 뒤로 하고 외로운 시간을 견디고 있는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메모리'는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용기를 보여준다. 아마도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메시지일 것이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걸작 '캣츠' 40년 기념 공연이 지난 9일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했다. '메모리'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 발레와 아크로바틱, 현대 무용을 집대성한 역동적인 안무, 하늘로 떠오르는 거대한 타이어와 각종 소품으로 구현하는 기차 등은 40년 전과 마찬가지로 희열과 감동을 준다.

하지만 변한 것들도 있다. 안전한 공연을 위해 '명당 중의 명당자리'인 맨 앞줄은 비워 놓았고, 전 좌석이 한 칸씩 띄어앉기를 실행한다. 또 오프닝과 함께 객석 계단을 통해 무대로 입장하는 고양이들은 '메이크업 마스크'를 쓰고 있다. 마스크에 캐릭터에 맞춰 그림을 그려넣어 관객들이 눈치채기는 쉽지 않다. 코로나가 만든 새로운 풍경이다.

객석에 관객들이 띄엄띄엄 앉아있다보니 아무래도 초반에 열기가 확 달아오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반항아 고양이 럼텀터거, 도둑 고양이 몽고제리와 럼플티저, 부자고양이 버스토퍼 존스 등 인간세상을 풍자하는 젤리클 고양이들의 화려한 장기자랑이 이어지면서 서서히 박수와 함성 소리가 증폭된다.


◇'메이크업 마스크'를 착용한 젤리클 고양이들. 캐릭터에 맞춰 그림을 그려넣었다. 사진제공=클립서비스
'캣츠'는 제작 당시 우여곡절을 심하게 겪었던 작품이다. 무엇보다 "고양이들이 우글우글 나오는, 이런 작품이 되겠어?"라는 비아냥에 시달렸다. 하지만 로이드 웨버의 아름다운 음악과 질리언 린이 창조한 혁신적인 안무(사실 '캣츠'는 무용극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연출가 트레버 넌의 영리한 구성과 균형 감각이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뮤지컬 역사에 남는 걸작이 되었다.

이번 공연팀 역시 무수한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탄탄한 팀워크를 보여주고 있다.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 역의 브래드 리틀은 '팬텀'으로 국내 팬들에게 너무나 친숙한 베테랑이다. 브래드 리틀이 무게 중심을 잡는 가운데 2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보여주는 움직임은 톱니바퀴처럼 착착 맞물려 돌아간다.

'캣츠'를 상징하는 '메모리'를 부르는 그리자벨라 역의 조아나 암필은 웨스트엔드를 무대로 활동하는 실력파 배우다. '미스 사이공'의 킴, '레미제라블'의 에포닌과 판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막달라 마리아, '렌트'의 미미 등 '여주인공 코스'를 밟아왔다. 조아나는 이전의 그리자벨라들과 달리 감성을 좀더 부각시켰다. 역시 코로나의 영향인 듯 하다. '메모리'가 절정으로 치닫는 'Touch me~' 대목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캣츠'는 이렇게 '공감'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그리자벨라를 구박하던 젤리클 고양이들이 그녀의 아픔을 공감하게 되자 그것을 헤쳐 나갈 힘을 그녀에게서 얻는 이치다.

요즘 공연장에는 약간의 비장한 분위기가 흐른다. 참 생소하다. 하지만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되어 박수를 칠 때 가슴속에서 뭔가 뜨거운 게 올라온다. 이 또한 공감의 순간이 아닐까.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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